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개인 문제로 치부할 일 아냐"
-김미화 "이것이 내가 사랑했던 대한민국인가"

▲ 황석영(왼쪽), 김미화. 사진|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황석영 작가와 방송인 김미화가 ‘MB 블랙리스트’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석영 작가와 김미화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빌딩 12층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방문, 진상조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어 취재진과 만난 두 사람은 ‘MB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진실을 밝히고, 다 같이 반성해야 하는 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18일 국가정보원의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을 통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부터 시작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특히 박근혜 정부 때 작성된 블랙리스트 외에 이른바 ‘MB 블랙리스트’도 조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을 알렸다.

‘MB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계 인사는 82명에 달한다. 황석영 작가와 김미화 또한 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황석영 작가는 ‘세월호 참사 문학인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후 집중적으로 감시와 배제를 받아왔다고 밝힌 바 있다. 김미화는 2010년 이후 방송 출연과 외부행사에 제한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황 작가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기 전 대선에서 재야인사들과 더불어 야당후보단일화 운동에 나섰고 결국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며 블랙리스트에 올라 억압, 견제를 받게 된 이유와 시기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2010년 가을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이제부터 정부 비판을 하면 개인적으로 큰 망신을 주거나 폭로하는 식으로 나가게 될 테니 자중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황 작가는 2011년 희망버스 동참과 대선 기간을 정점으로 자신을 향한 모함과 공격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이어졌다며, 야권 단일화 운동과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연대’의 공동대표를 맡은 뒤 공격이 더욱 집요해졌다고 주장했다. 이후 해외 학술행사 지원이 끊기고 배제된 사실을 비롯해 2014년부터 해마다 6월이면 국민은행 동대문지점에서 검찰 측의 ‘수사 목적’에 의한 요청으로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통보됐다고도 했다.

이에 황 작가는 “나에 대한 과거 안기부의 혐의 사실 발표문을 짜깁기해 온라인상에 배포한 최초의 인물과 그 배후” “문체부가 관여한 문예진흥위원회와 한국문학번역원의 황석영 배제 과정에 대한 사실을 밝혀달라” “검찰은 어떤 수사 목적으로 몇 년에 걸쳐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요구했는지 그 이유를 밝혀달라” 등 세 가지를 확인하고 싶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김미화 또한 입을 열었다. 김미화는 “지난 19일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국정원에서 나에 대해 작성한 서류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서류를 보면서 ‘이것은 국가에서 커다란 권력을 이용해 개인을 사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미화는 “매우 불쾌했다”며 “서류를 보면 청와대 일일 보고 등에서 특정 인물에 관해 계속해서 관찰하고 보고하라는 내용이 있다. 처음에는 ‘연예인 건전화 사업 TF팀’을 조성해 편파 좌편향 진행자 퇴출 권고식이었지만, ‘골수 좌파 연예인’ ‘종북세력 연예인 김미화’ 등으로 변해가더라. 마지막에는 ‘김미화 수용불가’였다. 내가 어디서 수용불가일까”라고 침통한 심경을 밝혔다.

김미화는 이어 “어디에서 수용불가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KBS, MBC 등 여러 방송사를 지칭하면서 방송사 간부와 경제인협회, 관련 단체, 광고사, 지방행사 등 김미화의 모든 것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노출되지 않게 그리고 활동하지 못하도록 한 자료들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김미화는 특히 “서류를 보기 전에는 (블랙리스트에 관해) 그러려니 했는데, 보고 나니 너무나 기가 막히더라”며 “과연 이것이 내가 사랑했던 대한민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국정원이) 청와대와 교감을 했고, 방송사 간부들과 교감을 했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이런 사실이 있었다면 사과를 하고, 적폐청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황석영 작가와 김미화를 비롯해 56건의 조사신청서가 진상조사위에 접수됐다. 진상조사위는 이날 황석영 작가, 김미화를 시작으로 문성근, 권칠인 감독, 변영주 감독, 김조광수 감독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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