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 러시아)는 지난 4월 알 아이아퀸타를 이기고 라이트급 챔피언이 됐다. 원래는 토니 퍼거슨과 싸울 예정이었는데 퍼거슨이 부상으로 빠져 상대가 급하게 바뀌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라이트급 왕좌에 앉기까지 하파엘 도스 안요스, 대럴 호처, 마이클 존슨, 에드손 바르보자, 그리고 아이아퀸타를 꺾었다.

그러나 26전 26승 전적을 쌓고도 '약한 상대가 제물이었다'는 일부 시선은 지우지 못했다.

이번에 보란 듯 누르마고메도프는 최강자를 꺾었다.

7일(한국 시간) 미국 네바다주 파라다이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29 메인이벤트에서 전 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30, 아일랜드)를 4라운드 2분 3초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꺾고 타이틀 1차 방어에 성공했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누르마고메도프는 싱글렉 테이크다운을 걸었다. 맥그리거가 버텼으나 누르마고메도프는 끈질겼다. 또 기술적이었다. 30초가 넘는 공방전 끝에 맥그리거의 다른 쪽 다리 중심을 무너뜨리고 첫 테이크다운에 성공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한 번 맥그리거를 눌러놓은 이후 1라운드 끝까지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레슬링을 훈련한 맥그리거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팔과 다리로 누르마고메도프의 몸을 묶어 파운딩 공격을 최소화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무작정 태클을 시도하지 않는다. 기습적으로 타격을 꽂기도 한다. 그라운드 싸움 전 변칙적인 셋업이 그의 장기다.

2라운드 맥그리거는 앞손으로 누르마고메도프의 테이크다운을 견제했다. 그런데 이때 누르마고메도프가 기습적으로 라이트 훅을 꽂았다. 맥그리거가 휘청였다. 숨 돌릴 새도 없이 누르마고메도프는 두 번째 태클을 걸었다.

두 번째 톱 포지션. 이번에 맥그리거는 체력이 많이 빠져 있었다. 누르마고메도프가 힘이 실린 팔꿈치, 주먹을 맥그리거의 얼굴에 내리쳤다. 누르마고메도프의 파운딩에 가드가 열렸다.

맥그리거는 정신력으로 버텼다. 그리고 다리를 세워 일어났다. 2라운드 종료 공이 울렸다.

3라운드. 맥그리거는 여전히 의기양양했다. "덤벼봐"라고 손짓하며 전진했다. 앞손 잽을 누르마고메도프의 얼굴에 하나 둘 적중했다. 누르마고메도프의 태클을 차단하고 타격전을 전개했다. 긴 리치를 활용한 압박이 조금씩 적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누르마고메도프의 타격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맥그리거와 타격 공방전에서 밀리지 않았다. 4라운드 초반 타격으로 맥그리거의 주위를 돌려놓은 뒤 태클로 맥그리거를 눕혔다.

맥그리거는 그라운드 움직이 잘 훈련된 상태였으나 누르마고메도프의 수준은 그 이상이었다. 풀마운트에 성공하고 다시 파운딩 공격을 시작했다.

맥그리거의 가드가 열렸다. 그러자 누르마고메도프는 리어네이키드 초크를 걸었다. 맥그리거는 탭을 쳤다.

누르마고메도프는 9살 때 곰과 레슬링을 했던 최강 레슬러다. 테이크다운과 파운딩 콤보로 26명을 쓰러뜨렸다.

맥그리거도 다르지 않았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레슬링을 훈련했으나 누르마고메도프의 수준엔 미치지 못했다.

맥그리거는 2016년 3월 네이트 디아즈에 이어 처음으로 졌다. UFC에서 두 번째 패배다. 두 번 모두 리어네이키드초크로 졌다.

하빕 관중과 충돌

맥그리거의 탭으로 경기 종료 공은 울렸지만, 더 큰 일이 벌어졌다.

누르마고메도프는 관중과 언쟁을 벌이더니 펜스를 뛰어넘어 관중석으로 달려가 한 관중과 충돌했다.

경찰이 난입해 누르마고메도프를 제압하고 사태가 진정되는가 싶더니 이번엔 빨간 옷을 입은 누르마고메도프의 스태프가 옥타곤을 뛰어 넘어 맥그리거를 가격했다.

맥그리거 측 세컨드 및 스태프들도 옥타곤에 뛰어오르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인터뷰 없이 누르마고메도프를 밖으로 내보냈다. "사람들 많은데 위험하다. 좋은 결정이 아니었다"고 누르마고메도프에게 말했다.

누르마고메도프와 충돌한 관중은 맥그리거 측 인물이다. 맥그리거가 누르마고메도프가 탄 버스를 의자로 공격하고, 아버지를 욕했으며 또 누르마고메도프 측 사람들을 비난한 데에 따른 보복으로 보인다.

전 라이트급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는 "관중석으로 달려간 하빕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맥그리거를 때린 하빕 측 사람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블리처 리포트는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밤"이라고 꼬집었다.

좀비 대 좀비…퍼거슨 11연승

코메인이벤트가 끝나자 옥타곤 옆 중계진의 셔츠에 피가 튀었다. 누구의 피인지는 모른다. 토니 퍼거슨 또는 앤서니 페티스 둘 중 한 명이다.

전 라이트급 챔피언끼리 맞대결은 혈투였다. 2라운드 두 선수는 많은 피를 쏟았다. 퍼거슨의 과다 출혈에 경기가 중단됐고, 페티스는 얼굴에 피가 흥건한 채로 주먹을 휘둘렀다.

압박 전략을 들고 나온 퍼거슨은 2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공격했다. 이때 페티스가 반격했다. 라이트 카운터를 퍼거슨의 얼굴에 꽂혔다. 퍼거슨은 '호랑나비 춤'을 추며 쓰러졌다. 얼굴엔 피가 흥건했다. 위기였다.

하지만 정신을 부여잡았다. 등을 바닥에 대고 끊임없이 꿈틀대며 공격을 피했다. 다리로 페티스의 손과 발을 감았다. 하위 포지션에서 피가 많이 나와 경기가 중단됐다.

이젠 기회였다. 퍼거슨은 페티스의 복부에 유효타를 꽂았다. 페티스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반면 퍼거슨의 회복력은 경이로웠다. 언제 그랬냐는 듯 쉬지 않고 공격했다. 오른손, 왼손, 엘보가 페티스의 얼굴에 쌓아 갔다. 페티스의 얼굴이 피로 물들였다.

혈투에 2라운드가 끝나자마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3라운드는 일어나지 않았다. 페티스의 부상으로 닥터 스톱 TKO가 선언됐다.

퍼거슨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라이트급 잠정 챔피언이었다. 지난 4월 누르마고메도프와 라이트급 통합 타이틀전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런데 경기를 6일 앞두고 다리를 다쳤다. 잠정 타이틀을 박탈당했다. 쏟아지는 비난도 그의 몫이었다.

퍼거슨은 페티스를 꺾고 타이틀에 도전할 자격을 증명하겠다는 말을 실현했다. 11연승, 통산 전적은 24승 3패가 됐다.

페티스는 2014년 이후 첫 연승에 실패했다. 여전히 전적은 승패를 오가고 있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자신의 싸움에 만족한 듯 환하게 웃었다.

바지 벗을만 하네

알렉산더 볼코프(29, 러시아)는 키가 2미터 1센티다. 데릭 루이스(33, 미국)는 키 191cm 장신이자 120kg가 넘는 거구이지만 볼코프 옆에선 작았다.

볼코프는 긴 거리에서 루이스를 때릴 수 있었다. 반면 루이스는 그러지 못했다. 오버핸드 훅이 번번이 허공을 갈랐다. 볼코프가 공격하고 루이스가 물러나는 형국이 계속됐다. 3라운드 종료 18초까지.

하지만 루이스는 역전의 명수. 마지막 기회를 노렸다. 그 기회를 살렸다. 왼손으로 볼코프의 가슴을 때리고 준비했던 오른손을 볼코프의 얼굴에 터뜨렸다.

볼코프가 쓰러지자 묵직한 파운딩을 퍼부었다. 볼코프는 눈이 풀린 채 정신을 잃었다. 7초 만에 일어난 일. 8분이 넘은 전세가 한순간 뒤바뀌었다.

짜릿한 역전승에 루이스는 바지를 벗었다. 조 로건 해설위원이 이유를 묻자 "아래가 뜨거워서(My balls was hot)"라고 대답했다.

마르신 티부라, 프란시스 은가누를 꺾고 헤비급 랭킹 2위로 뛰어오른 루이스는 랭킹 5위 볼코프를 꺾고 헤비급 타이틀에 도전할 명분을 얻었다. 통산 전적은 20승 1무 5패로 쌓았다.

파브리시우 베우둠을 꺾고 콘텐더로 뛰어오른 볼코프는 타이틀전을 향한 마지막 길목에서 루이스를 못 넘었다. 6연승이 끊겼고 UFC 5번째 경기 만에 첫 패를 당했다. 31승 7패 전적이 됐다.

■ 하빕 맥그리거 하이라이트 등 UFC 229의 전 경기 영상과 하이라이트 영상은 스포티비 나우(www.spotvnow.co.kr)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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