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련 중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박동혁 감독. ⓒ김태홍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K리그2(챌린지)는 '뉴페이스' 감독들이 등장해 지도자로서 역량을 확인하는 장이기도 하다. 올해는 또 한 명 감독이 팬들의 눈을 끌었을 것이다. 1979년생, 이탈리아의 전설적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보다 한 살 어리고, '현역' 이동국과 동갑인 박동혁 감독이 아산 무궁화의 지휘봉을 잡았다.

잔뜩 찌푸린 날씨 속에서도 훈련에 여념이 없던 지난 4일, 아산이 훈련을 진행하는 이순신종합운동장을 찾았다. 박 감독은 직접 선수들과 공을 함께 차면서 몸을 풀었고, 자체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의 움직임을 다잡으면서 "공간이 생겼을 때 빠르게 활용해야 한다"고 지도했다.

시즌 초반 5경기에서 2승 1무 2패.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아산의 전력을 고려했을 때 다소 부족하다고 느낄 성적 사이에서 고민이 있었다. 시즌 전부터 아산은 선두권 팀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명주, 주세종 두 A대표급을 비롯해 김도혁, 김선민 등 K리그1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했던 미드필더들이 즐비하기 때문. 미드필더 이창용은 중앙 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박 감독은 선수 때는 수비수로 활약했지만 "무섭게 공격하고 싸우는 축구" 이른바 '호랑이 축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허리의 힘은 곧 경기 주도권으로 연결된다. 박 감독은 인터뷰 당시 "부천전이 중요하다"면서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꼽았다. 그리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부천FC1995전에서 4-2로 승리를 거뒀다. 중원에서 우세를 점한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내친 김에 7라운드 대전시티즌전까지 승리하면서 다시 기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제 4승 1무 2패로 2위를 달린다. '박동혁의 축구'는 이제 제 궤도에 올랐다.


다음은 박동혁 감독과 일문일답.

◆ 첫 경험과 적응, 어떤 감독이 되고 싶은가?

첫 5경기 치른 소감은.
생각했던 성적은 아니다. 동계 훈련을 준비하면서 선수들 면면을 봤을 때 더 좋은 성적을 기대했다. K리그 2라고 해도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것 같다. 프로는 어려운 것 같다.

순위 경쟁 구도가 예상대로 되는가.
부천의 스쿼드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선수는 없지만, 각 포지션에 맞게 조합이 잘된 팀인 것 같다. 승격, 우승을 목표로 하지만 승점을 따라가려면 부천전이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승격이 목표지만, 동기부여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성적에 대한 부담은 어떤 지도자들이든 있다. 22개월 정도 복무를 한다. 중요 선수들은 장기 계약을 해서 잡아놓긴 하지만 , 어느 팀이든 나고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선수들하고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목표 의식을 갖고 하자고 한다. 제대하는 선수가 있긴 하지만 또 새로 들어온 선수가 그 임무를 맡아주면 된다. 아직 어리다면 어린 감독이지만, 마음으로 또 믿음으로 밀고당기면서 (지도하는 것을) 강조한다. 사람의 감정의 동물이지 않나.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직 경기장에선 잘 안나오는 것 같다.

감독을 평가할 때 유형에 따라 지장, 덕장 등등. 스스로가 어떤 감독이 되고 싶은가.
외국 감독은 주제 무리뉴 감독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언론이나 팬들에겐 조금 까탈스러울 수 있지만, 선수들은 끔찍하게 아끼는 감독이 되고 싶다. 조민국 감독님을 되게 좋아한다. 영향을 많이 받았다. 대인배 스타일이시다.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시고, 경기장에 나가서도 부담 없게 하도록 해주신다. 선수 때도 느껴봤지만, 선수들이 자신감 있게 경기할 수 있도록 할 때 경기력이 잘 나오는 것 같다. 소통도 잘하고 부드러운 감독이 되고 싶다. 때론 카리스마 있고 무서운 감독이 되긴 해야겠지만. 아직 나 스스로는 어떤 감독이 되고 싶은지, 또 지금 어떤 스타일인지는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

▲ '아기 호랑이 축구'가 '호랑이 축구'로 클 수 있을까.

◆ '호랑이'처럼 공격하고 싶다, 수비수 출신이라 더 잘 아는 공격

아산의 축구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호랑이 축구. 무섭게 공격하고 싸우는 축구. 사실 호랑이랑 관련이 많다. 고려대, 울산 그리고 선수 때 별명도 백호였다. 여러가지로 호랑이가... 상대가 좀 움츠러들면 좋겠다. 처음엔 상대편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워낙 스쿼드가 좋아서. 그런데 지금은... 아기 호랑이인 것 같다.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부천전만 이긴다면 충분히 반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임 송선호 감독은 수비에 힘을 많이 썼다. 같은 수비수 출신이지만 다른 축구를 구사하는 것 같다.
수비수지만 공격 성향이 강했다. 공격적으로 나가다 보면 수비가 불안하고 약할 수 있다. 공격 지역에서 빼앗겨도 바로 빼앗으면 더 좋은 찬스를 만들 수 있다. 공격적으로 요구를 많이 한다. 아마 1년 계속 공격적으로 더 준비하려고 한다. (팬들이 즐거워 할 골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맞다. 그런데 골이 터지지 않아서 그게 걱정이다. (김)현이가 골이 터져서 자신감을 얻으면 좋겠다. 5경기째 포인트가 없었다. 지난 인터뷰 때도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대에 비해 골이 많이 터지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첫째론 상대가 밀집 수비를 많이 한다. 두 번째론 찬스는 있지만 득점을 못해서 부담이 생기고 더 득점이 안 난다. 골은 못 넣고 결과도 좋지 않았지만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못했다고 바로 바꾸고 새로운 선수를 투입하기보단, 그 선수가 믿음을 갖고 또 자신감을 얻고, 한 골이 나오면 계속 골이 나올 것이라 믿고 계속 기용하고 있다.

미드필더들이 포화 상태다. 선수들 컨디션 유지하는 것 또한 고민일 것 같다.
코칭스태프 모두의 고민이다. 좋은 선수들이 미드필더에 너무 많다. 누굴 경기를 내보내야 할지, 누가 컨디션을 좋은지 확인하는 것이 힘들다. (이)명주랑 (주)세종이를 기용하고 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선수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믿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경기에 투입하고 한 경기만 이긴다면 반전이 될 것 같다.

K리그 2는 군경팀들이 전력이 강하다 보니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팀이 많은데. 대책은 있나.
경기를 하다보면 밀집 수비도 하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 준비한 대로 상대가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팀 전술로, 개인 능력으로 풀어가야 한다. 제일 큰 고민은 득점이 고민이다. 하나 넣으면 조금 불안하고, 두 개 넣으면 쉽게 갈 수 있다. 마음처럼 쉽게 되질 않는다. 선수들도 고민을 안고 있다.

훈련 중에 공격 전술을 세밀하게 잡아주는 것을 봤다. 역시 그런 고민인가.
빠르게 공간을 침투해서 공격을 해야 한다. 워낙에 중원에 좋은 선수들이 많고, 공격수들도 공을 주로 (뒤쪽으로) 나와서 받는 선수들이 많다. 측면에 빠른 공격수를 세워놨는데 침투를 안하니까 자꾸 지시하게 된다. 측면에서 속도 변화를 하는 축구를 추구한다. 부산아이파크전까진 어느 정도 나왔는데 안양전부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강조하고 있다.

공격수들의 쇄도를 강조하더라. 공격수들이 정적이란 뜻인가.
크로스 타이밍에도 그렇고, 먼저 스타트를 끊어줘야 공간도 생기고 그 다음 사람들도 들어갈 수 있다. 첫 공격수가 움직이지 않으면 빠져나갈 공간이 없다. 스타트를 해줘라, 그래야 다음 사람들이 따라갈 수 있으니까. 먼저 움직여야 컷백패스도 가능하다.

수비수 출신의 경험이 녹아든 것인가.
선수 때 경험을 했을 때 공격수들이 속도 변화를 하는 선수가 까다롭고 힘들다. 수비수는 따라가야 하고, 공격수들은 준비하고 있다가 먼저 움직이기 때문이다. 경험을 살려서도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이야기한다. ‘공격수들이 이렇게 움직일 때 힘들더라, 너희들도 그렇게 움직여라.’ 마음처럼 안되는 것은 서로 다 알고 있다. 그런 부분은 이해하고 하려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

국내 선수들은 화려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없다. 아쉬운 점은 없나.
외국인 선수들이 비싼 몸값을 받고 핵심 임무를 해준다. 대체로 스트라이커가 많다. 그 선수들이 왜 왔는지는 포인트로 증명할 수 있다. K리그 2에서 최다 득점자인 포프(부천)가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지금 있는 선수들로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미드필더만 보면 K리그1 구단도 부럽지 않을 아산 스쿼드. 안현범, 이명주, 주세종, 이창용, 고무열(왼쪽부터) ⓒ김태홍 기자

◆ 경찰청 축구단…경기장 밖에선 경찰, 피치 위에선 선수

신분이 경찰이다. 군기도 있나.
생활할 땐 있다. 하지만 운동장에선 없다. (선수들끼리 분위기도 좋고, 군대에서 보던 선후임 관계가 안 보이는 것 같더라.) 운동할 땐 프로 팀에서도 (위아래가) 없잖아요. 여기서도 없다. 규율, 규칙이 없다. 사실 군인 신분이다 보니 지켜야 할 것, 해야 할 것을 잘 알고 있다. 알아서 다 잘한다. 시간 약속이나. 시간만 알려주면 알아서 준비하고 차에 타 있다. 2시 출발이라고 하면 1시 50분이면 차에 타 있곤 하다.

아시안게임, 황인범이 금메달을 따면 조기전역할 수 있다. 앞으로 특급 선수 수급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아산 감독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김학범 감독님이 잘하실 거라 믿는다. (황)인범이도 그렇고 이번에 23세 이하(U-23) 대표 팀이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 금메달을 따면 좋은 선수들이 우리 팀에 오는 경우가 줄 수도 있지만, 한국 축구가 부활했으면 좋겠다. 2002년에도 선수 생활을 했지만, 경기장에 오면 정말 기분 좋게 운동장에 나서곤 했다. 지금은 아쉽다. 팬들도 적고, 응원 소리도 좀 작고. 야구처럼 축구 붐이 일어나서 선수들도, 구단 직원들, 지도자, 기자들도 신이 날 수 있으면 좋겠다. 뭔가 이슈가 자꾸 나오길 바란다. 리그보다도 대표 팀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금메달을 따서 전체적으로 관심이 커지면 좋겠다.

전역을 하고 또 새로운 선수가 올텐데.
미드필더는 빠진 선수들을 메울 선수들이 많다. 수비는 동계 훈련부터 조직력을 다져왔다. 수비수가 빠지면 시간이 부족해서 걱정이다. (이)창용이, (이)으뜸이도 그렇고. 하여튼 수비수들이 빠지는 게 문제다. 7월에 전역하는데 한참 달려야 할 때다. 다른 선수들이 잘해주길 바라야 한다.

아산 팬분들에게 팀을 홍보한다면.
아산은 K리그 1에서 원래 뛰던 선수들이 많고, 또 대표급 선수들도 많이 있다. 같이 소리 지르고,같이 웃고, 같이 울고. 첫 마음으로 경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경기장에 직접 찾아와서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A매치라도 한 번 치러서 아산 팬들에게 이슈를 안겨드리면 좋을 것 같다. 군경 팀이라 관심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산 팬분들이 그래도 관심을 갖고 많이 지켜봐주신다. 조금만 더 관심을 쏟아주시면 좋을 것 같다.

[영상] [SPO_STORY] 아산 박동혁 감독인터뷰① "김학범호 아시안게임 우승 가능"(K리그) ⓒ스포티비뉴스 이강유, 김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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