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난도 토레스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알바로 모라타는 첼시의 '9번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까.

첼시는 24일 모라타의 등번호를 9번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모라타는 다음 시즌부터 등번호 9번을 달고 첼시 팬들을 만나게 된다.

9번은 10번과 더불어 공격수를 대표하는 번호다. 공격수라면 누구나 달고 싶어한다. 축구 황제 호나우두를 비롯해, 앨런 시어러, 사무엘 에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 내로라하는 공격수들이 9번을 달았다.

하지만 첼시는 9번과 그다지 좋은 인연이 없다. 9번을 달았던 선수들이 대부분 부진했다. 보통 '9번의 저주'하면 아스널을 떠올리기 쉽지만 첼시도 그에 못지 않게 9번과 인연이 없다.

첼시에서 9번을 달고 활약한 스트라이커는 있다.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다. 하지만 하셀바잉크가 떠난 20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첼시에서 9번을 달고 임팩트를 보여준 선수는 찾기 힘들다. 실패한 선수는 수두룩하다.

▲ 마테야 케즈만
# 1년 만에 추락한 네덜란드 리그 득점왕

PSV 아인트호벤에서 박지성과 호흡을 맞춰 한국 팬들에게 낯설지 않은 마테야 케즈만은 2004년 첼시로 이적했다. 네덜란드 리그를 평정하며 득점왕을 밥 먹 듯이 차지한 선수는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PSV 동료인 아르연 로번과 함께 이적해 적응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지만 성적은 처참했다. 리그 25경기에 출전해 4골에 그쳤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9경기나 출전했지만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결국 1년 만에 짐을 싸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했지만 한번 떨어진 경기력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그는 페네르바체, 파리 생제르망, 제니트 페테르부르크 등을 거치며 저니맨으로 전락, 2012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 그나마 나았던 크레스포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에르난 크레스포는 첼시에서 눈부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입단 첫 시즌에 리그 적응에 실패해 AC 밀란으로 임대를 떠났다. 임대 복귀 후 나름 괜찮은 활약을 하긴 했으나 2008년 첼시를 떠났다. 그나마 성적만 놓고 보면 하셀바잉크 이후로 가장 괜찮은 '9번'이었다.

# 유망주도 피하지 못한 '9번'의 무게

프랑코 디 산토도 9번을 단 주인공이다. 하지만 워낙 보여준 임팩트가 없어 국내 팬들에게 그렇게까지 익숙한 선수는 아니다. 전도유망한 유망주로 20세도 되지 않아 첼시의 '9번'을 달았으나 디디에 드로그바, 니콜라 아넬카 등 베테랑들과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결국 블랙번으로 임대를 떠난 후 위건, 베르더 브레멘은 거쳐 샬케 04에서 뛰고 있다. 분데스리가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자리를 잡았다.

# 9번 달 선수들은 아니었으나...

칼리드 불라루즈와 스티브 시드웰도 첼시의 9번을 달았던 선수다. 하지만 이 두 선수는 각각 중앙 수비수와, 중앙 미드필더였다. 9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선수들이었으나 어쩌다보니 9번을 달았다. 경기력만 좋았다면 9번을 단 것이 아깝지 않을 수 있었으나 그렇지 못했다. 기대 이하의 경기로 팬들에게 실망만 안겼고 오래 버티지 못하며 첼시를 떠났다.

▲ 라다멜 팔카오
# '9번 잔혹사'의 정점 찍은 토레스-팔카오

이후 첼시의 '9번 잔혹사'는 정점을 찍었다. 첼시 역대 최악의 영입 중 하나로 꼽히는 페르난도 토레스다. 토레스는 2010-11 시즌 겨울 이적시장 때 리버풀에서 첼시로 이적했다. 이적료만 890억 원, 당시 첼시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였다. 이적 시장 마감 직전에 성사된 계약이었다. 첼시는 토레스를 위해 헬기까지 띄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갔다. 토레스는 스티븐 제라드와 함께 리버풀을 상징하는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냉정하게 이적을 요구했고, 이적 시장 마감 직전에 떠났다. 타 리그도 아닌 같은 리그의 첼시였고, 팬들은 격분해 그의 유니폼을 불태우기도 했다. 그나마 리버풀 팬들의 속이 덜 쓰릴 수 있던 것은 토레스가 첼시 이적후 귀신같이 폼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리버풀에서 142경기에 출전해 81골을 넣으며 잉글랜드 무대를 평정한 토레스는 첼시에서 그보다 정확히 40경기에 더 출전했으나 넣은 골 수는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182경기에 출전해 48골에 그쳤다. 단순 기록 외에도 경기력 자체가 뚝 떨어졌다. 팬들의 비난도 거셌고 출전 경기 수에서 알 수 있듯이 기회를 줄 만큼 준 구단도 더 이상 참지 못했다. 결국 AC 밀란으로 임대됐으나 그곳에서도 활약은 없었고 2015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친정으로 돌아갔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돌아간 후 토레스의 경기력은 조금씩 올라왔고 '부활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폼을 끌어올렸다. 지난 시즌에는 총 45경기에 출전해 10골 7도움을 올렸다. 앙투안 그리즈만, 야닉 카라스코, 케빈 가메로이로 등에 밀려 팀 공격의 1옵션은 아니지만 나름 쏠쏠한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라다멜 팔카오다. 팔카오는 2014-15 시즌을 앞두고 모나코에서 맨체스터 유낭티드로 깜짝 임대 이적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팬들을 더 놀라게 했다. 이적 전 시즌에 19경기 밖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11골을 넣으며 순도 높은 활약을 펼쳤으나, 그가 맨유에서 거둔 성적은 29경기 출전에 4골에 불과했다. 졸전에 가까운 경기력에 어느 팀도 그를 데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였으나 첼시가 손을 내밀었다. 첼시가 내민 손은 그들에게 최악의 '수'가 됐다. 부활이 아닌 맨유 시절보다 더 좋지 않았다. 12경기 출전에 고작 1골에 그쳤다. 커리어에 오점만 남기고 모나코로 돌아갔다. 하지만 첼시를 떠나 모나코로 복귀한 지난 시즌, 팔카오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43경기에 출전해 30골을 쏟아부었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팀을 4강까지 이끌었다. 특히 킬리안 음바페, 벤자민 멘디, 파비뉴 등 어린 선수들로 이뤄진 팀에서 베테랑으로서 중심을 잡아주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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