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팬들을 향한 포즈를 부탁하자 메릴 켈리는 손가락 하트를 그렸다. ⓒ김건일 기자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건일 기자] 스윙 하나로 점수를 빼앗을 수 있는 홈런 타자들과 대결은 투수들에게 큰 부담.

그래서 SK 타선은 '지뢰밭'이라고 불린다. 지난 시즌 홈런왕 최정을 비롯해 홈런 10위 안에 든 선수만 3명. 어퍼 스윙을 장착하고 상하위 타선 가릴 것 없이 홈런포를 날려 댔다. 지난해 SK 타선은 팀 홈런 234개로 2003년 삼성을 넘어 KBO 리그 역대 최다 팀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SK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는 경기당 7.06점을 지원받았다. 16승 7패 평균자책점 3.60으로 커리어하이를 새로 썼다. 그는 지난해 활약을 돌아볼 때마다 타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6일 SK와 LG의 연습경기에서 SK 타자들을 지켜보던 켈리는 이렇게 말했다.

"힐만 감독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많은 점수를 줘도 타자들을 보면 힘이 생긴다. 공격력이 좋기 때문에 타자들이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투수로서 크게 느껴진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투수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올 시즌 SK는 제이미 로맥과 한동민이 풀 타임 시즌을 준비하고 지난 시즌 20홈런을 넘긴 김동엽을 비롯해 최승준 정의윤 등 오른손 타자들의 장타력 발전에 기대를 건다. 최근 3차례 연습 경기에서 홈런 9개를 몰아쳤다. 스프링캠프 6경기에서 11홈런으로 지난해 페이스를 능가한다.

만약 SK 타자들을 상대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켈리는 "어렵다"며 "홈런 타자들이 많으니까 최대한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싸워야 하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지난해 SK는 경이로운 홈런 기록을 쓰면서도 팀 득점은 761점으로 리그 5위다. 낮은 출루율이 원인으로 꼽힌다. SK의 팀 출루율은 0.341로 뒤에서 3번째.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솔로 홈런이 많았다"며 출루율을 높이면 득점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켈리는 "타자들이 출루를 많이해서 주자들이 쌓여 있을 때 홈런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3년 동안 켈리는 매 시즌 30차례 이상 선발 마운드를 꾸준하게 지켰고 36승 25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했다. '여권을 뺏어야 한다'는 SK 팬들의 아우성 속에 SK에서 4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켈리는 "내 꿈은 거창하지 않다. 나에겐 모토가 있다. '전보다 잘하자는 것'이다. 지난 3년을 거치면서 괜찮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하지만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지겠다는 뜻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투수들도 이와 같은 생각으로 뭉친다면 다 같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팀도 우승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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