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리. 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신인상의 딜레마라는 게 있어요. 신인상을 받으면 활약이 커지는 게 아니라 고만고만하거나 오히려 줄어버리는 경향이 있죠. 기대치가 커지니까 생기는 일이에요.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저는 단지 웃음을 주는 게 좋고, 연기하는 것이 좋아서 택한 직업인데 말이에요.”

김기리(32)도 반짝반짝 주목받은 시기가 있었다. 2010년 KBS 25기 공채 개그맨으로 본격적인 코미디언 생활을 시작, 2년 뒤인 2012년 K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부문 남자신인상을 받았다. ‘생활의 발견’ ‘불편한 진실’ 등 김기리를 대표하는 코너도 있었고, 여러 유행어도 낳았다. 덕분에 신인상의 영예까지 안았다. 김기리는 “개그를 꿈꿨던 사람으로서 신인상은 최고였다. 내가 이 직업을 그만둬도 이렇게 빛을 봤으면 괜찮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반짝반짝 빛나는 신인상이었지만, 그를 향한 기대치는 이전보다 더욱 커져 있었다.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까 봐 스트레스도 받았다. 더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됐다. 그러다 보니 이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 등 ‘신인상의 딜레마’에 빠져 버리게 됐다. 신인상을 받은 코미디언 대다수가 그랬단다.

공개 코미디가 아닌 예능에서도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김기리는 “웃음을 줘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웃음에 강박이 생기더라”며 “열 개 중에 한 개 던져 볼까 말까 고민을 하는데, 그 하나가 웃음을 터트리지 못하면 의기소침해진다. 그래서 예능에 나갔을 때 부담이 더 심했다”고 털어놓았다.

▲ 김기리. 제공|큐브 엔터테인먼트

김기리는 다른 방향을 찾았다. 그게 바로 연기다. 자신은 있었다. 연기는 코미디에서도 늘 해왔던 거다. 김기리는 “자만이 아니라, 처음부터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직접 도전하고 부딪혀보니 연기가 예능보다 자신과 잘 맞는 것도 같았다. 그는 “예능은 연습을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예능은 그날의 컨디션이나, 함께 출연하는 사람들과의 친분, 그리고 토크의 흐름 등이 크게 좌지우지하는데 연기는 충분히 연습을 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능보다 잘 맞는 것 같을 뿐이지 연기도 처음이니 모든 것은 낯설었다. 특별 출연이 아닌, 배역을 부여받아 도전한 드라마는 SBS ‘초인가족 2017’(극본 진영, 연출 최문석)이 처음이다. 김기리는 이 현장이 신기한 것 투성이었다고 했다.

“공개 코미디를 할 때는 스태프가 눈앞에 있는 게 아니라 현장보다 먼 곳에 있어요. 반면 드라마 촬영 현장은 한눈에 다 보이죠. 카메라 감독님, 음향 감독님은 물론 조명 감독님도 그렇게 많이 계실 줄 몰랐어요. 스크립터도 있고요. 드라마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몇십 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멋있었어요.”

시행착오도 있었다. 김기리는 ‘초인가족 2017’ 제작발표회 당시 “최문석 PD님에게 ‘박대리가 아닌 김기리가 나오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다시 묻자 “오버하는 걸 떠나서, 연기라는 행위로 웃기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에는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며 “애드리브도 할 여유가 없었다. 사실, 해도 되는지 아닌지를 잘 몰랐다”고 덧붙였다.

감정연기도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다. 김기리가 연기한 박원균 대리는 극 후반부 부친상을 당했다. 아버지를 보내고 오열하는 장면을 찍어야 했던 김기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김기리는 “해보지 않은 장면이었다. 영정 사진에는 아버지와 다른 분의 모습이 있는데, 오열하라고 하니까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눈물 흘리는 신이 세 번 있었다. 나뿐 아니라 PD님도 걱정을 많이 하신 것 같았다”고 했다.

자신의 감정연기에 대해 만족하냐고 물었더니 “최선을 다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기리는 “그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며 “감정을 잡을 때 스태프와 배우들을 모두 포함해 몇십 명이 내 눈물 하나 떨어지는 것 때문에 숨죽이고 조용해지더라. 모두 함께 애쓰는 작업은 또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 '초인가족' 김기리. 제공|SBS

김기리는 특히 ‘초인가족 2017’을 해나가면서 “연기에 적응해갔다”고 했다. 김기리는 “연기에 힘이 들어가 있고 오버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1,2회가 나가고 난 뒤 경직돼 보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힘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을 진행하다가 한순간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아차’ 싶었다. 다시 하고 싶은데 말은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편하고 보기 좋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직돼서 힘이 들어간 게 아니어서 오히려 더 자연스러워 보였던 거다. 그렇게 하나씩 적응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기리는 ‘초인가족 2017’을 기점으로 연기 활동을 깊이 있게 해나갈 생각이다. 김기리는 “연기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있지만, 코미디언들의 영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코미디언들의 설 자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선후배, 그리고 동료들 가운데 개그 이외에도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그래서 꼭 성공하고 싶다. 연기 또한 마찬가지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후배들을 위해서도 그렇다”고 깊이 고민한 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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