▲ 빌드업의 핵심 기성용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엔 확실한 밑그림이 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에 2-1로 이겼다. 우루과이는 FIFA 랭킹 5위,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8강에 오른 강호다.

결과만큼 내용에서도 높은 평가를 할 만하다. 우루과이가 장기간 비행으로 컨디션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더구나 각각 개인 사정과 부상으로 이번 원정에 불참한 루이스 수아레스(FC바르셀로나), 호세 히메네스(아틀레티코마드리드) 정도를 제외하면 러시아 월드컵에 나섰던 주전들이 모두 경기에 나섰다.

한국은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대등하게 경기를 치렀다. 역시 빌드업을 강조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술이 빠르게 팀에 녹아든 결과다. 기성용은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경기력, 자신감이 더 나아졌다. 수비에서 빌드업을 하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칠레전도 마찬가지고 감독님이 그런 부분을 원한다. 선수들이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루과이전에선 새로운 시도도 했다. 기성용, 때론 정우영이 후방으로 내려와 중앙 수비수 장현수, 김영권과 함께 스리백 형태로 후방을 꾸렸다. 공이 전방으로 연결되면 미드필더 선수들은 다시 전진했다. 이른바 '변형 스리백'이다. 우루과이가 투톱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중앙 수비수 2명만 두면 공격수 2명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미드필더가 수비수와 같은 라인까지 내려와 빌드업을 도운 것이다.

장현수는 "감독님의 지시 사항이었다. (기)성용이 형, (정)우영이 형이 워낙 빌드업을 잘한다. 믿고 그렇게 하려고 했다. 우리가 빌드업을 할 때 상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변형하면서 잘 풀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만족감을 표했다.

무작정 소유를 위한 것이 아니다. 후방에서 안정적인 빌드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공격적으로 나서기 위한 것이다. 중앙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이 빌드업을 맡는 대신 측면 수비수들은 높은 곳까지 전진한다. 우루과이전에서도 홍철과 이용이 여러 차례 공격에 가담해 도움을 줬다.

벤투 감독이 어떤 축구를 하려는지 확실히 볼 수 있다. 코칭스태프가 선수들과 1대1 면담을 진행할 정도로 세밀하게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도하고 있다. 수준 높은 빌드업을 구사할 수 있는 이유다.

중원의 핵심 기성용도 벤투 감독의 전술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수비에서 안정적으로 빌드업 하는 게 좋아졌다. 쓸데없이 공을 걷어 내거나 체력적 소모가 많은 경기를 하지 않는다. 우루과이 상대로 이정도 점유율을 갖는 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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