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ACL 우승을 차지한 전북.
[스포티비뉴스=완주, 정형근 기자] 드라마 같은 우승을 완성한 전북. 감격에 젖어 있을 법도 하지만 클럽하우스 분위기는 이미 차분했다. 전북 백승권 단장과 최강희 감독은 이미 다음 시즌 구상에 들어갔다. 수준급 선수 보강을 예고한 전북은 ‘황사 머니’를 극복하고 K리그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전북은 2일 전북 완주군 봉동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미디어 데이를 열었다.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 이재성 등 우승 주역들은 내년 구상을 밝혔다. 

“K리그 우승을 하고 나니 걱정이 된다. 내년 ACL에서 K리그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데 경쟁력이 계속 떨어진다. 상대 팀 피지컬이 좋아진다는 걸 느낀다. 전북이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일정 수준의 선수 보강이 되어야 한다. 구단과 선수 영입 문제에 대해 상의하겠다.” (전북 최강희 감독)

이번 시즌 ACL에서 K리그 구단은 참담한 성적을 냈다. ACL 부진은 경기력 저하를 입증하는 근거가 됐다. K리그 팀 가운데 8강에 진출한 팀은 없었다. FC서울과 수원 삼성, 울산 현대는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16강전에서 우라와 레즈에 1, 2차전 합계 2-3으로 지며 떨어졌다. K리그가 쓴맛을 본 사이 중국과 일본이 동아시아에 배정된 4장의 8강 티켓을 나눠 가졌다. 
▲ 제주는 이번 시즌 ACL에서 우라와 레즈에 지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K리그의 경쟁력 약화는 향후 ACL 티켓 배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현재 K리그는 ACL에서 가장 많은 3.5장의 티켓을 확보했다. 그러나 부진이 계속되고 성적이 떨어진다면 티켓 배분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전북 현대는 백승권 단장은 “내년 ACL에서 K리그의 명예 회복을 하겠다”는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전북은 2010년부터 7년 연속 ACL 본선에 오르며 한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구단이 됐다. 2016년에는 2006년에 이어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전북은 가파르게 성장한 중국 슈퍼리그와 서아시아 팀의 거센 도전에서 살아남으며 K리그의 힘을 과시했다.  

올해 전북은 ‘심판 매수 사건’으로 ACL 출전권이 박탈됐지만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자격을 다시 획득했다. 전북의 최우선 과제는 수준급 용병 선수 영입이다. K리그 구단들이 씀씀이를 줄였지만 전북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전북 김신욱은 “레오나르도 정도로 빠르고 실력 있는 외국인 선수가 온다면 ACL 우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북이 ACL 우승을 차지하는 데는 레오나르도의 활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황사 머니’를 앞세운 중국과 거액의 중계권 계약을 맺은 일본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선수 영입이 필수이다. 

전북 관계자는 “ACL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는 37~38명의 선수로 스쿼드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ACL에 나가지 못하면서 31명 정도로 줄었다”며 선수 영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즌 K리그 팀들이 ACL에서 부진했습니다. 내년 전북이 다시 ACL에 나가는데 부담감은 없습니까?” 

최 감독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부담감은 갖지 않는다. 우리 팀은 노하우가 있다. 우리가 원정에서 질 수는 있어도 홈에서 폭발적으로 이길 수 있는 힘이 있다. 중국이나 일본이 성장하고 빅 클럽이 생기고 있지만 선수 구성만 된다면 전북만의 힘으로 이길 수 있다. ACL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서 K리그가 축소되고 위축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충분히 자신감이 있다.” 

이번 시즌 ACL은 한국 축구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K리그 팀들의 ACL 무대 조기 탈락으로 ‘한국 프로축구가 아시아 최고’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K리그는 한국 축구의 뿌리와 줄기이다. 전북은 위기의식과 절실함을 갖고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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