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2017'이 지난 17일 첫 방송됐다.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스포티비스타=문지훈 기자] '학교2017'이 성적을 학생의 정체성으로 여기는 학교 현장의 병적인 면을 꼬집으며 일곱 번째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KBS2 새 월화드라마 '학교2017'(극본 정찬미, 연출 박진석)은 이름 대신 등급이 먼저인 학교, 학교에서 나간다고 바뀌지 않을 세상을 향한 통쾌한 한 방을 그린다. 금도 고등학교 2학년 1반에서 벌어지는 열 여덟 청춘들의 이야기다.

이날 방송에서는 학교가 진짜 의무를 다하지 못 하고 병적으로 성적 향상만을 추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십대 학생들의 섬세한 감성을 어루만지고 꿈을 이루도록 도와야 할 학교와 선생님은, 학생들을 성적 순으로 줄 세우고 분류해 학생들의 마음을 쓰라리게 했다. 학생들은 이러한 현실에 자연히 녹아들었지만, 마음은 반발로 가득 차 있었다. 

금도 고등학교 학생들은 학칙에 따라 성적 순으로 급식을 받았다. 라은호(김세정 분)는 "똑같이 급식비를 냈는데 왜 우리는 항상 비상 식량처럼 밥을 먹어야 하나"라고 투덜댔다. 라은호의 뒤에 선 학생들의 얼굴에도 불만과 불안이 가득했다. 

불만을 표출할 새도 없이 모의고사 성적이 게시판에 공개됐고 충격받은 학생들은 술렁였다. "행복이 성적 순인가" "공부 못 하면 밥도 늦게 먹고 자습실에도 늦게 들어가야 한다" "학교가 미쳐가고 있다"는 등 아우성이 일어났다.

280등인 라은호에게 상황은 더욱 가혹했다. 수업 중 좋아하는 웹툰을 그리던 라은호는 "너 몇 등급이냐?"라는 국어 선생 구영구(이재용 분)의 질문을 받았다. 라은호가 "6등급이다"라고 답하자, 구영구는 "고기로 치면 개 사료로도 못 먹이는 등급이다. 인간 취급을 받을 수 없는 등급이다. 그 주제에 감히 떠드나"라고 다그쳤다. 구영구는 또 학생 모두에게 "시험 성적은 학교 내 계급이다. 차별받고, 불행하며 고통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들의 정체성은 이 질문 하나로 규정된다"는 라은호의 독백은 시청자들에게 더욱 슬프게 다가왔다.

▲ '학교2017'이 학교 현장의 병적인 면을 꼬집었다.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시험 압박 혹은 학교의 억압으로 학생들은 비뚤어져갔다. 3차 모의고사를 시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유빛나(지헤라 분)는 요점 정리 노트를 잃어버렸다. 유빛나는 화를 내며 반 친구들의 사물함을 차례로 뒤졌다. "시끄럽다" "미쳤느냐" "저만 공부하나. 짜증난다"는 등 불평하는 친구들과 몸싸움까지 벌였다.

전교 1등인 송대휘(장동윤 분)는 모범생답게 반항하지는 않았지만 꿈이 없었다. 그저 1등을 향해 달려갈 뿐이었다. 송대휘는 웹툰을 그리고 싶다는 라은호에게 "꿈이 있어 부럽다"며 '서율대 합격 보장'이라고 쓰인 전단지를 허망하게 바라봤다.

3차 모의고사를 보던 날, 누군가의 장난으로 학교 전체에 비상벨이 울리며 물이 쏟아졌다. 학생들은 착잡한 표정을 짓는 이들과, 자유를 만끽하는 이들로 나뉘었다. 이 사건 이후 선생님들을 골탕먹이는 일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했고, 학교 측에서는 범인을 잡는 데 혈안이 됐다.

극 말미 라은호의 독백은 성적 향상만 맹목적으로 외치는 학교와 힘겨워하는 학생들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누군가는 펜을 놓는 순간 경쟁자들에게 따라 잡힐 것 같아, 입술에 물집이 잡힐 때까지 이를 악물고 또 악물었다고 한다. 열 여덟, 우린 너무 어린데. 슬프게도 열 여덟에 인생이 결정된다고 믿는 건 어른들이 아닌 우리들 자신이었다."

'학교2017'은 무엇이 중요한지 잊어버린 이 시대 교육 현장에 화두를 던졌다. 진정 추구해야 할 것을 깨닫고 바로잡으며,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학교 구성원들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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