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지석훈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LA 다저스 3루수 저스틴 터너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볼티모어와 메츠에서 '그저그런' 선수였다. 3루수와 2루수를 오가다 가끔은 유격수나 1루수도 봤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활약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 서른을 앞둔 2014년 다저스로 이적하면서 새사람이 됐다. 이제 누구도 다저스 이적 전의 터너를 말하지 않는다.

터너를 다시 태어나게 만든 건 레그킥의 완성이다. 덕 래타 코치와 함께 만든 이 '작품'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타율 0.303과 OPS 0.881, 71개의 홈런을 이뤘다. 그리고 KBO 리그에서 터너를 보며 선수 생활의 터닝 포인트를 기대하는 이가 있다. 바로 NC 내야수 지석훈이다.

지석훈은 지난해 9월 12일 두산전에서 불명예 기록을 썼다. 1경기 6타수 무안타 5삼진. 1경기 5삼진은 KBO 리그 최다 타이기록이다. 13일 두산전과 14일 삼성전에 교체 출전한 지석훈은 15일 내야수 이상호의 1군 등록과 함께 퓨처스 팀으로 이동했다.

다시 1군에 돌아온 지석훈은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 터너를 벤치마킹한 새 타격 자세로 재미를 봤다. 11타수 5안타 1홈런, 지석훈의 타율 0.455는 플레이오프 기간 10타수 이상 출전한 NC 선수 가운데 최고 기록이다.

당시 지석훈은 "아직 몇 경기 하지 않았다. 완전히 제 것이 아닌데 좋은 타구가 나와서 얼떨떨하다.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적응을 해야 한다"며 "바꾸기 시작한 건 9월에 부진해 퓨처스 팀에 갔을 때였다"고 변화의 계기를 설명했다.

▲ NC 지석훈 2017년 시즌 타구 발사각과 속도 ⓒ SPOTV NEWS 디자이너 김종래, 자료 정리 데이터사업파트 이경훈

NC와 2년 6억 원에 FA 계약을 맺은 지석훈은 스프링캠프에서 새 타격 자세를 완성하는 데 집중했다. 시범경기 기간 만난 지석훈은 "레그킥을 하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는 요령을 더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폼을 만든 구체적인 계기를 들어봤다. 그는 "처음에는 이도형 코치님이 스윙 궤도를 바꿔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셨다. 요즘 투수들은 종으로 떨어지는 공을 많이 던지는데, 예전 제 스윙은 다운 스윙이어서 맞는 면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궤도 수정을 하면서 올려 치면 면이 넓어질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다 영상을 보고 바꿔보면서 지금 스윙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파고들었다"고 얘기했다. 

아주 짧은 기간, 적은 사례지만 9월말 1군에 복귀한 뒤의 지석훈은 타격 자세 수정의 효과를 조금씩 보고 있었다. 먼저 발사각과 타구속도의 개선이다. 발사각 0도 미만 타구의 비율이 줄고, 0도에서 24.9도 사이 타구가 늘어났다. 타구 속도 역시 시속 95km 미만의 처리하기 쉬운 공이 사라졌다. 125.1km 이상 타구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 NC 지석훈 2017년 시즌 밀어친 타구 기록 ⓒ SPOTV NEWS 디자이너 김종래, 자료 정리 데이터사업파트 이경훈

"바꿔서 쳤을 때 밀어친 타구가 그 전보다 힘 있게 잘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왼쪽 당겨치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밀어치는 공의 질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지석훈은 자세 수정 이후 밀어친 타구의 변화를 가장 크게 느꼈다고 했다.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이 역시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밀어친 타구 비거리가 확실히 증가했다. 포스트시즌을 포함한 9월 15일 이후 밀어친 타구의 평균 비거리가 89.18m, 그 전에는 70.76m였다. 

지금까지 내야수 지석훈의 최대 강점은 여러 포지션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NC에서는 박민우가, 손시헌이, 박석민이 빠졌을 때 지석훈을 호출했다. 이제 지석훈은 새로운 타격 자세로 통산 타율 0.228, OPS 0.645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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