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첫 승리를 챙긴 최충연. ⓒ 대구,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대구, 박성윤 기자] 삼성 라이온즈 투수 최충연이 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구원 등판해 3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 5-1 승리를 이끌었다. 최충연은 데뷔 첫 승리를 챙겼다. 

2016년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최충연이 2016년 8월 25일 1군 데뷔 이후 281일 만에 챙긴 승리다.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데뷔 첫 승리를 챙기는 동안 우여곡절이 있었다. 최충연 데뷔부터 첫 승리까지를 정리했다.

기대로 시작한 데뷔 시즌, 느렸던 구속

2016년 삼성은 선발진 붕괴로 고전했다. 외국인 선발투수 4명 가운데 3명이 부상했다. 윤성환-차우찬-김기태-플란데가 로테이션을 지키는 가운데 최충연이 선발 기회를 얻었다. 당시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은 "더 일찍 기회를 받았어야 했는데 시즌 초 옆구리가 찢어져 이제야 올라간다"며 8월 25일 광주 KIA전 선발 등판을 예고했다.

고등학교 시절 시속 147km 빠른 볼과 각이 좋은 커브를 던진다고 알려진 최충연 데뷔전은 4⅔이닝 5실점으로 끝났다. 옆구리 부상 여파로 최고 구속은 142km였다. 커브로 경기를 풀어가려 했으나 KIA 이범호에게 2점 홈런을 맞는 등 5피안타(1피홈런) 3볼넷을 기록하고 데뷔 첫 경기를 패전 투수로 마쳤다. 이후 최충연은 선발로 2번 더 나왔으나 모두 3회 이전에 강판당했다. 데뷔 시즌 최충연이 남긴 기록은 2패 평균자책점 12.91이다.
▲ 우여곡절 데뷔 시즌을 보낸 최충연. ⓒ 삼성 라이온즈

찾아온 기회, 시작은 패배

2016년이 경험이었다면 2017년은 본격적인 시작이다. 자신보다 어린 선수들이 등장해서 선발 로테이션을 노렸다. 최충연도 머무를 수 없었다. 옆구리 부상을 완벽하게 떨치고 일어났다. 스프링캠프부터 구속을 올려 올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삼성 선발 로테이션은 레나도-페트릭-윤성환-우규민-장원삼으로 채워질 전망이었다. 그러나 시즌 직전 레나도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최충연에게 5선발 기회가 왔다.

지난 4월 9일 최충연은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당시 삼성은 4연패를 당해 1승 6패였다. 시작을 최악으로 한 삼성은 최충연 카드를 썼다. 최충연은 1군 데뷔 처음으로 5이닝을 던졌다. 5이닝 2실점 투구 내용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투구 수 조절에 실패했고 긴 이닝을 끌고 가지 못했다. 팀 타선이 kt 라이언 피어밴드 너클볼에 무너져 0-3 완봉승을 내줬고 최충연도 올 시즌 첫 경기를 1패로 시작했다.

확실하게 열지 못해 더 굳게 닫혔다

지난 4월 21일 대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경기는 최충연이 꼽는 가장 아쉬운 경기다. 투구 내용 자체가 완벽했으나 기록을 의식하며 무너졌다. 4회까지 최충연은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4-0으로 앞선 5회 마운드에 올라서 4실점 하며 무너졌다.

당시 최충연은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투구 수 체크를 위해 전광판을 본 순간 승리투수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그때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신인 지명 받을 때보다 더 떨렸다"며 한 꺼풀 벗기 직전에 무너져 아쉽다고 말했다. 문을 열 가능성만 남긴 채 자신이 닫아버렸다. 그리고 굳게 닫혔다. 이후 최충연은 KIA와 두산전에 선발 등판했다. KIA를 상대로 4⅓이닝 12실점, 두산을 상대로 2이닝 6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12.15가 됐고 최충연은 '멘탈' 회복을 위해 2군으로 내려갔다.

1군 복귀, 보직 변경 그리고 구원 승리

선발투수 윤성환이 벤치클리어링 징계로 로테이션 한 번을 걸렀다. 김한수 감독은 최충연을 선택했다. 최충연은 27일 고척돔 넥센전에 선발로 올라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투구였다. 회복됐다고 판단한 김 감독은 당장 약해진 구원진 보충을 위해 최충연을 구원 투수로 바꿨다.

지난 1일 최충연은 롯데전에 데뷔 후 처음으로 구원 등판했다.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이어 2일 선발투수 백정현이 4⅓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고 있는데 타구에 맞았고 급하게 최충연이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 불펜에서 긴 이닝 투구가 가능한 투수가 최충연이었다. 최충연은 급하게 마운드에 올라 불을 끄고 KIA 타선을 봉쇄하며 승리를 챙겼다. 
▲ 최충연에게 늘 조언하는 권오준(왼쪽)-우규민 ⓒ 한희재 기자

수많은 최충연 선생님들

최충연 호투에는 삼성 코치진과 선임 선발투수들 공이 들어가 있다. 김상진 투수 코치, 2군에 있는 조규제 투수 코치가 '삼성 마운드 미래' 최충연을 위해 힘썼다. 김상진 코치는 최충연 투구 폼을 하나하나 손봤다. 김상진 코치는 최충연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가 포수와 최충연 어깨에 손을 올리고 "편안하게 던져"라고 이야기 한다.

조규제 2군 투수 코치는 최충연이 두 자릿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2군에 내려갔을 때 '멘탈' 회복을 담당했다. 최충연은 첫 승리 후 인터뷰에서 "조규제 코치님이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던지면 더 좋다고 하셨다. 힘 빼라고도 해주셨다"라며 2군에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김상진 투수 코치는 2군에 다녀온 최충연이 달라진 이유로 "이전에 마운드에 서면 생각이 많아져 몸과 생각이 모두 흔들렸다. 그러나 이제 편하게 던진다"고 칭찬했다. 조 코치와 김상진 코치가 말한 내용은 서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선참 투수들도 최충연 선생님이다. 권오준과 우규민은 1군 투수로 최충연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한다. 선발투수로 내공이 있는 우규민은 최충연에게 평정심을 강조하며 "1회와 5회가 선발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이닝이다"라고 말해줬다. 베테랑 투수 권오준은 "위기에서 힘주면 신인, 힘 빼면 베테랑"이라며 늘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최충연에게 조언했다.

팀을 옮겼지만 지난 시즌까지 함께 동고동락했던 차우찬도 최충연 스승이다. 빠른 볼과 커브 '투 피치'였던 최충연은 차우찬 가르침으로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던진다. 특히 포크볼은 커브보다 더 많이 던질 정도로 공이 좋다. 최충연은 "(차)우찬이 형이 포크볼은 팔 스윙이 빨라야 잘 먹힌다고 가르쳐 줘서 잘 쓰고 있다"며 이야기한 바 있다. 

선발 첫 승리에는 구원 투수 김대우 공도 있다. 2일 구원 등판 때 최충연에게는 준비 시간이 없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백정현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최충연은 등판 때 상황을 기억하며 김대우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번에 (우)규민이 형이 타구 맞았을 때 (김)대우 형이 급하게 준비해서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을 봤다. 불펜 대기가 처음이라 당황할 뻔했는데 대우 형이 준비하던 과정이 생각나서 그대로 따라 하고 마운드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제 첫걸음이다. '아기 사자' 성장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삼성은 최충연이 지난 시즌부터 겪은 '우여곡절'이 성장에 필요한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걸음마도 벅찬 '아기 사자'가 팀 승리를 책임지는 맹수로 변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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