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해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진해수는 지난해 LG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시즌 75경기에 등판해 24홀드를 기록하며 홀드왕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그가 개인 타이틀을 딴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평균 자책점이 2016년 시즌 4.67에서 지난해 3.93으로 크게 떨어졌을 만큼 큰 변화를 만들어 낸 진해수였다. 단순히 홀드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 자체가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진해수는 그 비결 가운데 하나로 "원하는 순간에 땅볼을 유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그런데 기록은 반대로 가고 있었다. 2016년 시즌 땅볼/뜬공 비율은 1.44였지만 지난해에는 1.22로 낮아졌다. 하지만 진해수는 "싱커에 대한 자신감이 붙으며 정면 승부가 늘어난 것이 비결"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진해수는 2016년 시즌 9이닝당 볼넷이 6.17개로 많았지만 지난해 2.56개로 눈부실 정도의 성장을 보였다. 이닝당 출루 허용 수(WHIP)도 1.74에서 1.27로 대폭 낮아졌다. 도망가지 않고 정면 승부를 많이 했다는 게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홀드왕 경쟁을 펼쳤던 5명의 선수가 2스트라이크 이후 어떤 구종을 주로 쓰며 승부를 걸었는지를 조사한 데이터다. 진해수는 5명의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10%의 싱커를 썼다.

홀드를 책임지는 선수들 역시 불펜 투수인 만큼 빠른 공으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진해수는 맞춰 잡는 승부에 눈을 떠 좋은 결과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와 맞닥뜨리게 된다. 진해수가 싱커로 큰 재미를 본 투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진해수는 지난해 싱커를 던져 피안타율이 4할2푼1리나 됐다. 표본이 다소 적기는 하지만 싱커가 상대의 방망이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은 알 수 있는 데이터다.

그럼에서 진해수는 싱커를 자신의 주 무기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분명 큰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진해수는 "지난해부터 싱커를 일정한 포인트에서 놓을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결정구로 싱커를 많이 쓸 수 있게 됐다. 싱커를 던지면 땅볼이 늘어나며 큰 것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피안타율이 높았다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일단 싱커를 던지면 그라운드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른 공은 땅볼 유도가 쉽지 않지만 싱커는 땅볼 비율이 매우 높다. 일단 땅볼을 유도해 놓으면 야수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또 상대에게 내가 싱커가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것 만으로도 다른 구종들이 힘을 받는다. 상대 타자의 머리를 복잡하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진해수의 싱커 BAPIP은 4할4푼4리나 됐다. 일단 대부분의 타구가 그라운드 안에서 해결이 됐다는 뜻이다. 넓은 잠실벌을 잘 활용하며 땅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확실한 구종 하나가 진해수에게 생긴 셈이다.

진해수는 삼진을 잡을 땐 철저히 싱커를 숨겼다. 삼진 그래픽을 보면 싱커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루킹 삼진 그래픽을 보면 진해수는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단순한 배합, 대신 다양한 코스를 공략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헛스윙 삼진 그래픽이다. 우타자에겐 패스트볼 로케이션, 좌타자에겐 슬라이더를 많이 썼다는 걸 알 수 있다. 역시 싱커는 찾아보기 힘들다.

싱커는 삼진을 잡기 어려워졌을 때 선택하는 마지막 카드였던 셈이다. 그 카드에 대한 자신감이 상승하며 진해수는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었다.


진해수는 "반짝하는 선수가 아니라 꾸준한 선수가 돼야 한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유지는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올 시즌 내가 타자들과 승부를 거는 데 싱커가 큰 힘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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