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내야수 최주환은 계속해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지만, 확실한 보직은 아직이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내야수 최주환(30)의 포지션이 여전히 애매하다. 외국인 타자 지미 파레디스(30)가 변수다. 

올겨울 최주환은 한번 더 이를 악물었다. 어렵게 뗀 '백업'이라는 꼬리표를 깨끗이 지우고 싶었다. 최주환은 프로 데뷔 12년 만인 지난해 129경기 타율 0.301 OPS 0.794 7홈런 57타점으로 활약했다. 주전 2루수 오재원이 타격 부진에 빠진 틈을 파고 들었다. 

최주환은 꾸준히 타석에서 자기 몫을 해줬고, 오재원의 빈자리를 꽉 채우며 풀타임 첫해이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데뷔 첫 규정 타석과 3할 타율, 생애 첫 올스타 출전과 포스트시즌 만루포 등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추억에 빠져있고 싶지 않았다. 최주환은 풀타임 2번째 시즌을 준비하면서 "늦은 만큼 오래 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겨울 동안 흘린 땀은 그라운드에서 나타났다. 최주환은 시범경기 6경기에서 12타수 7안타(타율 0.583) 1홈런 6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개막 엔트리는 물론 베스트9에 이름을 올려도 손색 없는 활약이다. 

문제는 포지션이다. 두산은 올 시즌 오재원에게 다시 한번 주장을 맡겼다. 벤치나 클럽하우스에서 동료들을 이끄는 리더십을 인정해 내린 결정이다. 나아가 지난해 타격 부진을 빠르게 털고 일어나라는 뜻도 있다. 주장 완장을 찬 이상 가만히 벤치를 지키고 앉아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 지미 파레디스는 언제쯤 KBO 리그에 적응할까. ⓒ 한희재 기자
김태형 두산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최주환의 쓰임을 묻자 지명타자와 대타 카드를 언급했다. 그만큼 최주환의 타격을 높이 산다는 뜻이었다. 2루수로 뛸수도 있지만, 지명타자를 우선 순위에 뒀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동안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할 때 최주환을 6번 지명타자로 기용하며 마음을 굳혀 나갔다. 

최주환은 시범경기 동안 지명타자로 자리를 잡기에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 변수는 파레디스다. 파레디스는 스위치히터이자 내,외야 유틸리티 요원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수비는 내, 외야 모두 두산 기존 선수들의 실력에 못 미쳤고, 타석에서도 6경기 22타수 4안타(0.182)에 그쳤다. 안타 4개 가운데 3개가 2루타인 건 고무적이지만, 좀처럼 공을 맞추질 못했다. 

두산은 파레디스가 타격 만이라도 KBO 리그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수비 부담을 줄여야 했다. 타순은 2번에서 6번으로 내리고, 우익수 대신 지명타자로 기용하며 배려했다. 최주환은 자연히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두산은 시즌 개막 이후에도 당분간 파레디스를 지명타자로 기용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최주환으로선 답답한 상황이지만, 지금으로선 지난해처럼 기회가 왔을  때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며 포지션을 확정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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