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헥터가 13일 대구 삼성전서 힘껏 공을 뿌리고 있다.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헥터가 무너졌다.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3이닝 동안 5연속 피안타를 포함해 9피안타 1볼넷 7실점(6자책점)하며 조기 교체 됐다. 경기의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KIA 벤치에 고민을 안겨 준 투구였다.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하며 시즌 초반의 부진을 씻는 듯 보였던 헥터다. 그러나 이날 다시 일찌감치 무너지며 실망스런 결과를 안겼다.

헥터는 투구 패턴이 확실하다. 주자가 없을 땐 힘을 빼고 쉽게 쉽게 공을 던지지만 주자가 나가면 집중해서 투구를 한다. 위기는 많아 보여도 정작 무너지는 경기는 많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올 시즌엔 이 패턴이 잘 안 통하고 있다.

일단 위기가 너무 많다. 올 시즌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은 3할5푼4리나 된다. 물론 주자가 있을 땐 2할6푼으로 피안타율을 끌어내리며 나름의 투구를 이어 갔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지 모르 듯 잦은 매는 아무리 맷집 좋은 복서라도 무너지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주자 없을 때 피안타율이 너무 높다. 헥터는 지난해에는 주자 없을 때 피안타율이 2할7푼8리였다. 주자 있을 때 2할8푼보다 낮았다.

주자가 나간다 해도 위기 관리 능력을 앞세워 실점을 최소화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 헥터는 그 부문에서 약점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실점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헥터의 지난 시즌 땅볼 아웃/뜬공 아웃 비율은 1.10이었다. 완전한 땅볼형 투수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땅볼 비율이 높은 투수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올 시즌엔 이 기록이 변했다. 땅볼 아웃/뜬공 아웃 비율이 0.80으로 바뀌었다. 절대적으로 뜬공 아웃의 비율이 높았다는 걸 뜻한다.

뜬공 아웃이 늘어나면 희생플라이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실제 헥터는 이날 경기에서도 1회 1사 1, 3루에서 지난해 1할대 피안타율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던 러프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내줘 선취점을 빼앗겼다.

지난해 같았다면 땅볼을 유도해 병살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변화된 패턴은 뜬공 아웃을 더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3회 6실점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5연속 안타도 희생플라이면 득점이 되는 상황이 두 차례나 됐다.

희생플라이만 쳐도 타점이 되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와 안타가 나와야만 득점이 되는 상황에서 나오는 타자의 마음가짐을 200% 다를 수 밖에 없다. 희생플라이에 대한 의식을 심어주는 순간, 투수는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헥터가 올 시즌엔 주자가 없더라도 많은 주자를 쌓아 줘선 안되는 이유다.

다시 강조하지만 올 시즌 헥터는 뜬공을 많이 허용한다. 그런 투수에게 희생플라이 기회는 타자에게 한결 편안한 마음을 안겨 준다. 헥터가 자신의 패턴을 확실하게 바꿔야 하는 이유다. 아니면 땅볼 유도를 위해 더욱 신경 쓴 제구나 볼 배합을 하며 흐름을 바꿔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헥터는 지난해 위용을 되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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