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비야전 패배 직후 무리뉴 감독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주제 무리뉴 감독의 전술은 뻔했고, 이는 패착이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4일(한국 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2017-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세비야에 1-2로 패했다. 맨유는 1,2차전 합계 1-2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선수 구성에 다소 애를 먹은 맨유다. 폴 포그바가 훈련 중 부상으로 선발 출전할 수 없었다. 평소 4-3-3을 즐겨 쓰는 무리뉴 감독은 변화를 줄 수밖에 업었다. 그 선택은 마루안 펠라이니였다.

무리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큰 틀에서 보면 4-3-3과 차이는 없지만 세부적으로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중앙에 제시 린가드를 투입하고 그 뒤에 네마냐 마티치, 펠라이니를 기용했다.

더블 볼란치가 아닌 마티치에게 수비 임무를 전담시키고 펠라이니가 위로 올라갔다. 펠라이니의 머리를 이용해 세컨드 볼을 노리겠다는 생각이 다분했다. 대신 마티치의 부담을 덜기 위해 린가드가 종종 하프라인 까지 내려오면서 공을 받았다.

예상대로 경기가 진행됐다. 맨유는 역습 및 공격 과정에서 펠라이나가 페널티박스 안까지 올라갔고, 펠라이니의 머리를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나름 괜찮게 되는 듯 했다. 전반 33분 역습 과정에서 펠라이니가 상대 진영 깊숙히 올라갔고, 린가드가 크로스를 올려 펠라이니의 머리를 노렸다. 펠라이니는 헤더를 따면서 세컨드 볼을 만들어 줬으나 수비에 막혀 슈팅까지 연결되지 않았다.

전반 38분에는 특유의 힘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를 밀치고 공을 따내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펠라이니 특유의 힘이 빛난 순간이었다.

무리뉴 감독의 의도에 펠라이니는 부응했다. 좋은 활약까지는 아니지만 무리뉴 감독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하지만 펠라이니를 활용한 단순한 전술의 한계가 노출됐다.

펠라이니가 선발 명단에 들어있을 때부터 이 전술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크로스->펠라이니 머리->세컨드 볼-> 주위 선수가 잡아 슈팅'

▲ 포그바(왼쪽) 교체되는 펠라이니, 교체된 포그바도 별 활약을 하지 못했다.
펠라이니가 선발로 나올 때 사용되는 전략이다. 단순히 크로스를 올려 제공권이 좋은 선수의 머리를 노리는 전략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후반 중반 조커로 투입돼 단시간에 골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유용하지만 처음부터 사용하기에는 단순한 면이 많다. 세비야 수비수들도 하나로 좁혀진 선택지에 편하게 경기를 했다. 그렇다고 맨유가 적극적으로 나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수비수들은 여러 생각 없이 경기를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중앙에서 미드필더들과 공격수를 연결해야 하는 임무를 린가드가 뛰어나게 한 것도 아니었다. 스피드와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이지 경기 운영과 조욜, 패스가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보니 펠라이니의 머리를 사용하는 것 외에 다른 전술이 나오지 못했다.

더불어 혼자서 수비를 책임져야 했던 마티치의 부담도 컸다. 그나마 에릭 바이가 수비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펠라이니 선발 기용은 맨유의 단순한 전술 한계를 드러냈다. 주전술이 풀리지 않는다면 '플랜 B'가 있어야 했지만 펠라이니를 뺄 때까지 먹히지 않는 전술이 계속 사용됐다.

무리뉴 감독은 펠라이니를 빼고 포그바를 투입했지만, 부상 여파가 있던 포그바였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교체 기용에 있어서도 의문이 남는다. 굳이 부상이 있는 포그바를 투입하기보다 리버풀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후안 마타를 먼저 투입하는 것이 나을 수 있었다.

맨유는 선제 실점 후 후안 마타와 앙토니 마시알을 동시에 투입했다. 하지만 교체 직후 분위기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실점을 하는 등 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원정에서 0-0으로 비겼기 때문에 맨유나 세비야나 먼저 실점할 경우 패할 확률이 높았다. 때문에 평소 수비적은 운영을 하는 맨유는 더욱 조심스럽게 나설 수 밖에 없었고 이는 단순한 전술을 선택하는 이유가 됐다. 이유가 있었지만 경기 초반부터 단순한 크로스에 이은 세컨드 볼을 노리는 전술은 확실한 패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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