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이 좌절된 이탈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누구에게도 당연한 월드컵은 없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역대 우승을 경험한 8개국 중 이탈리아가 유일하게 초대받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유럽 플레이오프에서 1무 1패를 기록,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예선전에서 탈락한 뒤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14번의 월드컵 본선에 연속으로 출전했고, 통산 4회 우승(1934년, 1938년, 1982년, 2006년)으로 역대 최다 우승 2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전통의 강호다. 

이탈리아, 스웨덴과 묘한 악역
유럽 예선서 단 2패 하고 탈락하다

인연이 묘하다. 60년 전 이탈리아는 스웨덴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가지 못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예선전에서는 스웨덴을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탈리아는 유럽 예선 G조에 스페인과 함께 배정되며 암운이 드리웠다. 유럽 예선은 A~I조 9개조 1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9개 조 중 성적 최하위 1개 팀을 제외한 8개 팀이 플레이오프를 벌여 4개 팀이 추가로 본선에 오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탈리아는 G조 예선에서 7승 2무 1패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스페인에 1무 1패를 당해 2위가 됐다. 스페인 원정에서 0-3 완패를 당하며 선두 경쟁에서 밀렸다. 예선 막판에 마케도니아에 패하면서 승점 차가 더 벌어졌다. 스페인은 이탈리아 원정 무승부 외에 9경기에서 승리해 9승 1무의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이탈리아는 예선에서 단 1패 만 기록했으나 플레이오프로 내려갔다. 승점 23점을 번 이탈리아는 B조의 스위스(9승 1무, 승점 27점)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낸 팀이었다.

예선전 성적은 플레이오프에서 유리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대진표는 FIFA 랭킹 순으로 배정됐다. 포트1에 강호가 몰렸다. 예선 성적이 좋은 스위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11위와 15위로 높은 순위였다. 18위 크로아티아, 19위 덴마크를 피했다. 포트2는 북아일랜드(23위), 스웨덴(25위), 아일랜드(26위), 그리스(47위)로 구성됐다. 이탈리아는 네덜란드를 3위로 밀어내며 탈락시킨 스웨덴을 만났다. 포트2에서 가장 강한 팀. 가장 피하고 싶은 팀을 만난 것이다.

스페인에 이어 스웨덴을 만난 것은 이탈리아의 예선 두 번째 불운이었다. 이탈리아는 솔나에서 치른 스웨덴 원정에서 전반 이른 시간 치로 임모빌레의 결정적 헤더 슈팅이 골문 옆으로 벗어난 게 아쉬웠다. 득점 기회가 없지 않았으나 후반 16분 야콥 요한손의 중거리 슈팅이 이탈리아 수비를 맞고 굴절되며 잔루이지 부폰이 어쩔 수 없게 만들었다. 0-1로 석패했다. 밀라노에서 열린 2차전 홈경기에서 작심한 스웨덴 수비를 뚫지 못해 0-0으로 비겼다.

역대 우승국, 12년 만에 본선 불발
우루과이, 32개국 확정 후 본선 좌절된 첫 우승국

역대 우승국이 본선에 오르지 못한 것은 12년 만의 일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남미의 우루과이가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당시 우루과이는 4개 팀이 본선에 직행하고, 5위는 오시아니아 대륙 팀과 플레이오프를 해야 하는 남미 예선에서 5위가 됐다. 부진했던 아르헨티나와 막판까지 경합했으나 막판 두 경기에서 1무 1패를 기록해 승점 쌓기에 실패했다. 최종전에서 아르헨티나와 6점 승부를 패배했다. 18경기에서 6승 7무 5패를 기록, 승점 25점으로 에콰도르, 파라과이(이상 28점)에 밀렸다.

▲ 12년 전 호주 돌풍에 가로막혔던 우루과이 ⓒ게티이미지코리아


우루과이의 탈락은 극적이었다. 호주와 홈에서 치른 1차전에서 다리오 로드리게스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호주는 2차전에서 마크 브레시아노의 골로 1,2차전 합계 동률을 만들었다. 

승부차기로 진행된 경기에서 우루과이는 1차전 결승골의 주역 로드리게스가 첫 번째 키커로 나서 실패하며 흔들렸다. 호주는 초반 3명의 키커가 모두 성공했다. 호주도 네 번째 키커 마크 비두카가 실축했으나 우루과이는 마르셀로 살라예타까지 골을 넣지 못했다. 호주는 다섯 번째 키커 존 알로이시가 성공했다. 우루과이의 다섯 번째 키커가 찰 필요도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 대회는 이탈리아가 네 번째 우승을 달성한 대회다.

1930년 자국에서 열린 초대 월드컵에서 우승,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2회 우승을 기록한 우루과이도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 예선 탈락한 바 있다. 이후 1970년 멕시코 월드컵, 1974년 서독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했다. 1990년대 들어 1994년 미국 월드컵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남미 예선은 늘 치열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전까지는 본선 참가국 숫자가 적어 더 쉽지 않았다.

유럽은 참가권이 가장 많이 주어지는 대륙이다. 이탈리아의 탈락은 그래서 충격이다. 우루과이 외 월드컵 우승국이 본선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94년 미국 월드컵에 잉글랜드가 본선 진출에 실패한 사례다. 이 대회 예선에서 탈락한 프랑스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첫 우승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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