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광양, 영상 이강유·취재 조형애 기자] '그 일'을 아는 이들의 눈은 전북의 입을 향했다. 하지만 속 시원한 답은 없었다. 전북, 그리고 최강희 감독은 조심스러워 했다. "나중에", "표현하기 어려운 심경"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17일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는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4라운드 전남과 전북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이날 경기는 '호남 더비'와 아울러 하루 전 벌어진 '그 일'과 연관돼 주목을 받았다.

16일 축구계에는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심판 매수 사건에 연루됐던 전북 현대 전 스카우트 A  씨(50)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2013년 K리그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을 부탁하며 돈을 건넨 혐의를 받았고 지난해 9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2002년부터 14년 동안 전북에서 일했던 그는 사건 발생 후 팀을 떠나 16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사건 담당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숨지기 며칠 전 최강희 감독을 만난다고 집을 나섰다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14년 동안 일했던 곳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유서도 없었다.

비보를 들은 뒤 하루 만에 광양에서 만난 최강희 감독에게서 웃음기는 찾을 수 없었다. 최강희 감독은 K리그 12구단 사령탑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달변가다. 무거운 분위기도 한 번에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유머도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진지하게 경기 이야기만 했다. 조심스럽게 사건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수 초 동안 침묵을 지키다 "경기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경기 흐름은 뒤숭숭한 팀 분위기와는 관계없는 듯 보였다. 전반 채 1분이 되기도 전에 전북은 선제 골을 뽑아냈고 이어 전반에만 2골을 몰아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사실상 승부의 추가 기운 상황. 하지만 전북 벤치에 웃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세 골이 터지는 동안 한번도 세리머니를 하지도, 웃지도 않았다.

3-0으로 경기를 마치고 만나서도 같았다. 승장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기자회견장을 찾아 담담하게 경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A 씨 관련 질문을 하자 최강희 감독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갔다. "(경찰에)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했다. 13일 만났다. 14일에 다른 사람을 만난 것으로 안다. 누구를 만나고 하는 것은 후에 밝혀지고, 알려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불필요 할 것 같다. 저도 지금 뭐라 말하기 어려운 심경이다.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더 이상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전북 관계자에 따르면 최강희 감독과 관계자들은 경기 후 개인적으로 A 씨 빈소를 찾는다고 했다.

떠난자는 말이 없다. 남은 자들도 말을 아끼고 있다. 힘겹게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일. 모두가 침묵하면 진실은 다시 가라앉고, 어쩌면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날이 밝은 18일, A 씨의 발인 날. 그는 이생과 영원한 이별을 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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