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머니백'-'나를 기억해'-'살인소설' 포스터. 제공|리틀빅픽쳐스, 오아시스 이엔티, 스톰픽쳐스 코리아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최근 국내에서 많이 나오고, 또 관객들이 많이 찾았고, 그래서 이제는 많이 식상해진 장르는 범죄 액션이나 범죄 오락 등 '범죄'가 들어간 영화들이다. 한동안 기획물처럼 쏟아졌고, 대규모 자본을 들여 캐스팅 등 물량공세를 쏟아 부어 성공한 몇몇 작품들도 있지만, 그들을 따라가기에 버거웠던 작품도 많았다.

최근 영화 '곤지암'이 성공한 뒤 '미스터리' '스릴러' 등의 타이틀이 붙은 작품들이 많아졌다. 정작 곤지암은 '체험 공포'라는 단백한 워딩을 사용하고, 그 장르명에 걸맞는 구조를 하고 있다. 촬영부터 배우들의 연기, 동선 등 관객들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가지 장르를 더해 탄생한 모호한 장르도 있다. 심지어, 영화를 보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최근 영화에 대한 소개, 장르와 전혀 다른 작품이 연이어 개봉했다. 이미 IPTV 등 VOD 서비스를 시작한 영화 '머니백'과 개봉 첫 날 깜짝 2위로 출발한 후 순위권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나를 기억해',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정면이 아닌, 측면 승부를 하겠다고 등장한 '살인소설'이다. 각각 자신을 포장한 장르고 전혀 정체를 숨긴 '미스터리'한 작품들이다.

◆ '머니백': 범죄 오락 추격전→블랙 코미디

▲ 영화 '머니백' 스틸. 제공|리틀빅픽쳐스

'머니백'은 '이긴 놈이 다 갖는 세상! 하나의 돈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일고 명이 뺏고! 달리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영화'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배우 김무열을 비롯해 박희순, 이경영, 전광렬, 임원희, 오정세, 김민교 등이 출연했다.

김무열은 평생 빚에 쫓겨 살다 사채까지 쓴 와중에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 취준생 민재 역을 맡았다. 자신의 막막한 상황에 죽음을 결심하지만, 이것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인물이다. 박희순은 권총을 저당 잡힌 최형사, 이경영은 한물 간 킬러 박 씨, 전광렬은 건달 출신 비리 국회의원 문의원, 임원희는 사채업체의 백사장, 택배기사 오정세, 양아치 김민교 등 캐릭터를 연기한다.

'머니백'의 캐릭터는 무척이나 경교하면서 매력적이다. 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각기 다른 이유로 가방을 차지하려고 싸우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실소가 터져 나온다. 누군가에게는 죽음을 생각할 만큼 처절한 상황이지만, 또 어떤 이들은 그저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터지는 실소가 '머니백'의 매력이다.

하지만 마치 범죄 오락 추격전 혹은 케이퍼 무비처럼 포장 됐다. 일곱 명이 뺏고 달리고 쫓기는 추격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머니백'에 흐르는 정서는 '짠내'다. 블랙 코미디로는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다른 이야기를 원했던 관객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 '나를 기억해':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드라마

▲ 영화 '나를 기억해' 스틸. 제공|오아시스 이엔티

이 작품은 의문의 연쇄 범죄에 휘말린 여교사 서린과 전직 형사 국철이 사건의 실체와 정체불명의 범인인 마스터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다. 아니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 안에 숨겨진 스토리는 알지 못했다. '추격'이나 '범죄 스릴러' 등의 키워드가 주는 이미지는 강렬하다. 영화의 스토리를 생각하지 못하게 할 만큼 말이다.

'나를 기억해'는 성범죄의 피해자가 숨어 살아야 하는 현실을 꼬집음과 동시에 범행 당시 형사책임연령인 만 14세가 되지 않은 소년범을 의미하는 촉법소년 문제를 언급한다. 주된 이야기는 피해자가 이후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다.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와는 거리가 멀다. '반전'이라고 심어둔 것은 얼마 가지 않아 알아차릴 수 있고, 또 다른 반전은 너무 숨겨둔 탓에 짜릿한 전율보다는 묘한 불쾌감을 준다. 이에 비해 드라마는 탄탄한 편이다. 피해자를 괴롭히는 고통스러운 삶과, 다시 그 일을 마주 했을 때 느끼는 감정 등 많이 힘든 일이지만, 서린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사회 문제 의식까지 갖게 만든다. 꼭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를 택하고 싶었다면, 김희원이 연기한 국철이 조금 더 힘을 내야 했다.

◆ '살인소설': 서스펜스 반전 스릴러→블랙 코미디

▲ 영화 '살인소설' 스틸. 제공|스톰픽쳐스 코리아

이번에도 블랙 코미디다. 블랙 코미디는 국내에서 인기가 없는 장르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유로 스릴러나 코미디, 액션 등의 장르로 포장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살인소설'은 그래도 배신감이 크지 않는 편이다. 서스펜스도 녹아 있고, 스릴러적인 요소도 담겨 있다. 연출을 맡은 김진묵 감독의 의도이기도 했다. '지방선거 시장 후보로 지명되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은 경석이(중략) 별장에서 수상한 청년 순태를 만나면서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리는 24시간을 긴박하고 밀도 있게 그려낸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설명에서 단어 몇 개만 바꾼다면 '살인소설'의 진짜 매력을 관객들에게 알릴 수 있다.

장르명에 '블랙 코미디'라는 정확한 워딩을 쓰지 않더라도, 영화를 소개하는 한줄 스토리에서 사실과 다른, 예를 들어 '충격적인 사건'을 조금은 가볍게 바꾼다면 영화의 결이 조금은 설명 될 수 있다.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사건은 생각보다 충격적이지 않고 씁쓸한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영화의 모든 것을 알고 극장을 찾을 수는 없지만, 관객들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기본 정보를 제공한다. 배우와 감독 등은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다. '믿고 보는 배우' '흥행 보증 수표' 등의 수식어가 그래서 중요하고 소중하다. 장르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어떤 장르인지는 알고 극장을 찾고 싶어 하는 관객들에게 위의 영화처럼 자신의 정체를 숨긴 작품은 장르가 아닌, 영화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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