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해줘'가 열린 결말을 보여줬다. 사진|OCN 화면
[스포티비스타=이호영 기자] "우리 영부님이 연기에 실려 하늘로 올라가셨어, 분명히 부활하실 거야."

우리가 '구해줘' 속 악의 축 교주 백정기(조성하 분)의 처참한 최후에 속 시원해하는 지금, 간과해서는 안될 사실 하나가 있다. 사이비 종교 '구선원'의 뿌리는 뽑히지 않았고, 눈과 귀를 막은 아둔한 어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24일 종영된 OCN 주말 드라마 '구해줘'(극본 정이도, 연출 김성수)의 마지막은 얼핏 보면 해피엔딩이었다. 온갖 악행을 일삼으며 임상미(서예지 분)를 추행하려던 백정기(조성하 분)는 온몸이 불에 타 끔찍한 최후를 맞았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그를 따르던 조완태(조재윤 분) 역시, 정체가 발각 구속됐다. 구선원의 비리도 밝혀져 조사에 착수했다. 임상미와 친구들은 기뻐했고, 무지군에는 평온이 찾아왔다. 결국, 정의가 승리한 것이다.

그러나 애당초 "우리 사회의 한구석에 분명 존재하는 추악한 단면을 세밀히 그리겠다" 호언한 '구해줘'는 단순하고, 뻔한 해피엔딩으로 작품을 매듭짓지 않았다. 찜찜한 열린 결말로 경고에 가까운 교훈을 남긴 것. 최종회 말미, 신도들은 여전히 "우리 영부님이 연기에 실려서 하늘로 올라갔다. 손도 흔들어줬다. 부활하실 게 분명하다. 우린 은혜를 입은 것이지, 해코지를 당한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사 강은실(박지영 분)은 다시 구선원을 세우고자 마음먹었다.


'구해줘'는 작품 전개 내내 나쁜 어른들의 악행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들이 말하는 '나쁜 어른'의 범주에는 아둔하거나, 방관하는 비겁한 이들도 포함돼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된 작은 시골마을 무지군은 교주 백정기(조성하 분)가 만들어낸 '구선원'이라는 종교에 물들어 병든 도시다. 백정기는 '나쁜 어른'의 대명사다. 사기 전과 8범, 애초에 종교인이 아닌 사기꾼이다. 현란한 말솜씨와 자애로운 인상으로 신도들의 신임을 얻어, 무지군 전체를 쥐락펴락했다. 신도 폭행과 유린은 물론, 약물 오용으로 인한 정신착란 유도, 헌금 갈취 및 재산 축적 등을 주도, 지시했다. 자신만의 과대망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 인물인 것이다.

무지군을 병들게 한 것은 백정기 혼자만의 악행이 아니었다. 행동 대장격의 집사 조완태와 강은실은 각자의 사연으로 약점 잡혀 이용당했다. 백정기의 교도소 동기였던 간사 조완태(조재윤 분)는 돈을 노리고 구선원에 들어온 사기꾼이었다.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악행을 저질렀다. 강은실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남편을 살해, 딸 유라를 백정기에게 제물로 바친 정신질환자였다. 백정기는 이들을 꿰뚫고, 조종했다. 이들 역시 야욕 혹은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혀 그를 따랐다.

검찰, 경찰 역시 악인 혹은 방관자로 묘사됐다. 백정기에게 꾸준히 뇌물을 받고, 그들의 악행을 묵인해온 우춘길(김광규 분)은 길거리 노숙자들을 구선원에 넘기기도 한 비열한 인물이다. 검찰에까지 구선원의 그림자가 뻗쳐 아이들의 말을 무시했다. 그나마 구선원 비리 척결에 관심을 가졌던 이강수(장혁진 분)의 활약상도 마땅히 없었다. 과정은 아이들이 만들어냈고, 마지막 정의구현에 숟가락만 얹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현직 무지군 군수이자 한상환(옥택연 분)의 아버지 한용민(손병호 분)도 구선원과 한패로 그들을 도왔다.

임상미의 부모라고 다르지 않았다. 아빠 김주호(정해균 분), 엄마 김보은(윤유선 분)은 딸을 사이비 종교에 빼앗겼지만, 백정기에게 단단히 홀려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심지어 임상미의 탈출에 방해만 됐다. 자식을 위해 시작된 맹신이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안타깝고 측은한 것도 사실이지만 잘못된 부정, 모정일 뿐이었다.

반쪽짜리 해피엔딩은 '구해줘'가 던진 경고나 마찬가지다. 악의 축인 교주의 사망은 새로운 악인의 탄생을 암시했다. 경찰, 검찰의 개혁이나 신도들이 온전한 정신을 찾는 이상적인 결말은 없었다. 이들은 언제 다시 악인에게 속거나, 손을 잡고 사회를 병들게 할지 모른다. 현실과도 닮았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완벽한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때로는 방관자들의 침묵, 눈먼 이들의 맹신이 악인의 악행보다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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