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찬스를 놓친 뒤 아쉬워 하는 윤승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서울은 18일 열린 '슈퍼매치'에서 2골을 기록하며 모처럼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황선홍 감독은 "이제 시작"이라며 대구FC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5라운드 대구와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같은 무승부에도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원정 팀 대구 안드레 감독대행은 "결정적인 슈팅을 몇 개 놓쳐 아깝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준비한 대로 경기가 이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구는 전반 내내 슈팅을 1개만 허용했고, 후반 20분까진 거의 완벽하게 서울의 공격을 틀어 막았다.

서울의 황선홍 감독은 "홈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선수 교체로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원활하지 않았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서울은 대구의 수비 공략에 애를 먹었다. 후반 중반 이후는 완벽히 압도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미드필더 주세종은 "아쉽게 골 찬스를 살리지 못해 비긴 것 같다"며 경기 결과에 대한 아쉬운 마음도 털어놨다.

두 팀의 반응은 이해가 간다. '디펜딩 챔피언' 서울은 반등을 위해 '10위' 대구를 반드시 이겨야 했다. 90분 가운데 70분이 답답했고, 20분을 압도했을 뿐이다. 더구나 결과를 내는 데도 실패했다. 객관적 전력 차를 고려하면, 서울의 공격 짜임새가 부족했고, 대구는 조직적인 수비로 버텼다. 무승부는 어느 정도 공평한 결과였다.

# 대구가 강했나, 서울이 무뎠나

일단 대구가 강했다. 대구는 매우 조직적인 '두 줄 수비'를 펼쳤다. 간격을 매우 좁게 유지했다. 안드레 감독대행도 "개인 기량이 좋아 공간을 주면 개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 1,2,3선을 좁히고 적극적으로 수비를 펼치도록 지시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을 지키면서도 미드필드와 수비 지역에선 대인 마크를 했다. 공을 잡는 타이밍에 맞춰 빠르게 압박해 공을 빼앗거나, 뒤로 밀어냈다. 서울은 대구의 블록을 깨는 데 실패했다. 대구는 단순하지만 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공격을 펼쳤다. 대구도 공 소유권을 유지하며 외국인 선수를 중심으로 직선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대구의 수비가 강했고, 동시에 서울의 공격도 무뎠다. 서울의 공격 템포가 문제다. 원터치패스가 거의 없었다. 모두 공을 컨트롤해두려다가 뒤에서 오는 압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전반 31분 공격 전개 과정은 하나의 실마리였다. 오스마르가 넘겨준 패스를 데얀이 내려오면서 머리로 떨어뜨렸다. 동시에 하대성은 데얀이 뒤로 내려오면서 만든 공간을 향해 곧장 침투했다. 주세종도 데얀의 헤더 패스를 잡지 않고 하대성에게 원터치패스를 넣었다. 패스가 길어 슛까진 가지 못했지만, 부진했던 전반전 가운데 가장 짜임새 있는 공격 전개였다. 문제는 그 외에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영상 분석>


# 밀집 수비 깨는 것은 강팀의 숙명

서울은 후반 25분을 기점으로 공격이 살아났다. 파상공세를 퍼부으며 공격을 이끌었고, 후반 37분 주세종이 단독 돌파로 한희훈의 두 번째 경고를 이끌어내 수적 우위에도 섰다. 70분은 고전했지만 마지막 20분은 완벽히 대구를 압도했다. 서울이 경기 막판을 장악한 중요한 이유는 체력 저하다. 

주세종은 "아무래도 주말 경기를 치르고 바로 경기를 치러 몸이 무거운 면도 있었다. 후반에는 좀 살아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루어 짐작하면 대구의 체력 상태도 금세 떨어졌다. 대구 역시 4일 만에 경기를 치렀다. 대구는 더구나 개인기가 좋은 서울을 쫓아다니느라 체력 저하는 더욱 극심했다.

수비 전술이 유행하면서 '밀집수비 공략'은 빅클럽의 숙명이 됐다. 서울이라면, 그리고 황 감독의 축구를 생각하면 90분 모두 경기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치르길 바란다. 체력 저하가 오기 전에도 골을 터뜨릴 수 있어야 한다. 황 감독도 "미드필드에서 원하는 플레이를 해도 공격적으로 마무리가 없으면 고전할 수 밖에 없다"면서 "윤일록의 빈자리가 있었다. 윤일록을 포함해 공격수들이 더 공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며 공격 축구를 강조했다.

# 원인 파악과 문제 해결은 다른 문제다

서울은 데얀을 중심으로 박주영, 윤승원을 동시에 출격시켰다. 득점력을 갖춘 '중앙 성향' 선수들로 전형적인 측면 공격수는 아니다. 황 감독은 "공격수 3명이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해 공격 전개가 원활하지 않았다. 선수 기용 등은 내 실수"라고 인정했다. 이어 "미드필더가 공을 잡고 있을 대 풀백이 전진해야 한다. 측면에서 공격적으로 나서든, 미드필드로 가담하든 움직임이 확실해야 했다. 선수들이 1대1에서 이기지 못한 것이 어려웠다. 포백을 오랜만에 써서 유기적이지 않았다"면서 전술적 움직임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문제점은 알고 있다. 이제 과제는 증명하는 것이다. 시즌 개막 뒤 1/3이 지나도록 공격은 무뎠다. 원인을 파악하는 것과 해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다행히 여건은 갖췄다. 하대성이 부상에서 복귀해 점점 컨디션을 높이고 있고, 아랍에미리트에서 복귀한 이명주도 팀에 합류한다. 황 감독은 이명주를 공격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하대성과 이명주가 가세한 서울은 보다 기술적인 축구로 템포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장깃말은 모두 갖췄다.

다만, 아드리아노가 중국으로 이적한 뒤 서울의 공격진엔 직접 골대 앞으로 전진하는 유형의 선수가 부족하다. 데얀이 공을 받아주러 내려오면 전방이 허전하다. 박주영도 비슷한 유형의 선수로 연계가 강점이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최전방에서 골만 노리는 전형적 골잡이, 이왕이면 발까지 빠른 선수를 영입한다면 답답한 공격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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