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점을 지켜보는 로마 선수들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운이 좋았다고? 우리는 상대 진영에서 더 많은 볼을 소유하고 그런 일(자책골)이 일어났다" - 제라르드 피케

FC바르셀로나는 5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열린 2017-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1차전 AS로마와 경기에서 4-1로 승리를 거뒀다. 2차전은 원정 경기로 치르지만 3골의 리드는 결코 작지 않다. 바르사는 4강 진출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섰다.

4득점 가운데 2골은 바르사 선수가 아니라 로마 선수가 자신의 골문에 집어넣었다. 로마전의 자책골은 경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0-0 상태로 잘 버티고 있는 상태에서, 두 번의 자책골로 순식간에 2골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 운이 좋았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바르사 선수들의 생각은 다르다. 좋은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자책골도 얻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페인 스포츠 신문 '마르카'에 따르면 로마와 경기 뒤 피케는 "운이 좋았다고? 우리는 상대 진영에서 더 많은 볼을 소유하고 그런 일(자책골)이 일어났다"고 단언했다.

UCL에서 바르사의 선수별 득점 분포를 보면 리오넬 메시가 6골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고, 이반 라키티치, 루카 디뉴, 파코 알카세르, 우스만 뎀벨레, 제라르드 피케, 루이스 수아레스가 1골씩 기록하고 있다. 자책골은 로마전 2골을 포함해 벌써 5골. 자책골(Own goal)은 이를테면 팀 내 '득점 2위'다.

자책골은 스스로(自)에게 책임(責)이 있는 득점이란 뜻이다. 자책골은 1차적으로 실수에 의한 것이 맞다. 하지만 피케의 항변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 날카로운 공격을 펼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수비수가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그럴 때 주로 실수가 나오고 득점이 이어진다. 이번 시즌 UCL에서 득점 2위를 달리는 바르사의 자책골엔 어느 정도 행운이 따랐을까. 영상과 함께 '팩트체크'해보자.



1. 시즌 첫 자책골을 얻어낸 것은 조별 리그 2차전 스포르팅CP전이다. 메시의 프리킥 크로스를 수비하려던 바스 도스트, 공격하려던 수아레스 모두 제대로 맞추지 못했고, 수비하던 코아테스의 몸에 맞고 골문으로 흘러 들어갔다. 말하자면 '스리쿠션' 득점. 분명 행운이었다.

2. 하지만 두 번째 자책골부턴 양상이 조금 다르다. 조별 리그 3차전 올림피아코스전에선 전반 18분 자책골을 얻었다.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제라르드 데울로페우에게 멋진 스루패스를 넣었고, 데울로페우는 지체하지 않고 원터치 크로스를 올렸다. 당황한 니콜라우가 공을 걷어내려다가 자신의 골망을 흔들고 말았다. 니콜라우가 없었다면? 뒤엔 메시가 대기하고 있었다. 워낙 공격 전개가 좋았고 득점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3. 세 번째 자책골은 다시 스포르팅과 치른 조별 리그 6차전에서 나왔다. 티키타카로 스포르팅의 압박을 벗어낫고 메시가 찔러준 패스, 그리고 데니스 수아레스의 절묘한 침투가 이어졌다. 가운데로 완벽한 크로스가 연결됐지만 득점자는 파코 알카세르가 아니라 제레미 마티외였다. 마티외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포르팅으로 이적했고, 최선을 다해 수비했지만 워낙에 크로스가 날카로워 어쩔 수 없었다. 마티외가 자신이 골문을 보고 수비할 수밖에 없었던 것 자체가 문제였다.

4. 로마전에서도 바르사가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지만 수비수가 한 발 먼저(?) 골을 터뜨렸다. 전반 38분 라키티치의 패스를 메시가 원터치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에게 리턴해주면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이니에스타는 다시 메시에게 공을 내줬고 로마의 수비 형태는 완전히 무너졌다. 메시에게 연결되는 패스를 빼앗으려고 데 로시가 먼저 태클을 한 것이 그대로 골대 구석으로 흘렀다. 물론 데 로시가 아니었다면 메시가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잡을 수 있었다.

5. 로마전 후반 10분에도 라키티치의 크로스가 사무엘 움티티에게 배달됐다. 움티티의 슛은 골대를 맞았지만, 공을 걷어내려고 몸싸움을 벌인 뒤 넘어진 수비수 코스타스 마놀라스의 몸에 맞고 공이 자신의 골문을 향했다. 약간의 불운이 섞였지만 바르사가 좋은 공격 전개를 펼친 것이 득점으로 연결됐다.

경기를 마친 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축구는 실수의 게임"이라면서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축구의 전설적인 선수 미셸 플라티니 역시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라면서 "모두가 완벽하면 득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다만 실수는 위험하고 다급한 상황에서, 여유를 잃은 상태에서 나온다. 바르사의 득점에 행운이 따른 것은 사실이지만, 실수를 '유도'한다는 말이 과언은 아니다. 바르사는 이번 시즌에도 메시를 중심으로 짜임새 있는 공격을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서 '득점 2위' 자책골이 탄생했다. 

바르사가 얻어낸 5번의 자책골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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