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화 외국인 투수 헤일이 무너졌다. 부상을 제외한 등판 경기 중 최악의 결과를 냈다.

헤일은 11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5.1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안타를 9개나 맞으며 7실점을 했다.

부상한 8월 8일 두산전을 제외하면 6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완벽해 보이던 헤일도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경기였다.

원인은 체인지업에서 찾을 수 있었다. 헤일은 매우 뛰어난 체인지업을 보유하고 있다.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물론 우타자를 상대로 마치 슬라이더가 떨어지듯 가운데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궤적을 그리는 체인지업까지 던질 수 있다.

우투수는 우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많이 쓰지 않는다. 몸에 맞는 볼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일은 이전 경기들에서 그 미세한 차이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줬다. 반대로 좌투수 몸 쪽으로도 체인지업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제구력을 갖고 있다.

강력한 패스트볼과 짝을 이루는 구종으로 가장 효과적인 공이 바로 체인지업이다.

그가 압도적인 패스트볼(투심 등 변형 패스트볼 포함) 구사율(65%)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구종이 바로 체인지업이다. 슬라이더 구사 비율은 10%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체인지업이 흔들리면 헤일이 전체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무리 좋은 패스트볼을 갖고 있어도 빠른 전개만으로 타자를 경기 내내 압도할 수는 없다.

빠른 공의 피안타율은 이 경기 전까지 2할1푼2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2할7푼8리의 피안타율을 기록했던 체인지업이 없었다면 이 같은 패스트볼 기록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11일 대구 삼성전이 좋은 예였다. 헤일은 경기 초반부터 체인지업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체인지업이 잘 안되자 슬라이더 구사 비율을 높였는데 그것이 오히려 2회 집중타의 이유가 됐다.

헤일이 슬라이더를 많이 쓴다는 건 좋은 신호는 아니다. 안 좋을 때 많이 쓰는 구종이 바로 슬라이더이기 떄문이다.

불리한 카운트에선 슬라이더를 잘 쓰지 않는다. 구사 비율이 5%에 불과하다. 대신 유리한 카운트에서 17%로 구사 비율이 높아진다. 슬라이더는 볼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는 걸 뜻하는 수치 변화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체인지업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그러다 6회 손주인에게 7점째가 되는 투런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체인지업이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지 않고 가운데로 몰려 들어왔기 때문에 장타로 이어졌다.

이날 헤일의 체인지업이 헛스윙을 유도한 비율은 33.3%에 불과했다. 삼성과 첫 대결이었던 8월16일 경기의 62.5%를 크게 밑도는 수치였다.

반면 피안타율을 크게 치솟았다. 이날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6할6푼2리나 됐다. 이전 경기까지 2할7푼8리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날의 체인지업이 얼마나 무기력하게 무너졌는지를 알 수 있다.

완벽해 보이던 헤일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체인지업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경기에선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것이 수월하지 않다는 점이다. 앞으로 그의 체인지업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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