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봅슬레이 대표 팀은 평창 동계 올림픽 은메달 획득에도 웃지 못했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방이동, 맹봉주 기자] 은메달의 기쁨보단 앞으로의 걱정이 더했다.

한국 봅슬레이의 희망으로 떠오른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과 원윤종(33)-전정린(29)-서영우(27)-김동현(31)으로 구성된 봅슬레이 4인승 대표 팀이 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파크텔 회의실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봅슬레이 대표 팀은 불과 열흘 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봅슬레이에서 은메달을 따는 영광을 맛봤다. 전통적인 봅슬레이 강국인 독일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최종 기록 공동 2위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기자간담회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의 영광과 은메달 소감,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정작 기자간담회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예산 부족으로 평창 동계 올림픽을 치뤄낸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됐고 최근엔 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상비군 및 외국인 코치들이 모두 해체됐기 때문이다. 먼저 이용 총감독이 이 부분에 대해 정부와 대한체육회에 강력히 호소했다.

“평창이 끝이 아니다. 4년 후 베이징 올림픽은 제2의 평창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대한체육회의 구체적인 경기장 사후 관리와 선수 유지 계획이 나와야 한다.”

“우리가 열심히 메달을 따서 국가에 헌납한 만큼 정부도 빨리 선수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선수들은 할 만큼 했다. 스켈레톤에서 금메달, 봅슬레이에서 은메달이 나왔다. 선수들이 무슨 잘못이냐.”

“스켈레톤이나 봅슬레이는 실업팀이 먼저 생기고 대학 팀, 고등학교 팀이 그 다음 생긴 역구조다. 이에 정확한 육성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윤성빈 금메달 후에도 인터뷰했지만 결국은 돈 문제다.”

▲ 은메달을 들어보이는 한국 봅슬레이 대표 팀 ⓒ 한희재 기자
쓴 소리의 연속이었다. 선수들 역시 앞으로의 걱정에 한 목소리를 냈다. 봅슬레이 대표 팀의 맏형 원윤종은 “국내에서 봅슬레이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은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가 유일하다. 하지만 그곳을 이용할 수 없다하면 경기력에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며 “슬라이딩 센터가 폐쇄되면 이제 싹이 튼 봅슬레이, 스켈레톤이 죽어버릴까 걱정된다. 평창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낸 만큼 앞으로도 자신있다. 마음껏 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현은 “지난 10년 간 많은 변화를 통해 봅슬레이가 발전하는 모습과 희망을 봤다. 경기장이 폐쇄되는 건 1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과 같다. 이제야 어떻게 해야 우리가 잘할 수 있는지 알게 됐는데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게 많이 안타깝다. 확실한 발전 방안이 나온다면 우리 선수들도 더 열심히 할 수 있다”고 했다.

전정린도 “봅슬레이 4인승에서 은메달은 우리 넷이 딴 게 아니다. 팀이 만든 거다. 경기에 나가지 못한 상비군 선수들도 열심히 훈련을 도와줬다. 하지만 3월부터 몇몇 상비군 선수들의 참여가 힘들다고 들었다. 그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고 말했다.

투자없는 결실은 없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봅슬레이의 불모지라 불렸던 한국이 올림픽 은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룩한데는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봅슬레이 대표 팀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평창 동계 올림픽 이후 줄어든 관심과 지원에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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