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이강유 기자] "김호철 감독님은 힘들 때 만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매우 존경하는 분이었고 과거 드림식스(현 우리카드)가 상황이 어려울 때 한배를 탔죠. 그때 플레이오프 문턱까지 가서 아깝게 떨어졌지만 그래도 배구가 재미있었어요."

한국 남자 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 센터로 평가받던 신영석(31, 현대캐피탈)이 어느새 대표 팀의 '둘째 형'이 됐다. 그는 경기대학교 시절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다. 오랫동안 한국 남자 배구 부동의 미들 블로커로 활약한 그는 최근 고민이 많다.

의욕은 앞서지만 몸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신영석은 2016~2017 시즌 V리그에서 부상으로 내내 고생했다. 현대캐피탈은 정규 리그 2위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정규 리그 1위 팀 대한항공이 우위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치열한 접전 끝에 현대캐피탈이 최종 승자가 됐다.

▲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런닝을 하고 있는 신영석 ⓒ 조영준 기자

2011년 프로 입단 뒤 처음 맛본 우승이었다. 그는 "우승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꿈같다"며 "두 번째 우승은 느낌이 다를 것 같다. 다시 우승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영석은 2011년 신생 구단인 우리캐피탈 드림식스(현 우리카드)에 입단했다. 의욕적으로 출발한 드림식스는 이후 구단 운영난으로 위기에 몰렸다. 러시앤캐시로부터 스폰을 받아 겨우 생존을 유지할 때 김호철(62)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과 신영석을 비롯한 드림식스 선수들은 2012~2013 시즌 함께했다.

구단 생존 여부로 선수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이들을 치유하고 강하게 일으킨 이는 김 감독이었다.

"당시 드림식스는 외국인 선수의 기량도 좋지 못했고 여러모로 형편이 나빴죠. 그러나 '이것이 배구다'라는 기적을 본 것 같습니다. 플레이오프에 아깝게 진출하지 못했지만 배구가 재미있었어요. 감독님과 함께라면 어떤 것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죠."

2012~2013 시즌이 끝난 뒤 김 감독은 친정인 현대캐피탈에 복귀했다. 김 감독과 신영석의 짧은 인연은 다시 이어졌고 올해 대표팀에서 재회했다.

김 감독은 다시 만난 신영석은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신영석은 대표 팀에 합류했지만 점프 연습을 하지 못했다. 코트에서 훈련하는 시간보다 재활에 쏟는 시간이 많은 점이 여러모로 김 감독에게 미안하다.

▲ 2016~2017 시즌 올스타전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신영석 ⓒ 한희재 기자

신영석은 "감독님과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당연히 가고 싶다"며 "감독님이 제게 해주신 만큼 저도 감독님을 믿고 따라가고 싶다. 다만 지금 몸이 좋지 않아 죄송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경기대 시절, 신영석은 대표 팀의 막내였다. 그러나 어느덧 주장 이선규(36, 삼성화재)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형'이 됐다. 신영석은 "그 시절에는 최태웅 감독님과 여오현 선배님 그리고 (이)경수 형 등 뛰어난 선배들이 많았다"며 "힘들 때도 많았지만 좋으신 선배들이 많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대표 팀에서 기량이 뛰어난 선배들과 국제 대회에서 뛴 점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제는 후배들을 이끌어줘야 할 위치에 있다. 훈련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해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루빨리 부상에서 회복해 김 감독과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 신영석의 의지다.

최근 신영석에게 자극을 준 이는 김사니(36)다. 한국 여자 배구 최고의 세터로 명성을 떨친 그는 "올림픽에서 4위도 했고 팀 우승도 경험했다. 이제 다 내려놓고 코트를 떠나려고 한다"며 은퇴했다.

"김사니 선수는 대단한 업적을 쌓고 은퇴했는데 저는 이것과 비교하면 아직 한 번 우승한 것 밖에 없습니다. 우승도 값지지만 아직 많이 빛을 보지 못한 것 같아요. 그동안 이루지 못한 올림픽에 꼭 출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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