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산드라 트루소바가 각종 대회에서 따낸 메달을 들고 있다. ⓒ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인스타그램 캡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그동안 남자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한 경기에서 두 번 성공시킨 선수가 등장했다.

러시아의 13살 천재 소녀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는 11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 아르믹 아레나에서 열린 2017~2018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2.35점 예술점수(PCS) 61.14점을 합친 153.49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72.03점과 합친 총점 225.52점을 받은 트루소바는 207.39점을 기록한 알레나 코스톨나야(러시아)를 무려 18.13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경기에서 트루소바는 4회전 점프를 두 번 시도했다. 첫 번째 점프로 쿼드러플 살코를 뛴 그는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이 기술로 트루소바는 기초 점수 10.5점에 수행점수(GOE) 2점을 추가해 12.5점을 받았다.

이어진 점프를 쿼드러플 토루프였다. 기초 점수 10.3점인 쿼드러플 토루프도 깨끗하게 뛰었고 수행점수 0.57점을 챙겼다.

트루소바는 프로그램 전반부에 4회전 점프를 두 번이나 뛰었다. 후반부에도 어려운 점프 구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플립 + 하프 루프 + 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 트리플 러츠 + 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더블 악셀을 모두 실수 없이 해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인스타그램 캡쳐

세 가지 스핀 요소(플라잉 체인지 스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도 모두 최고 등급인 레벨4를 기록했다.

이날 트루소바가 도전한 프로그램 기술 난이도는 주니어는 물론 시니어 여자 싱글을 통틀어 가장 어려웠다. 남자 싱글 정상급 선수들과 맞먹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이러한 요소로 가득 찬 프로그램을 클린한 그는 주니어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역대 최고 점수인 153.49점을 받았다.

총점 225.52점도 주니어 여자 싱글 최고 점수였다. 여자 싱글 역대 최고 점수는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8, 러시아)가 지난해 4월 ISU 팀 트로피 대회에서 기록한 241.31점이다. 2위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알리나 자기토바(15, 러시아)가 세운 239.57점이다. 동메달리스트인 케이틀린 오스먼드(21, 캐나다)가 평창 올림픽에서 받은 231.02점이 그 뒤를 잇고 김연아(28)가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기록한 228.56점은 역대 4위에 해당한다.

트루소바가 이날 기록한 225.52점은 김연아의 점수에 이어 역대 5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트루소바는 여자 싱글 역사상 처음으로 4회전 점프를 두 번 성공시켰다. 그동안 4회전 점프는 여자 선수에게 '금단의 기술'로 여겨졌다. 그러나 트루소바는 4회전 점프의 벽을 넘어섰다.

여자 선수 가운데 최초로 4회전 점프를 뛴 이는 안도 미키(31, 일본)다. 그는 2002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쿼드러플 살코를 처음 성공시켰다. 2003년 전일본선수권대회 주니어부에서도 이 점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후 단 한 번도 4회전 점프를 정복하지 못했다.

▲ 주니어 시절, 여자 싱글 최초로 4회전 점프(쿼드러플 살코)를 뛰었던 안도 미키 ⓒ GettyIimages

안도의 쿼드러플 살코는 회전수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또한 주니어 시절 잠깐 시도했다는 이유로 가치가 떨어졌다.

이와 비교해 트루소바의 4회전 점프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점프를 인정받은 것은 물론 쿼드러플 살코는 2점의 높은 수행점수를 챙겼다. 곧바로 쿼드러플 토루프까지 성공시켰다는 점은 경이적이다. 이제 겨우 13살의 소녀가 4회전 점프를 뛰었다는 사실은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기념비적인 일이다.

트루소바는 올 시즌 ISU 주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두 번의 그랑프리(오스트리아, 벨라루스)에서 우승했고 지난해 12월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는 연습에서 4회전 점프를 뛰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트루소바는 올 시즌 봉인했던 4회전 점프를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시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자기토바에 이은 또 한 명의 '괴물'의 탄생을 알렸다.

2004년 6월 23일에 태어난 트루소바는 같은 해 5월 27일에 태어난 유영(14, 과천중)과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최연소였다. 트루소바의 4회전 점프 성공으로 여자 싱글도 본격적인 '고난도 점프 전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체형 변화를 극복하고 4회전 점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안도도 시니어 무대에서는 4회전 점프를 단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다. 

▲ 유영 ⓒ 곽혜미 기자

유영은 한국 여자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4회전 점프에 도전했다. 그는 2016년 11월 열린 제18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꿈나무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살코를 시도했다. 당시 이 점프는 다운그레이드 판정이 지적되며 인정받지 못했다. 이후 유영은 시간이 생기면 간간이 이 점프를 연습한다고 밝혔다.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한 유영은 총점 171.78점으로 9위에 올랐다. 임은수(15, 한강중)는 185.12점으로 5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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