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승리 후 넥센 선수단 ⓒ넥센 히어로즈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위기 속 위닝 시리즈를 수확했다.

넥센은 지난 17일 고척 KIA전에서 8-2 완승으로 2연승을 달렸다. 전날(16일) 7-7 동점을 헌납한 뒤 9회 마이클 초이스의 끝내기 홈런으로 8-7 짜릿하게 이겼던 넥센은 KIA와 시리즈에서 2승1패를 기록했다. KIA를 끌어내리며 LG와 함께 공동 5위까지도 뛰어올랐다.

사실 이번주 넥센의 시작은 암울했다. 휴식일이었던 14일 월요일 이정후와 김하성이 한꺼번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정후는 13일 잠실 두산전에서 조쉬 린드블럼의 공에 종아리를 맞아 근섬유가 손상됐고 김하성은 손바닥을 일곱 바늘 꿰매는 자상을 입었다. 가뜩이나 박병호, 서건창, 고종욱 등이 빠진 타선이 더 헐거워졌다.

그럼에도 넥센의 5월 팀 타율은 17일 기준 3할1푼6리로 리그 1위다. 발뒤꿈치 부상을 털고 돌아온 김민성이 월간 8경기 1홈런 타율 5할3푼8리로 활약 중이고 김규민이 13경기 11타점 타율 3할8푼5리를 기록했다. 장영석도 11타점 3할3푼3리, 임병욱이 8타점 3할2푼7리, 이택근이 11타점 3할2푼6리를 각각 기록 중이다.

현재 선발 라인업에 나서는 선수들 중 이택근, 초이스, 김민성, 박동원을 제외하면 김규민, 김혜성, 송성문 등 1군 규정 타석을 채워본 적이 없는 신예급 선수들이 대다수다. 그럼에도 넥센이 '화수분 야구'의 기적을 꿈꿀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서로간의 믿음이다.

송지만 넥센 외야·주루코치는 "벤치에 자신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대기하고 있으면 선수는 타석에서 주눅이 든다. 코치들도 '저 선수를 쓸 수 있는데 이 선수를 믿어도 될까' 하는 불신이 생긴다. 코치들이 불안해 하면 타석에 있는 선수도 느낀다. 우리는 지금 뛰는 선수들을 무조건 믿을 수밖에 없다. '너희밖에 없다. 열심히 뛰어달라'고 믿어주면 능력이 있는 선수는 그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1군과 2군 선수들의 실력은 사실 종잇장 차이라고 말한다. 결국 어떤 선수가 1군에서 더 많은 기회를 받고 그 기회에 부응하느냐가 스타 선수와 무명 선수를 가른다. 넥센은 현재 무명 선수들의 기회를 뺏을 스타가 없다. 마음껏 뛸 수 있는 '장'이 열린 지금 어린 선수들을 전폭적으로 믿어주는 코칭스태프 아래에서 기량을 꽃피워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선수들 간의 믿음. 아무리 유망주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1군 경험 부족이라는 벽은 현실적으로 높다. 타선의 힘이 약할 때 투수들이 타자들을 불신하게 되면 투구도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넥센의 투수들은 지금의 타자들을 믿고 부담 대신 책임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지난 16일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승리를 거두지 못한 신재영은 경기 후 "타자들은 아무때나 잘칠 수도 있고 못칠 수도 있다. 투수들도 부담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이)택근 선배가 선수들을 하나로 잘 모아주고 있고, 선수들끼리도 서로 믿으면서 경기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기반이 약한 지금의 넥센은 언제든 다시 연패에 빠질 수도 있고 롤러코스터를 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유망주들이 겪는 1군 경험은 그들에게, 그리고 미래의 팀에 돈 주고도 사지 못할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서로의 신뢰 속 팀워크도 더 강해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힘이 넥센을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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