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드람 2017~2018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2차전 승리의 주역인 현대건설 한유미 ⓒ 수원체육관,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조영준 기자] "우리 팀은 지금 외국인 선수 못지않게 화려한 선수들이 많아요. (외국인 선수는) 지금 당장은 없지만 좋은 국내 선수들이 많기에 큰 경기에서 본인의 몫을 다해줬습니다. 그리고 IBK기업은행보다 부담감이 덜 했어요."

실업과 프로리그를 합쳐 18번째 시즌을 뛰고 있는 한유미(37, 현대건설)는 여전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한때 한국 여자 배구의 주공격수로 활약한 그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여전히 코트에 남아 있다. 무릎과 발목 그리고 어깨 부상이 잦은 윙 스파이커는 세터와 리베로 그리고 미들 블로커와 비교해 선수 생명이 짧다. 한유미는 과거 큰 부상을 입었지만 이를 이겨내며 여전히 선수로 생존했다.

그는 팀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구원투수로 맹활약했다. 한유미는 1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0점(서브 득점 2개 포함)을 기록했다.

한유미는 1세트에서 무너진 팀의 리시브를 다시 살렸다. 여기에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볼을 걷어 올리며 IBK기업은행의 에이스 메디슨 리쉘(이하 메디)의 범실을 유도했다. 주전으로 출전한 고유민 대신 출전한 한유미는 베테랑 선수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득점을 올린 뒤 환호하는 황연주(오른쪽)와 김세영 ⓒ 수원체육관, 한희재 기자

외국인 선수 없이 이긴 현대건설, 조직력의 중요성 증명

플레이오프 2차전은 IBK기업은행의 완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았다. 1차전에서 현대건설은 힘 한 번 쓰지 못하며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아직 팀에 녹아들지 않은 소냐를 빼고 국내 선수들의 조직력에 승부를 걸었다.

이러한 결단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날 경기에서 현대건설의 주축 선수들은 고른 활약을 펼쳤다. 양효진은 19점, 황연주는 16점, 한유미와 황민경은 10점 김세영은 9점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 시즌까지 삼각편대를 자랑한 IBK기업은행은 메디의 공격에 의존했다. 메디는 이날 두 팀 최다인 35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공격성공률은 40.74%에 그쳤고 중요한 상황에서 치명적인 범실을 했다. 메디는 16개의 실책을 범했다.

이도희 감독은 "국내 선수들의 조직력이 돋보였다. 한유미는 베테랑답게 제 몫을 다해줬다"며 "경기가 열리기 전 미리 투입될 것이라고 한유미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1세트에서 현대건설은 리시브가 흔들리며 세터 이다영과 공격수들의 호흡이 흔들렸다. 그러나 2세트부터 집중력이 살아났고 장점은 블로킹도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IBK기업은행의 살림꾼인 고예림이 급격히 흔들리며 추격의 기회를 잡았다.

▲ 플레이오프 2차전 4세트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서브 득점을 올린 뒤 눈물을 흘리는 이다영 ⓒ 수원체육관, 한희재 기자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선수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무너지는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지금은 혼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의 근질긴 수비에 메디는 실책을 연발했다. 자신이 때리는 코스에 현대건설 선수들은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격이 통하지 않자 그는 터치 아웃을 시도했지만 이 과정에서 범실이 쏟아졌다.

이도희 감독은 "다른 이유도 있지만 메디가 범실이 워낙 많아서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유미와 황연주 그리고 김세영은 코트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이다. 여기에 국가 대표 부동의 미들 블로커인 양효진도 많은 경험으로 노련미가 쌓였다.

양효진은 "언니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했다. 메디가 계속 터치 아웃으로 쳐내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다 보니 범실이 많이 나온거 같다. 우리가 수비를 잘해서 그런 거 같다"고 덧붙였다.

운명의 3차전도 국내 선수들의 조직력 앞세운다.

플레이오프 3차전은 21일 화성종합센터체육관에서 열린다. 홈에서 열리는 경기이기에 IBK기업은행이 유리한 점이 많다. 노장 선수들이 많은 현대건설은 체력이 우선 과제가 됐다.

한유미는 "만약 5세트까지 갔다면 우기가 질 거 같았다. 무조건 4세트에서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그는 "우리 팀은 연령이 높은 선수가 많다. 경험적인 부분에서는 우리가 유리하지만 체력이 부담이다. 전술 전력보다 체력이 우선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양효진은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볼 하나하나에 악착같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 수원체육관, 한희재 기자

이도희 감독은 3차전에서도 외국인 선수 소냐 대신 국내 선수들의 조직력에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일(20일)은 회복 훈련을 하고 다음 경기에서는 한유미를 스타팅 멤버로 고민하겠다. 고유민 등도 컨디션을 고려하겠다.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스타팅으로 내보내겠다"고 전했다.

IBK기업은행은 2차전에서 큰 경기에 강했던 예전의 경기력을 펼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큰 경기 경험이 이번이 처음인 고예림과 최수빈, 리베로 노란 등이 걱정이다. 2차전에서 9점에 그쳤던 대들보 김희진의 선전도 시급하다.

그동안 IBK기업은행은 큰 경기에서 승자가 될 때가 많았다. 극적으로 2차전을 잡은 현대건설은 정규 리그부터 이어온 7연패를 끊고 사기가 올라갔다.

이도희 감독은 "1차전에서는 상대 서브가 강해 경기가 안풀렸다. 3차전도 서브 싸움이 될 것 같다. 리시브가 얼마나 잘 버티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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