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에스밀 로저스가 국내 복귀전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넥센 히어로즈

[스포티비뉴스=고척, 김건일 기자] "로저스!, 로저스!"

2016년 5월 24일 고척스카이돔. 마운드를 내려가는 에스밀 로저스를 향해 3루 쪽 한화 원정 응원단이 외쳤다.

그로부터 669일이 지난 2018년 3월 24일 고척스카이돔에 로저스의 이름이 다시 울려 퍼졌다. 그런데 이번엔 반대쪽이었다.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개막전에서 로저스는 2년 전과 다르게 넥센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섰다.

운명의 장난처럼 넥센과 계약하면서 KBO 리그에 복귀한 로저스의 첫 상대는 한화. 2015년부터 1년 넘게 몸을 담았던 팀이다.

로저스는 2016년 팔꿈치 부상으로 한화에서 방출됐다. 팔꿈치를 수술하고 한화로 복귀하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웠지만 한화는 팀 케미스트리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어 그를 외면했다.

이날 로저스는 1회 연속 3안타로 선취점을 줬다. 2회 1점을 추가로 허용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이내 안정감을 찾았다. 고척 마운드에 적응한 듯 점점 제구가 아래로 낮게 깔리기 시작했다. 2015년 KBO 리그를 주름잡았던 패스트볼은 시속 150km를 연거푸 찍으며 포수 박동원의 미트에 힘 있게 꽂혔다. 날카롭게 깔리는 고속 슬라이더와 낙차 크게 떨어지는 커브도 위력적이었다.

로저스는 3회부터 6회까지 마운드를 무실점으로 지켰다. 4회와 6회엔 각각 삼진 2개를 섞어 삼자범퇴 이닝으로 마무리했다. 로저스의 다양한 투구 패턴에 한화 타자들은 초반과 달리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로저스는 6-2로 앞선 7회 2사 1, 3루에서 이보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1루 쪽에 자리 잡은 넥센의 관중석에서 로저스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로저스는 박병호와 파이팅 넘치게 인사한 뒤 모자를 벗어 관중들에게 흔들었다. 최종 성적은 6⅔이닝 8피안타 1볼넷 5탈삼진 3실점 2자책점. 장정석 넥센 감독이 바랐던 그 성적이다. 또 넥센 팬들이 기다렸던 고척의 에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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