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 선수단.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KT 위즈는 현재 목표가 단 하나다. 어떻게든 꼴찌를 면하는 것만 바라보고 있다. 턱밑까지 쫓아온 NC의 기세를 물리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눈앞의 상대와 승부를 펼치기도 힘겨운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이제 꼴찌 NC와 승차는 한 경기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KT는 또 다른 적과 싸우고 있다. 실체가 없어 맞서 싸울 카드도 마땅치가 않다. 누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도 아무도 모른다. 그저 허공을 떠돌며 공포감을 자아내고 있을 뿐이다.

KT가 지금 싸우고 있는 또 다른 적은 바로 '소문'이다.

소문의 내용은 이렇다. "올 시즌에도 꼴찌로 마감하게 되면 임종택 단장이 사임한다. 임 단장은 이미 최하위를 했을 경우 물러나겠다는 서약서를 썼다. 이후 선수단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 작업이 시작된다. 선참 선수들을 중심으로 가차없이 대거 정리하고 젊은 팀으로 리빌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성적이 나오지 않은 팀에서 팀을 재정비하는 작업은 당연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KT 구단 주변을 떠도는 유령 같은 소문들은 팀에 절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명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시즌이 끝나기도 전부터 그에 관련된 소문이 도는 것은 팀 전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장 전쟁터에 나가 싸울 장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KT 한 선수는 "꼴찌를 하면 안된다는 절박한 마음을 모든 선수들이 갖고 있다. 문제는 꼴찌를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소문으로만 큰 폭의 선수단 정리가 있을 것이라는 소리를 들을 뿐이다. 절박한 마음이 두려움이 되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뭔가 구단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KT는 리빌딩이 전부인 상황이 아니다. 젊은 선수들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이 너무 더디기 때문이다.

신인 강백호가 떠오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7월 타율 2할4푼3리, 8월 타율 2할4푼1리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확실하게 성장할 때까지 선배들이 기반을 닦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김인식 KBO 총재 특보는 "난 리빌딩이라는 말을 무척 싫어한다. 강제적으로 선참 선수들의 옷을 벗겨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선참급 선수들이 중심을 잡고 중견들이 그들을 뒷밤침해 나가면 신인급 선수들이 그들의 플레이와 준비 과정, 훈련 과정 등을 보고 배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젊은 선수들로만 꾸린다고 그들이 경험이 쌓여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KT가 탈꼴찌가 절실하다면 어수선한 팀 분위기부터 추스리는 것이 먼저다. 사실 여부를 떠나 선수들의 마음을 심난하게 만드는 소문들이 팀 주위를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단에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긴장감 없이 야구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체 없는 소문으로 선수단이 흔들리게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선 확실하게 선을 그어 줄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구단이 직접 진화에 나서야 한다. 올 시즌 이후 구단이 갖고 있는 비전과 목표를 공유해야 할 때다. 선수들이 갖고 있는 막연한 불안감은 걷어 줘야 한다. 설사 대대적 정리가 결론이라 하더라도 지금은 그런 이야기들로 선수들이 흔들릴 때가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위해선 구단이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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