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의 도전은 4강에서 마감.
▲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잉글랜드를 끈끈한 팀으로 만들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실리적'인 경기 운영으로 준결승까지 오른 잉글랜드가 약점을 메우지 못하고 탈락했다.

잉글랜드는 12일 오전 3시(한국 시간) 러시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4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크로아티아에 1-2로 역전패했다.

52년 만에 월드컵 결승 진출을 노렸던 잉글랜드는 다시 한번 고배를 마시게 됐다.

◆ '3-1-4-2' 잉글랜드는 '선 수비 후 역습' 팀

잉글랜드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3-1-4-2 포메이션을 주 전술로 삼았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스리백의 장점을 잘 살렸다. 공격을 펼칠 땐 후방에 3명을 두고 윙백들이 전진해 공격에 힘을 보탰다. 득점을 터뜨리고 나면 윙백들이 물러나 사실상 5-3-2 형태로 경기를 운영하며 '선 수비 후 역습' 형태를 취했다. 최전방에 배치된 투톱 해리 케인과 라힘 스털링 그리고 중원에서 앞쪽에 배치되는 델레 알리와 제시 린가드까지 4명이 역습을 전담했다. 나머지 6명은 후방에 남아 수비를 지켰다. 윙백의 배치에 따라 공격 또는 수비에서 수적 우세를 점했다.

크로아티아전도 초반은 잉글랜드의 뜻대로 흘렀다. 키어런 트리피어가 전반 5분 만에 직접 프리킥에서 득점을 터뜨렸다. 잉글랜드는 선제 득점 이후에도 크로아티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역습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강점인 세트피스도 빛났다. 코너킥에서 높이를 살려 계속 크로아티아를 압박했다.

후반전은 완전히 크로아티아에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의 맹공에 시달렸다. 크로아티아의 공격 방식은 측면에서 올리는 크로스였다. 5-3-2 형태에서 측면 수비는 각각 윙백 1명씩이 전담하게 된다. 반면 크로아티아는 측면 공격수와 풀백까지 전진해 잉글랜드 측면을 노렸다. 크로아티아가 세컨드볼 싸움에 집중력을 발휘해 잉글랜드는 역습 기회조차 잡기 어려웠다. 사우스게이트 감독도 "후반전 크로아티아가 경기를 잘했다. 우리는 볼을 통제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후반 16분 이반 라키티치가, 후반 20분엔 이반 페리시치가 크로스에 이어 떨어지는 세컨드볼을 잡아 과감한 슛을 시도했다. 비록 유효 슈팅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측면 크로스에서 득점이 터졌다. 후반 24분 브르살리코가 크게 휘둘러준 크로스에 맞춰 앞으로 움직인 페리시치에게 결국 실점했다.

▲ 중원 싸움에서 밀리니 케인도 돋보이지 않았다.

◆ 떨어지는 중원 장악력 문제

중원 싸움에서 밀린 것이 원인이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의 통계를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난다.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한 선수는 마르첼로 브로조비치(86개), 라키티치(84개), 모드리치(71개) 순이다. 반면 잉글랜드는 카일 워커(62개), 존 스톤스(54개), 해리 매과이어(53개) 순이다. 그 다음은 필드플레이어가 아닌 조던 픽포드(51개)다. 잉글랜드는 공을 중원에서 돌리지 못하고 후방에서 돌리는 시간이 길었다.

전 잉글랜드 대표 선수이자 BBC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는 크리스 워들은 "스리백은 대회 내내 아주 잘했다. 제시 린가드나 델레 알리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다. 조금 더 창의적인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볼을 잡고 몰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점 이후 문제는 더욱 커졌다. 잉글랜드도 득점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중원의 힘이 부족한 것은 곧 경기 주도권의 문제로 돌아왔다. 첫 실점 뒤 공격을 펼치려고 하다가 되려 위험한 찬스를 맞기도 했다. 델레 알리와 제시 린가드는 역습이나 공간 활용에는 장점이 많지만, 정면 대결에서 크로아티아 중원을 압도하기엔 부족했다. 

▲ 준결승전에서도 트리피어의 세트피스 한 방이 터졌지만, 크로아티아는 1골로 이길 수 없었다.

◆ 세트피스 의존도를 줄이지 못했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만 9골을 세트피스에서 터뜨려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풀리지 않는 경기에서도 세트피스로 득점하고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버티면서 '실리적인 경기'를 치렀다. 페널티킥, 코너킥, 프리킥까지 상황을 가리지 않았다. 

선 수비 후 역습은 주도권을 쥐기 어렵다. 당연히 공격 기회는 한정된다. 세트피스가 중요한 이유다. 잉글랜드는 케인 외에도 존 스톤스, 해리 매과이어 등 제공권이 좋은 수비수들을 적극 기용해 재미를 봤다. 잉글랜드의 위협적인 기회는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첫 번째는 전반 5분 트리피어의 득점 장면이고, 두 번째는 연장 전반 8분 코너킥 상황에서 스톤스의 헤딩 슛이었다. 트리피어의 슛은 득점이 됐지만 스톤스의 헤딩은 브르살리코의 헤딩에 걸렸다.

오픈 플레이에서 만든 위협적인 기회는 단 한 번 뿐. 전반 30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린가드가 패스한 것을 케인이 골키퍼와 1대1로 맞섰지만 수바시치의 선방에 걸렸다. 뒤이은 케인의 슛도 골대를 때렸다. 그나마도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펼치는 세트피스와 역습이 주된 공격 루트. 잉글랜드는 뚜렷한 색을 가진 팀이었다. 쉽게 무너뜨리기 어렵고 끈끈한 팀 컬러를 보여줬다. '실리적'이라거나 '효율적'이라는 말이 붙은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리드를 잡히자 경기를 뒤집을 힘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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