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은 SBS 월화 드라마 ‘사랑의 온도’(극본 하명희, 연출 남건)에서 온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정우 역을 맡아 매주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김재욱이 연기하고 있는 박정우는 타고난 안목과 능력으로 자수성가한 사업가. 값진 것에 대한 안목이 탁월, 그래서 셰프 온정선(양세종 분)을 택했고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박정우에게 온정선과 마찬가지로 매혹적인, 하지만 “내 여자”로 만들고 싶은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 작가지망생이었고, 지금은 작가가 된 이현수(서현진 분)다. 이현수에 대한 처음의 감정은 약간의 호기심이었다. 보잘것없고, 가진 것도 없는 이현수는 함께 일하자는 자신의 제안을 단번에 뿌리쳤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제안을 수락하러 왔을 때도 비굴하지 않았고 당당했다.
함께 보낸 시간만큼, 박정우는 이현수에 대한 확신을 얻어갔다. 그리고 “내 여자”로 만들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박정우는 재촉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기다림을 보였다. 자신에게 곁을 주지 않는 여자지만, 박정우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했다. 때로는 타박하지만, 때로는 위로하면서 이현수가 선택하는 길을 존중했다. 특히 따스한 말로 이현수를 감싸 안았다.
김재욱은 이 모습을 다정하고 자상한 눈빛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확신에 찬 사업가의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사랑하는 여자 이현수 앞에서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다정한 남자로 변한다. 눈빛은 물론이거니와 말투, 행동 등으로도 배려를 느낄 수 있게 했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김재욱의 또 다른 모습은 자상한 면모 뒤에 숨은 은근한 섹시다. ‘연하’ 온정선과 다른 ‘연상’ 박정우의 매력을 도드라지게 하는 포인트다.
김재욱이 그간 드라마에서 연기했던 인물들의 성격은 대부분이 ‘무뚝뚝’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고 감추거나, 최소한의 표현을 하는 정도였다. 그룹의 후계자(‘나쁜 남자’, 2010)거나 제작사의 대표(‘매리는 외박중’, 2010)이거나, 이러한 설정이 보여줄 수 있는 도도함을 표현해내는 데 그쳤다.
변화를 준 작품은 전작 ‘보이스’다. 김재욱은 ‘보이스’에서 희대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모태구로 분했다. 사람을 죽이는 행위조차 하나의 놀이처럼 즐겼던 모태구는 짙은 공포를 안겼다. 하지만 그 속에서 풀어내는 관능미, 퇴폐미에 시청자들은 한껏 빠져들었다. 모태구 또한 이전 작품들 속 인물과 마찬가지로 ‘자상’ ‘다정’과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김재욱은 또 한 번 변신을 꾀했다. 김재욱이 ‘사랑의 온도’에서 만난 박정우는 다정한 것은 물론 인간적인 매력까지 넘친다. 이를 연기하고 있는 김재욱의 또 다른 얼굴이 신선하게 다가올 정도. 그의 새로운 매력이 만들어내는 ‘사랑의 온도’가 더욱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