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우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박주성 기자] “이승우!”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기자회견장이 술렁였다.

이승우(20, 엘라스 베로나)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28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그야말로 깜짝 발탁이었다. 아직 러시아 월드컵에 나설 최종 23인 명단이 확정된 것을 아니지만 성인 대표 팀 경력이 없는 이승우의 28인 명단 포함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일 중 하나다. 이제부터 이승우는 명단 포함을 넘어 월드컵 무대를 밟기 위해 험난한 일정을 통과해야 한다.

설마?’하는 호기심은 있었지만 신태용 감독이 정말로 이승우를 선택할지는 대부분 알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은 “20세 이하 월드컵 때 함께하면서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다.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때 바르셀로나에서 베로나로 이적해 적응을 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지금은 많이 성장했고, 첫 골을 넣으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 뽑았다. 이 선수가 상대 팀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드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우는 한국 축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타 중 하나다. 어린 나이지만 당돌한 인터뷰와 그에 걸 맞는 실력으로 축구 팬들을 흥미롭게 만드는 선수다. 이제 스무 살. 이제 막 프로 생활을 시작하는 이승우는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냈다. 바르셀로나가 유소년 영입 규정을 위반해 만 18세가 될 때까지 경기에 뛰지 못했고 결국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이후 베로나로 이적해 첫 골, 첫 선발을 기록하며 역경을 극복했다.

▲ 바르셀로나와 베로나의 이승우 ⓒ바르셀로나, 게티이미지

징계 받은 이승우, 암흑의 시간(20132월-2016년 1월)

이승우는 축구의 신리오넬 메시와 비교되며 축구 팬들에게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FIFA가 유소년 영입 규정을 위반한 바르셀로나에게 징계를 내린 것이다. 이로써 이승우는 만 18세까지 바르셀로나 공식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연령별 대표 팀에 차출돼 경기를 뛰었지만 꾸준한 출전이 필요한 시기 징계는 뼈아팠다. 결국 이승우는 징계가 풀린 후 자리를 잃었고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베로나 생활도 쉽지 않았다. 세리에A는 거친 무대였다. 신체적으로 부족했던 이승우는 몸싸움에서 밀리며 자신의 장기인 빠른 돌파와 폭발적인 드리블을 펼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베로나는 기존 선수들로 계속해서 명단을 꾸리며 이승우는 충분한 기회도 받지 못했다. 결국 이승우가 팀을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럼에도 이승우는 포기하지 않았고 피지컬 능력을 키우는 등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 데뷔 골 넣은 이승우

AC밀란전서 첫 골, 강등 속 꽃핀 이승우(201856)

프로 데뷔 골이었다. 이승우는 또 다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파비오 페키아 감독은 좀처럼 이승우를 선발로 선택하지 않았다. 교체로 들어간 이승우는 끊임없이 노력했다. 결국 지난 6(한국 시간) 2017-18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36라운드 AC밀란 원정에서 교체로 투입돼 자신의 데뷔 골을 터뜨렸다. 2001-02 시즌 안정환 이후 무려 163개월 만에 터진 한국 선수의 이탈리아 리그 골이었다.

후반 11분 베로나는 페트코비치를 빼고 이승우를 투입했다. 이승우는 곧바로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후반 24분 이승우는 빠른 돌파로 무사키오에 태클을 당해 넘어졌고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그리고 후반 39분 코너킥을 수비수가 애매하게 걷어내자 과감한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해결해 밀란의 골망을 갈랐다. 비록 베로나가 강등됐지만 이승우는 반짝반짝 빛났다. 그토록 기다린 데뷔 골이었다.

▲ 첫 선발로 나선 이승우

첫 선발, 가능성을 보여준 이승우(2018513)

이승우는 간절했다. 기다렸던 선발 기회가 마침내 찾아왔다. 강등이 확정된 후 베로나는 37라운드 우디네세전에서 이승우를 선발로 내세웠다. 이승우는 베로나 선수 중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전반 30분과 35분 연이어 슈팅을 날리며 공격을 책임졌다. 이승우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개의 슈팅을 날리며 자신이 왜 선발로 나서야 하는지 증명했다. 시즌이 거의 끝났지만 이승우는 누구보다 활발하게 시즌 막판을 보냈다.

이승우는 월드컵을 원했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은 생각에 그동안 성급한 플레이가 많았다. 월드컵에도 가고 싶었기 때문에 결과가 필요했다. 시즌이 끝나기 전에 강호를 상대로 골을 넣어 기분이 좋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신태용 감독도 응답했다. 그는 이승우는 꾸준히 경기에 뛰는지 지켜봤다. 우리가 스웨덴 선수들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면서 이 선수를 요긴하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발탁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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