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경민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큰일 났다. 한 가지도 이루지 못할 거 같다."

허경민(27, 두산 베어스)은 올해를 맞이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 5가지를 수첩에 적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목표를 하나씩 이루면 그때 털어놓겠다고 했다.

시즌을 시작한 지 2개월이 지났다. 허경민에게 시즌 초반 세운 목표 5가지 가운데 이룬 게 있는지 물었다. 허경민은 "이대로 가면 2개 정도 이루면 많이 이뤘다고 볼 수 있을 거 같다. 부지런히 해야 할 거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허경민은 31일 현재 46경기에 나서 타율 0.279 1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두산이 48경기를 치른 가운데 2경기를 쉬었다. 144경기에 모두 나섰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해는 지쳐 있었다.

"지난해 모든 경기에 나섰지만, 올 시즌 초반에 슬기롭게 잘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몸은 생각과 달랐다. 힘든 게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고, 주변에서 좋은 말도 많이 해주시고, 스스로 좋은 글귀도 보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 게 도움이 됐다."

어떤 글귀가 마음에 가장 와닿았는지 물었다. 허경민은 "명언을 많이 보는데, 주제가 '흐름'이었다. 휴대전화 배경으로 할 정도로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 힘들 때 그 글귀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잘됐을 때도 잘된 만큼 고민이 있다. 안 될 때도 마찬가지다. 즐기고 잘 넘기면 다른 좋은 상황이 온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경기장에서 많이 넘어지는 걸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정하고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허경민은 "경기에 많이 나가야 넘어질 수 있고, 수비도 많이 넘어져야 좋은 상황이 온다. 안타나 타점, 홈런으로 잘한다고 느끼는 것보다 많이 넘어지는 걸 더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장 성적보다는 멀리 내다보며 시즌을 치르기로 다짐했다. 허경민은 "감독님께 내가 발전했다는 걸 인정받고 싶다. 당장 성적은 신경 쓰지 않는다. 시즌이 끝났을 때 '저 선수는 잘 버텼구나'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완성도 높은 3루수를 꿈꿨지만, 시즌 초반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허경민은 "수비가 안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경기에 나서기에는 팀적으로 마이너스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감독님, 코치님들이 내가 발전할 수 있게 정말 많은 기회를 주셨다. 초반에 틀어졌는데,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야 팀적으로 헌신하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새해를 맞이해 정한 5가지 목표를 이루기 힘들더라도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허경민은 "아직 멀었다. 휴대전화 다이어리에 적어두고 늘 보고 있다. 목표가 공개되면 '너가 저걸 할 수 있겠냐'고 하겠지만, 그런 목표를 보고 달려가야 발전할 수 있다. 어렵더라도 해보려고 한다. 설령 안 되더라도 한 해를 시작할 때 그정도 수치를 적어두고 시작해야 끝났을 때 박수 받을 수 있을 거 같다. 목표를 수정할 뜻은 없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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