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에이스는 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이쯤되면 전천후 손흥민(토트넘)이다.

손흥민이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12일(한국 시간) 영국 본머스의 딘 코트에서 열린 2017-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본머스전에 선발 출전해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의 4-1 대승을 이끌었다. 최근 4경기 연속골이다. 이 기간 기록한 공격포인트만 7골 1도움이다.

이날 한가지 특징은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의 부상이었다. 케인은 전반 29분 슈팅을 시도하다 골키퍼와 충돌했고 고통을 호소했다. 절뚝거린 케인은 결국 5분 후 에릭 라멜라와 교체됐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원톱' 손흥민이었다. 교체 명단에 스트라이커인 페르난도 요렌테가 있었지만 라멜라를 투입하고 손흥민을 원톱으로 세웠다. 요렌테의 부진이 심하다보니 라멜라를 투입하고 손흥민을 올리는 선택을 했다.

손흥민의 주포지션은 측면, 또는 다른 한 명의 스트라이커와 호흡을 맞추는 투톱이다. 하지만 이날은 원톱도 가능해 자리에 구애받지 않는 전천후 공격수라는 가치까지 증명했다.

전반만 보면 포체티노의 전략은 적중하지 않는 듯 했다. 선제골을 줬고 케인이 빠지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델레 알리의 동점골이 터졌지만 전체적으로 경기 운영이 원활하지 못했다. 손흥민이 가운데에 있다가 알리가 중앙으로 오면 측면으로 옮기는 방식의 전략이 사용됐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 손흥민
하지만 후반에 원톱 손흥민의 진가가 나타났다. 후반 9분 역습 과정에서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수와 충돌해 페널티킥을 얻을 수 있었지만 심판의 휘슬이 불리지 않아 무위에 그쳤다. 하지만 좋은 움직임이었다.

이어 후반 17분 손흥민의 역전골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알리가 왼쪽 페널티박스에서 올려준 공을 손흥민 잡지 않고 발리 슈팅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상대 수비수가 달려들 수 있는 상황에서 바로 슈팅을 시도하는 판단력이 빛났다.

멀티골 장면에서도 최전방 손흥민의 활약이 빛났다. 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라인을 올린 본머스 수비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 역습 과정에서 공격이 전개되자 지체없이 가운데로 뛰었고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놓치지 않고 패스를 넣었다. 손흥민은 그대로 질주해 골키퍼까지 제치고 완벽한 골을 넣었다. 역습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스트라이커 본능이 빛을 발했다.

이날 토트넘은 4-1로 승리했다. 스코어 상으로 보면 대승이지만 내용은 아니었다. 점유율에서는 앞섰지만 슈팅에서는 12대 14로 오히려 밀렸다. 본머스가 역전을 허용하면서 조슈아 킹, 조던 아이브, 저메인 데포 등 공격수를 잇따라 투입하며 뒤가 없는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중원의 댄 고슬링과 루이스 쿡도 토트넘의 빅토르 완야마, 무사 뎀벨레 조합과 대등하게 맞섰다.

특히 이날은 토트넘 풀백들의 경기력이 평소와 달리 좋지 않았다. 세르지 오리에는 골을 넣긴 했지만 왼쪽의 대니 로즈와 함께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특히 크로스의 질이 떨어졌다. 오리에와 로즈의 크로스는 허공을 향해 날아가 골 라인 뒤로 넘어가는 장면이 나올 정도였다. 이가운데서도 손흥민은 멀티골을 넣었다. 엄밀히 따지면 토트넘의 전체적인 조화보다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으로 만든 승리였다.

그렇기 때문에 원톱 손흥민의 활약이 더욱 빛났다. 크로스의 질은 떨어지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트라이커 케인이 갑작스럽게 빠진 상태에서 손흥민은 경기를 뒤집었고,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영상] '오늘도 MOM' 손흥민, 본머스전 활약상 ⓒ 스포티비뉴스 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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