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듀브론트.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LG 맏형 박용택은 스프링캠프에서 인기가 좋다. 단순히 팀 내 최고 인기 선수이기 때문이 아니다. 선수 보는 눈이 정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 젊은 해설자들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그에게 새로운 선수, 특히 외국인 선수에 대한 평가를 묻곤 한다. 그 바탕 위에 자신의 생각을 더하면 평가가 훨씬 수월해진다.

같은 관점에서 그에게 롯데 외국인 투수 듀브론트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듀브론트는 오키나와에서 가장 관심 있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듀브론트에 대한 높은 평가를 하는 전문가들이 그만큼 많았다.

하지만 박용택은 그와 상대를 해본 뒤 "일단 평가를 유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듀브론트는 LG와 연습 경기에서 부진했다. 결과보다 내용이 좋지 못했다. 제구가 흔들렸고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도 보여 주지 못했다.

1.2이닝 3실점. 안타도 맞았고 수비 실책 이후 흔들리는 투구도 했다. 볼넷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경기를 끌고 가지 못한다는 인상을 보여 줬다.  

패스트볼 26개 커브 9개 체인지업6개 투심 패스트볼 5개 등 첫 등판 때보다 다양한 구종을 던졌지만 어느 구종도 확실하게 우위를 보여 줬다고 할 수 없었다.

실점이나 실책 이후 흔들리는 투구를 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롯데는 그에게 2선발 이상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후 만난 박용택은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듀브론트가 어떤 투수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는 그가 뭔가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나 김현수와 승부에서 몸쪽 깊은 공을 자주 보여 줬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였다. 실제 박용택은 이날 볼넷을 얻어 출루 했는데 볼 4개가 모두 뒤로 물러나야 하는 몸쪽 공이었다.

박용택은 "왼손 투수로서 상대 주력 왼쪽 타자에게 몸쪽 승부를 한다는 걸 보여 주는 건 의미가 있다. 다음 타석에 들어설 때는 아무래도 몸쪽을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맘 놓고 몸쪽으로 들어오지는 말라는 사인일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나온 볼넷이라면 의미가 크지 않다. 다음 타석 승부를 해 봐야 진짜를 알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고 단순히 제구가 안된 공이었다면 평가는 박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듀브론트도 경기 후 여러 가지를 테스트해 본 경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공은 전반적으로 괜찮았는데 체인지업 제구가 좋지 않아 많이 던지지 않았다. 낮게 던지려 했고 타자들 스윙 스피드에 따라서 구종을 선택했다. 편하게 던지면서 타자들을 연구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듀브론트의 이날 투구가 실제 타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테스트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롯데의 희망은 꺼지지 않는다.

과연 어떤 내용의 듀브론트가 진짜일까. 이제 그 본모습이 드러나는 데 그리 긴 시간은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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