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이 아산과 중요한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선수들을 믿는다는 감독, 결승 골을 넣고도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공격수,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 받는 수비진 칭찬을 부탁한다는 주장, 나만 믿고 공격하라는 골키퍼까지 하나로 뭉쳤다.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이는 부천이 끈끈한 저력을 보이는 이유다.

부천FC1995는 지난 6일 '헤르매스캐슬'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챌린지) 10라운드에서 광주FC를 1-0으로 꺾었다. 시즌 초반 5연승을 달린 뒤 3연패 그리고 다시 2연승을 달리는 중요한 경기였다. 이제 14일 아산 무궁화와 11라운드에서 승리한다면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는 상황. 부천의 저력은 탄탄한 팀 내 분위기에서 나온다.

감독부터 남다르다. 부천이 5연승 상승세를 탄 뒤 3연패 부진에 빠졌다. 사령탑으로서 조급해지기에 충분한 시점이지만, 정갑석 감독은 오히려 선수들을 내버려뒀다. 선수들 스스로가 패배에 가장 힘들 것이고, 또한 겨울 전지훈련 내내 공유한 목표 의식에 문제가 없었다는 판단. 정 감독은 "3연패를 해보고 고리를 끊어봐야 한다"면서 "선수들 스스로 느끼는 게 중요하다. 3연패 때도 그냥 내버려뒀다"고 말했다.

부천의 선수들은 하나로 뭉쳤다. 주장 문기한과 '연장자' 진창수는 벌써 팀에서 3번째 시즌을 맞는다.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 여기에 새로 합류한 이현승, 박건, 김준엽 등 이적생들이 적극적으로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정 감독은 "원팀으로 간다"고 말하고, 부천 구단 관계자 역시 "뭔가 팀이 하나가 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자신있게 설명할 정도다.

광주전 뒤 부천 선수들의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부천은 이번 시즌 공격 축구를 펼치면서 좋은 성적까지 함께 내고 있다. 모두 하나가 된 덕분이다.

공격수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잘 알고 있다. 공격 축구를 펼칠 때 중요한 것은 공세를 골로 연결하는 것. 득점을 충분히 터뜨리지 못하면, 역습에 무너지는 것이 축구의 흔한 경기 흐름이다. 그래서 광주전 후반 16분 귀중한 결승 골을 기록한 진창수는 수훈 선수 인터뷰 때 미안하다고 거듭 말했다. 진창수는 선제골 이후에도 많은 기회를 잡았지만 추가 골 기록에 실패했다. 골대를 때리는 등 운이 조금 따르지 않았다. 그는 "너무 미안하다. 공격수로서 마지막에 한 골을 추가하면 승리를 확실하게 따낼 수 있는데…"라며 말했다.

주장 문기한은 광주전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를 모두 마친 뒤 "수비진 칭찬을 해달라"고 '청탁(?)'을 했다. 올 시즌 부천의 축구가 공격력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뒤를 책임지는 수비수들이 많은 관심을 못 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부천처럼 공격적인 축구를 하려면 수비들이 적극적으로 전진해야 하고, 동시에 넓어진 수비 뒤 공간을 커버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문기한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좀처럼 칭찬을 받지 못한 수비진이 눈에 밟혔던 것 같다.

이번 시즌 주전 자리를 꿰찬 골키퍼 최철원도 공격 축구를 맘껏 펼치라고 말했다. 부천의 축구는 정 감독의 공언대로 '마그마'처럼 부글부글 끓는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수비에 걸리는 부하가 크고 동시에 실점율이 곧 '실력'으로 평가받는 골키퍼로선 공격 축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광주전 직후 "저만 믿고 공격하면 된다. 내가 다 막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부천은 '최후의 보루' 골키퍼까지도 공격을 장려한다. 최철원은 광주전에서 멋진 세이브를 연이어 펼치면서 실제로 승리를 지킨 일등공신이 됐다.

부천은 끈끈하다. 광주 박진섭 감독은 경기전 부천의 장단점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뚜렷한 약점이 없는 팀이다. 팀에 끈끈한 저력이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3연패를 하고도 금세 2연승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저력의 발로다. 

부천은 아산과 첫 맞대결에서 2-4로 패배했다. 3연패 부진을 알린 시작이고 시즌 첫 패배기도 했다. 하지만 부천은 연이은 패배 속에 더 단단해졌다. 14일 '대표급' 선수들을 보유한 아산전에서도 부천이 자신있게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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