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백부부' 장나라와 손호준이 20살 시절로 타임슬립했다. 제공|KBS2
[스포티비스타=이호영 기자] "당신이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앞서 열린 KBS2 금토드라마 '고백부부'(극본 권혜주, 연출 하병훈)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하병훈 PD가 자신했던 슬로건이다.

넘쳐나는 타임슬립, 쉽게 말해 한물간 소재인 타임슬립을 택한 '고백부부'는 식상함을 우려한 시선들이 민망할 정도로 장르의 '참'맛을 살려내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고백부부'는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38살 동갑내기 앙숙 부부의 '과거 청산 및 인생 체인지'프로젝트를 다룬 예능 드라마다. 웹툰 '한번 더 해요'가 원작이다. 원작은 19세 이상 볼 수 있을 만큼 부부 관계를 글과 그림으로 그려냈다. 반면, 드라마 '고백부부'는 발칙함을 덜어내고 코믹과 짙은 감성 요소를 더했다.

큰 틀은 예능적인 요소가 가미된 코믹 드라마지만, 던지는 질문은 심오하다. '만약 당신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의 배우자와 함께 살건가'를 묻는다. 이 질문은 보는 이들을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극중 38살의 마진주(장나라 분)는 대학생 때 처음 만난 동문 최반도(손호준 분)와 풋풋한 연애를 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애정 넘치는 부부로 살던 신혼 시절도 잠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느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험난한 현실과 맞닥뜨렸다.

마진주는 육아와 살림 스트레스에 하루하루 자존감을 잃어가는 가정주부, 최반도는 직장에서는 영원한 '을'로 가정에서는 찬밥신세를 당하며 살아가는 가장의 모습을 그렸다. 시청자들은 현실과 너무나도 닮은 모습에 함께 울었다. 결국 이들은 이혼했다. 당일 지진을 느낀 뒤 다음날 눈을 뜬 두 사람은 20살 시절 대학교 캠퍼스로 타임슬립해 있었다.

▲ '고백부부' 포스터. 제공|KBS2
미래의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과거로 여행을 온 두 사람의 판타지, 보는 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제격이다. 마진주는 과거 학교 이사장의 아들이자, 운동, 성격, 비주얼 뭐 하나 빈틈없는 킹카 정남길(장기용 분)의 고백을 거절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최반도는 발레리나 유망주 민서영(고보결 분)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한다.

이처럼 그 시절 치기 어린 마음으로 놓쳐버린, 평생 미련이 남았을 뻔한 인연들을 찾아 다시 한번 러브라인을 그려본다. 미래를 바꾸려고 애쓰는 과정을 지켜보는 이들은 절로 자신의 추억을 끄집어내 울고 웃는다. '상상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죽었던 엄마와 재회한 딸 마진주, 다시 한번 철부지 아들이 된 최반도의 삶을 보고 있자면, 마음 한켠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코믹 요소도 놓치지 않았다. 마진주와 최반도가 아줌마, 아저씨의 정신으로 대학교를 누비며 생기는 에피소드들도 쉼 없이 웃음을 준다. 중간중간 고독재(이이경 분), 안재우(허정민 분) 등을 배치해 시트콤에 가까운 능청스러운 연기로 활력을 불어넣는다.

하 PD가 아내와 술자리에서 던진 '만약에'라는 가벼운 질문에서 시작된 '고백부부'표 상상의 나래, 연출자로서 자신한 대로 시청자에게 선물 같은 공감과 회상, 추억여행 패키지를 선물해준 셈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