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빅6'의 시대다.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토트넘, 첼시, 아스널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시즌에도 이 6팀이 나란히 1~6위를 차지했다.

'빅6'가 확립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전까지는 맨유, 리버풀, 첼시, 아스널의 '빅4' 시대였다. 공교롭게도 '빅4'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공격진을 물갈이했다. 단순히 선수 한 두명 영입한 것이 아닌 팀 전술을 바꿀 만한 비중이 큰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그 첫 시즌이 끝났다. '빅4' 새로운 공격수들의 1년 동안의 활약을 점검해 본다.(순서는 리그 순위, 1월 이적 선수는 새 팀의 성적만 기재, 이적료는 추정치)

▲ 산체스(왼쪽), 루카쿠
◆ 로멜루 루카쿠(에버턴→맨유, 1100억) : 50경기 27골 9도움

시즌 전만해도 첼시 복귀가 유력했던 루카쿠는 맨유로 이적했다. 맨유는 알바로 모라타 영입을 철회하고 하이재킹에 성공해 루카쿠에게 빨간 유니폼을 입혔다.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맨유에서 홀로 고군분투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에 리그는 2위로 우승에 실패했지만 개인 성적만 놓고 보자면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맨유 부동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

시즌 막판 당한 부상으로 마지막 리그 2경기를 결장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잉글랜드 FA컵 결승을 위해 루카쿠를 아꼈다. FA컵 우승마저 실패한다면 루카쿠가 맨유에서 보내는 첫 시즌은 무관으로 끝난다.

◆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널→맨유, 스왑딜) : 17경기 3골 5도움

아스널에서 언론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선수는 산체스와 매수트 외질이었다. 두 선수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지만 아스널과 재계약을 맺지 않아 팬들의 애를 태웠다. 두 선수의 선택을 달랐다. 외질은 잔류를, 산체스는 이적을 선택했다. 산체스의 선택은 아스널의 최대 라이벌인 맨유였다.

헨리크 미키타리안과 스왑딜로 이적료는 들지 않았지만 주급으로 39만 1000파운드(약 5억 6000만 원)를 지급, 프리미어리그 최상위 주급을 안겼다. 경기 출전 수당은 1억 1000만 원에 초상권 수익을 지급하는 등 주급 외 수당을 두둑히 안겼다. 하지만 이적 후 활약에 만점을 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17경기 출전에 3골 5도움을 기록했다. 딱히 나쁘다고만 볼 수 없는 기록이지만 산체스의 이름값과 주급을 생각하면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최전방에 루카쿠를 두고 전원 수비를 펼치는 일명 '버스'를 자주 세운 무리뉴 감독의 전술 특성상 산체스의 활약이 클 수 없었다. 공격수를 사놓고 수비적으로 쓰다보니 시너지가 나오지 않았다. 경기 중 산체스 본인도 답답한 표정을 자주 짓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이제 막 반 시즌을 보냈을 뿐이고 산체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된다.

▲ 살라
◆ 모하메드 살라(AS로마→리버풀, 630억) : 51경기 43골 16도움

잉글랜드에서는 물론이고 유럽 축구에서 가장 핫한 선수다. 이적 첫 시즌에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0골로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이 기사에서 소개된 선수 중 올리비에 지루에 이어 두 번째로 이적료가 낮다. 630억 원이 적은 액수라고 할 수 없지만 가성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볼 수 있다.

리버풀은 살라를 앞세워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로 이뤄진 삼각편대로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했다. 리그에서 골로 맨시티에 이은 최다 득점 2위다. 그 중심에 살라가 있었다. '빅4'에 영입된 공격수 중 최고의 활약을 펼친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살라의 확얄 덕분에 리버풀은 2004-05 시즌 이후 13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 지루(왼쪽), 모라타
◆ 알바로 모라타(레알마드리드→첼시, 850억) : 47경기 15골 6도움

가장 논란이 된 선수가 아닐까 싶다. 당연히 좋은 쪽이 아니다.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당초 맨유 이적이 유력했으나, 맨유가 루카쿠로 방향을 급선회하면서 첼시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 초는 나쁘지 않았다. 나가는 경기마다 득점포를 가동하며 빠르게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는 듯 했다. 하지만 활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들어 부진이 시작됐다. 급격하게 경기력이 떨어졌다. 체력 문제가 컸다. 모라타는 온전히 한 시즌을 주전으로 뛴 적이 적다. 또 프리미어리그는 모라타가 뛴 프리메라리가, 세리에A와 달리 겨울 휴식기가 없다. 이 점이 결합되면서 모라타의 부진이 시작됐다.

자칫 첼시에서 보내는 첫 시즌이 마지막이 될 시즌이 될 우려가 있다. 유벤투스 이적설이 나왔다. 문제는 첼시가 모라타의 이적료로 900억 원을 책정했다는 것인데 최근 몇 년간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쓰지 않는 유벤투스가 이적료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래저래 '빅4'에 영입된 공격수 중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모라타다.

◆ 올리비에 지루(아스널→첼시, 270억) : 17경기 5골 3도움

모라타의 부진이 시작되고 미키 바추아이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신뢰를 잃으면서 첼시 공격진은 구멍이 뚫렸다. 결국 겨울 이적 시장에서 급하게 지루를 영입했다. 지루는 막 셋째 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에 살고 있는 런던을 떠나지 않길 원했고, 지역 라이벌인 첼시 이적을 선택했다.

이적 초반에는 골이 터지지 않았으나 특유의 장점인 연계플레이는 지속적으로 보여줬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골도 터졌다. 특히 리그 33라운드 사우샘프턴과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멀티골을 넣으며 극적인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유독 사우샘프턴에 강한 지루였다. 열흘도 안 돼 잉글랜드 FA컵 4강에서 다시 만난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원더골로 결승골을 넣으며 첼시를 결승으로 이끌었다.

▲ 라카제트(앞), 오바메양
◆ 알렉상드르 라카제트(리옹→아스널, 770억) : 39경기 17골 5도움

시즌 시작 전부터 공격수 찾기에 열을 올린 아스널의 선택은 라카제트였다. 프랑스 리그앙을 폭격한 공격수답게 많은 기대를 받았다. 아르센 벵거 감독과 같은 프랑스 출신인 점도 기대를 모았다. 제2의 앙리가 되길 바라는 팬들의 기대가 컸다. 몇 달 후 오바메양에 의해 깨지긴 했지만 클럽레코드를 기록했다.

새로운 리그에 온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39경기에 출전해 17골 5도움을 기록했다. 경기 출전 수에 비해 비교적 출전 시간이 길지 않은 점을 보면 충분히 제 몫을 다했다. 라카제트가 아스널에서 단 등번호는 '9번', '아스널 9번의 저주'로 불리는 그 9번을 달았다. 하지만 첫 시즌에 저주를 깨는 활약을 펼쳤다. 저주를 깬 것 만으로도 아스널 팬들에게는 훌륭한 영입으로 남을 듯 하다.

◆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도르트문트→아스널, 900억) : 14경기 10골 4도움

산체스가 맨유로 떠나면서 공격진에 구멍이 생긴 아스널은 오바메양을 영입했다. 분데스리가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원하던 오바메양과 일찌감치 떠날 조짐이 보였던 산체스를 대신할 공격수가 절실히 필요한 아스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를 떠나려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잔류했다. 하지만 이적 시장이 열리자 다시 이적을 모색했고, 결국 아스널 유니폼을 입었다. 도르트문트 팬들에게 적지 않은 욕을 먹었지만 아스널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수가 됐다. 14경기에 출전해 무려 10골 4도움을 기록했다. 1월에 이적한 산체스, 지루에 비해 기록적으로 월등히 좋은 성적을 냈다.

단순히 기록 뿐아니라 오바메양이 영입된 후 라카제트와 외질의 경기력도 좋아졌다. 연계가 큰 장점인 오바메양이 오면서 기존 아스널 선수들이 살아나는 효과가 나왔다. 도르트문트 시절 호흡을 맞추고 겨울 이적 시장에서 함께 영입된 미키타리안과 호흡도 여전했다.

오바메양이 더욱 인상 깊은 선수로 남은 것은 그의 활약 뿐아니라 벵거 감독이 아스널에서 마지막으로 영입한 선수라는 타이틀, 또 리그 최종전이자 벵거 감독의 고별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선수로 기록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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