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손승락(왼쪽)과 한화 정우람 ⓒ SPOTV NEWS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13일까지 세이브 14개로 1위인 정우람(한화)과 8개 공동 5위인 손승락(롯데)을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건 실례일 수 있다. 평균자책점에서도 정우람이 1.08, 손승락이 3.60으로 차이가 크다. 하지만 시즌을 길게 본다면 손승락이 정우람을 맹추격할 가능성이 높다. 새얼굴이 대거 등장한 올 시즌 마무리 투수 경쟁에서 '구관' 정우람 손승락의 양자 대결 구도가 예상된다.

◆ 정우람의 독보적 존재감

다른 설명이 필요할까. 지금까지 올 시즌 KBO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는 정우람이다. 상당수의 지표가 정우람을 최고라고 말한다. 평균자책점 1.08은 세이브가 하나라도 있는 투수 23명 가운데 가장 낮다. 안정감을 알 수 있는 잣대 WHIP(이닝당 출루 허용 수) 역시 0.84로 1위다. 피안타율 0.164, 피OPS 0.454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된다. 

왼손 투수라고 해서 오른손 타자를 대타로 쓰는 건 '자멸 행위'다. 올해 정우람의 오른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133에 불과하다. 왼손 타자에게는 16타수 4피안타, 피안타율 0.250으로 오른손 타자 상대 기록보다는 저조했다. 그런데 왼손 타자 상대 약세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올해 1만 5,927타석 가운데 오른손 타자 기록이 9,345타석이다. 약 ⅔을 상대로 절대 강세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내구성은 커리어가 증명한다. SK 소속이던 2010년 75경기에서 102이닝을 던지고도 이듬해 68경기 94⅓이닝을 책임졌다. 평균자책점은 2010년 3.53에서 2011년 1.81로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30대가 된 뒤에도 '고무팔'의 명성은 여전했다. 2016년 61경기 81이닝 투구 뒤 2017년 평균자책점 2.75로 활약했다. 10일 넥센전은 3일 연투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1이닝 3탈삼진으로 여전히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 손승락이 다크호스인 이유

적은 세이브 숫자는 손승락의 잘못이 아니다. 손승락은 올해 15경기에서 블론 세이브가 한 번도 없었다. 3월 31일 NC전 ⅓이닝 5실점은 5-5 동점 상황에서 나온 기록이다. 리드를 지켜야 할 때는 철벽으로 변신했다. 손승락은 이 경기를 포함해 15경기 가운데 단 2경기에서만 점수를 내줬다. 

세이브 숫자가 부족한 근본적인 원인은 롯데가 시즌 초반 부진했다는 데 있다. 롯데의 은근한 상승세가 시작된 지난달 20일 사직 SK전 뒤로는 8경기에서 6세이브를 기록했다. 손승락은 이 기간 정우람(9경기 8세이브)에 이어 세이브 2위다. 그 전까지는 단 2개에 불과했다. 추세를 감안하면 손승락의 정우람 추격은 더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손승락은 이 8경기 9⅓이닝 동안 마무리 투수에게 필요한 덕목을 전부 보였다. 피안타 7개, 볼넷 2개로 이닝당 출루 허용 수가 0.96에 불과하다. 탈삼진은 13개다. 

◆ 정우람-손승락, 전격 비교

두 선수 모두 구종은 단순하다. 레퍼토리가 단조로울 수 밖에 없지만 제구력과 구위로 극복한다. 정우람은 직구-체인지업, 손승락은 직구-슬라이더(커터)를 주로 던진다. 정우람의 직구 비중이 ⅔ 정도인 반면 손승락은 컷패스트볼을 던지는 만큼 포심 패스트볼이 약 40%로 적은 편이다. 직구 평균 구속은 정우람이 140.2km, 손승락이 143.9km다.

구종 차이는 타자를 잡는 방법으로 나타난다. 정우람은 뜬공 아웃을 잡는 편이다. 그러나 2007년을 제외하면 9이닝당 홈런이 1.0개 이상인 적이 없었다. 반대로 손승락은 전형적인 땅볼 유도형 투수다. 2015년과 지난해에는 땅볼이 뜬공의 2배 이상 많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마무리 투수에게 필요한 탈삼진 능력은 정우람이 앞선다. 통산 9이닝당 탈삼진이 8.93개에 달한다. 지난해와 올해는 11.0개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손승락은 통산 7.31, 올해 10.80개를 기록했다. 

마무리 경력은 손승락의 우위다. 506경기에서 242세이브로 오승환(277회), 임창용(255회)에 이어 역대 3위에 올라 있다. 세이브 1위 경험도 풍부하다. 2010년(26회), 2013년(46회), 2014년(32회)에 이어 지난해(37회) 까지 세이브왕을 4번이나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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