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나종덕 ⓒ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차근차근 단계를 밟을 수도 있었지만 환경이 허락하지 않았다. 미래의 안방마님으로 꼽히던 롯데 포수 유망주 나종덕이 당장 주전 혹은 그에 준하는 백업 포수로 시즌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잘 풀린다면 '제2의 강민호' 같은 성공 사례를 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몇 시즌이나 주전 포수 공백을 메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 이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이적이 성사됐다. 21일 삼성은 FA 포수 강민호와 4년 총액 80억 원에 사인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강민호 영입을 발표하기 3분 전 롯데는 80억 원을 제시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주축이 될 투수들과 함께 성장할 포수를 육성하고, 다른 FA선수를 비롯한 여러 방향의 전력보강과 세대교체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쏟은 물을 주워담을 수는 없다. 새로 물을 채우면 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올해 강민호는 129경기(120경기 선발)에서 1,032⅔이닝 동안 마스크를 썼다. 10개 구단 포수 가운데 최다 이닝이다. 그만큼 백업 포수의 몫이 크지 않았던 팀이 롯데다. 

▲ 롯데 김사훈 ⓒ 한희재 기자
백업 포수로는 김사훈(55경기 239⅔이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공격력에서는 백업 포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타율 0.187 출루율 0.250 장타율 0.224로 타석에서의 생산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수준. 게다가 전임자가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지닌 포수였다는 점에서 주전 공백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올해 단 5경기 출전에 그친 신인 포수 나종덕에게 시선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롯데로서는 나종덕이 '제2의 강민호'가 되는 게 최선이다. 강민호도 입단 첫 해인 2004년에는 1군에서 단 3경기에 나왔다. 그러나 2005년에는 무려 104경기에 출전했고, 2006년에는 126경기 410타수로 완전한 주전 포수가 됐다. 2005년 양상문 전 롯데 감독(현 LG 단장)이 뿌린 씨에 2006년 강병철 전 감독이 물을 뿌렸고, 2008년 이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수확했다. 

그러나 이 '나종덕 이병 구하기'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팀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김사훈과 안중열, 내년 시즌 막판 돌아올 김준태(상무) 등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파악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삼성의 20인 보호 명단에서 빠진 포수를 영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경우 FA 조인성을 SK에 내주고 김태군마저 특별지명으로 NC에 넘긴 뒤, 주전 안방마님이 뚜렷하지 않았던 LG의 시행착오가 롯데에서 되풀이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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