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 중인 이재성 ⓒ홀슈타인 킬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K리그1(클래식)의 자랑이었던 이재성(26, 홀슈타인 킬)이 독일 분데스리가2를 지배하고 있다. 함부르크와 개막전 2도움에 이어, 하이덴하임과 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도 선발 출전해 동점 골을 터뜨렸다. 이재성의 활약에 인구 24만명의 소도시 킬이 들썩이고 있다. 

▲ 개막전부터 맹활약한 이재성

◆월드컵 이후 가치 하락…이재성은 돈보다 도전을 택했다 

이재성은 지난달 말미 갑작스럽게 이적했다. 오래전부터 유럽행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이재성이지만, '이렇게 갑자기 이적하나' 싶을 정도로 급작스럽게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급하게 킬에 합류하느라 소속 팀 전북 현대에서 고별전 없이 떠났을 정도다. 

사실 이재성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이전에 더 가치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이 월드컵에서 부진했고, 상대적으로 활약상이 드러나지 않은 이재성은 유럽 관계자로부터 기존보다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됐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재성이는 전북의 간판이자 K리그 MVP다. 더 큰 팀에 가길 원했는데, 아쉽다. 사실, 월드컵 이전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세 구단에서 연락이 왔다. A매치 출전 수에 발목을 잡혔다. 전북에서 플레이가 월드컵에서 안 나왔다. 피로도 누적되면서 반도 못 보여줬다. 오히려 가치가 떨어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미 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이재성은 전북에서 리그 세 차례 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두면서 영플레이어상, MVP까지 받았다. K리그에서 모든 것을 이뤘다. 중동과 중국에서 거액의 연봉 제안이 있었지만, 이재성은 유럽행만 고집하면서 돈보다는 꿈을 택했다. 

▲ 2017년 K리그1 MVP를 수상한 이재성 ⓒ한국프로축구연맹

◆절실한 마음으로 도전한 이재성, 킬을 너머 독일을 흔든다 

이재성은 K리그와 월드컵을 치르면서 몸이 달궈진 상황에서 킬에 합류했고, 연착륙했다. 독일 2부 리그 소속의 킬이 구단 역대 최고액 150만 유로(추정치, 약 20억 원)를 들여 이재성을 영입했다. 자칫 이재성에겐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이재성은 함부르크와 원정 개막전 데뷔전부터 선발로 나서 2도움을 기록했다. 13여년 전 마르고 조그만 동양인 박지성이 PSV에인트호번에서 부지런히 뛰고, 득점하며, 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된 것처럼 이재성도 2경기 만에 자신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없앴다. 킬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서, 독일 언론으로부터도 주목받고 있다. 

독일 언론 '빌트'는 개막전 활약한 이재성에 대해 "경기장에서 뛰어난 선수 중 하나는 러시아 월드컵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던 이재성이다. 그는 홀슈타인 킬이 전북에서 고작 90만 유로로 영입한 선수다. 회오리바람 같았던 그는 2골에 관여했고, 함부르크 수비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독일 스포츠 전문지 '키커' 역시 이재성을 2부 리그 개막전 최우수선수에 선정했다. 키커는 "우아하고 빨랐으며 역동적이었다.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의 클래스를 보였다. 아직 이재성의 몸상태가 100%가 아니라는 홀슈타인 킬 단장 파비안 볼게무트의 발언은 2부 리그 타 팀들에 경고처럼 들린다"며 이재성을 극찬했다. 

하이덴하임과 2라운드에서도 득점하자 키커는 "뎀의 크로스를 제라가 떨어뜨려줬고, 공이 튀어 오르기 전 이재성이 달려들며 순식간에 1대1 찬스가 됐다. 골키퍼 케빈 뮬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며 득점한 이재성의 활약을 독일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 독일 스포츠 전문지 키커로부터 분데스리가2 개막전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이재성 ⓒ독일 키커

◆K리그의 자랑, 이재성 

K리그에서 모든 것을 이뤘던 이재성의 독일 2부 리그 이적은 국내 팬들에게 적잖은 아쉬움을 준 게 사실이다. 이재성은 전북에 남아서 안정적인 연봉과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도 있었고, 중동이나 중국으로 이적해 거액의 돈을 만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도전을 택하고 향한 독일 소도시에서 2경기 연속 활약하며 킬의 팬들을 너머 독일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는 선수가 되가고 있다. 

이재성이 활약하고 독일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많으면, 자연스레 그의 1부 리그 혹은 원하는 유럽 리그 이적이 가까워진다. 또한 K리그 출신에 대한 독일 구단의 믿음도 커진다. 'K리그의 자랑'이 활약 할수록 K리그의 가치를 드높이는 일인 것이다.  

이제 2경기 치렀다. 자만할 것은 없지만, 그가 부진할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이재성은 과거 전북에서 뛰던 것을 생각해보면 늘 1인분 이상의 몫을 했고, 좀처럼 부진한 경기가 연달아 이어지지 않을 정도로 몸상태와 경기 운영 관리 능력도 뛰어난 선수였다. 꾸준한 활약을 예상하는 이유다. 독일에서도 K리그의 자랑은 빛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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