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포수 강민호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미식 축구에 쿼터백이 있다면 야구에는 포수가 있다. 투수와 호흡을 맞출 뿐만 아니라 경기 전체를 이끄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어떤 포지션보다도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리가 바로 포수다. FA든 트레이드든 주전 포수가 이적하는 일이 많지 않은 이유다. 롯데에서만 14년 동안 뛴 강민호의 삼성 이적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21일 오후 강민호와 4년 총액 80억 원에 사인했다고 발표했다. 2004년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2차 3라운드 전체 17순위로 지명돼 14년 동안 안방마님으로 활약했던 강민호는 부산이 아닌 대구에서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강민호는 롯데에서 1,495경기에 나와 타율 0.277, 218홈런 778타점을 올렸다. 무릎과 허리 등 포수에게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는 부상이 계속됐지만 올해 129경기 1,032⅔이닝 동안 마스크를 쓰며 책임감을 발휘했다. 

역대 FA 야수 이적 사례 37번 가운데 포수가 팀을 옮긴 경우는 강민호를 포함해 5번이다. 내야수가 21번, 외야수가 11번 있었다(한 선수가 두 차례 이적한 경우 포함). 가장 먼저 2000년 포수 김동수가 LG에서 삼성으로 3년 8억 원의 조건에 이적했다. 2003년에는 박경완이 현대에서 SK로 4년 22억 원에 사인했고, 2012년에는 조인성이 LG에서 SK로 팀을 옮기면서 3년 19억 원에 계약했다. 2016년에는 정상호가 SK에서 LG로 이적할 때 4년 32억 원에 합의했다. 

포수의 FA 이적이 드문 건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숫자다. 투수 포함 라인업에 들어가는 10명 가운데 유일한 포지션이고, 등록 선수 숫자도 내야수와 외야수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적다. 1군 엔트리 기준으로 한 팀에 많아야 3명을 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팀에서 군침을 삼킬 만한 선수 자체가 적을 수 밖에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전력 누출이다. 사인이야 바꿀 수 있는 문제라지만 투수들의 상태, 특히 경기 당일의 컨디션을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건 역시 포수다. 투수력이 팀의 전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주전 포수를 내주는 건 치명타로 돌아올 수 있다. 롯데가 강민호와의 협상 결렬 소식을 전하면서 "중요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팀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표현한 건 당연한 일이다. 

한편 삼성은 강민호 영입에 성공한 뒤 "구단은 리빌딩을 기조로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며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도약을 위해 중심을 잡아줄 주력 선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포지션의 중요도와 경험, 실력을 두루 갖춘 강민호를 영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