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르비아의 간판 스타들. 이바노바치(왼쪽)과 마티치.

[스포티비뉴스=조형애 기자] 첼시의 영광을 함께하고 루이스 수아레스와 참으로도 인연이 깊은, 한때 프리미어리그를 주름 잡았던 수비수가 울산에서 잠시후 한국 팬과 만남을 대기 중이다. 바로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33·제니트)다.

세르비아 주장이자 간판 스타인 이바노비치는 한국에서 특별한 날을 맞을 예정이다. A매치 99경기를 뛴 그가 한국과 세르비아의 KEB하나은행 초청 친선 경기에 나서면 딱 100경기,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대한축구협회는 14일 평가전 킥오프에 앞서 이바노비치의 센추리 클럽 가입을 축하하는 간단한 행사를 가지기로 했다.

돌고 돌아 한국에서 100번째 A매치를 치르는 이바노비치. 첼시와 함께 숱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초라하게 떠나 선수 생활 황혼기를 맞고 있는 그의 축구 인생도 참 파란만장했다.

◆ 키워드 1 - 첼시 : 챔피언스리그 우승, 유로파리그 우승, 리그 우승…우승·우승·우승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단연 첼시다. 이바노비치는 2008년부터 2017년 2월까지 9년여를 첼시에 몸담았다. 자그마치 377경기에 출전했으며 숱한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첼시 구단 역사상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2011-12), 유로파리그 우승(2012-13)은 물론 프리미어리그 우승(2009-10, 2014-15, 2016-17), FA컵 우승(2008-09, 2009-10, 2011-12), 리그컵 우승(2014-15)까지 참 골고루도 맛봤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정확히는 중후반까지 창대했다. 입단 초기 주전 경쟁이 밝아 보이지 않았으나 2009년 '소방수' 거스 히딩크가 잠시 지휘봉을 잡기 시작하면서 이바노비치는 점차 첼시에서 자리 잡았다. 이후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풀백,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까지 발군의 성장을 보였다. 좋은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한 거침 없는 수비가 장점. 여기에 세트피드 상황에서 위협적인 머리도 주가를 높이는 데 한 몫했다. 2012-13 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전, 후반 추가 시간 넣은 결승골을 넣은 건 페르난도 토레스도, 프랭크 램파드도 아니었다. 이바노비치였다.

▲ 극적인 결승 골로 우승에 기여했던 이바노비치. 유로파리그 우승컵과 함께!

영광이 영원할 순 없는 법. 이바노비치는 첼시 말년 고된 시간을 보냈다. 2015-16 시즌은 처참했다. 연신 상대에 길을 터줬고, 크로스는 갈 길을 잃었다. 첼시 수비는 흔들렸고 팀도 함께 무너졌다. 이듬 시즌 이바노비치는 측면에서도, 중앙에서도 설 자리를 잃었다. 결국 겨울 이적 시장에서 새 팀을 구했다. 현 소속팀 제니트다.

◆ 키워드 2 - 수아레스 : 치아로 맺어진 인연…'핵이빨 사건' 피해자, 이바노비치

이바노비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수아레스다. 국적도 소속팀도 다른 두 선수의 '연결 고리'는 수아레스의 치아다. 2013년 축구계를 떠들썩 하게 한 '핵이빨 사건'. 그 가해자가 수아레스, 피해자가 이바노비치였다.

2013년 5월 열린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첼시와 리버풀의 맞대결에서 이바노비치는 봉변을 당했다. 수아레스가 오른 팔뚝을 깨문 것이다. 그 순간엔 이를 보지 못한 주심이 경기를 속행시켰지만 수아레스는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 치아로 맺어진 인연. 이바노비치(왼쪽)과 수아레스.

그리고 그해 12월. 새 시즌 들어 다시 만났을 때 두 선수는 손을 맞잡았다. 표정은 상당히 달랐지만 이것으로 '핵이빨 사건'은 일단락이 나는 듯 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수아레스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조르조 키엘리니 어깨를 깨물어 '2차 핵이빨 사건'에 휘말렸다. 물렸던 이바노비치 역시 2014-15시즌 에버턴전에서 '핵이빨 의혹'을 받았다. FA 확인 결과 '추가 징계 없음'. 이것으로 여전히 이바노비치는 핵이빨 사건의 피해자로만 기억되고 있다.

◆ 키워드 3 - 세르비아 : 주장, 월드컵, 100경기

이바노비치의 국가 대표 경력은 2005년 시작됐다. 당시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축구 대표팀이었다.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조별 예선에선 세르비아 대표팀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었고, 결국 D조 1위로 세르비아는 본선에 안착했다.

아일랜드, 웨일스와 함께 순위 경쟁을 해 끝까지 티켓 향방을 알기 어려웠으나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조지아를 1-0으로 꺾고 1위가 됐다. 세르비아로 월드컵에 참가한 뒤로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역대 2번 째 진출이다.

이제 곧 100번째 A매치를 치르는 33세 베테랑. 아직까지 세르비아로 참가한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본 적 없는 세르비아 대표팀과 함께 마지막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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