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욱 ⓒ 잠실,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박성윤 기자] 넥센 히어로즈 고종욱은 지난 두 시즌 동안 팀 중심 선수였다. 지난 시즌 133경기에 나서 타율 0.334(527타수 176안타)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그러나 2017년 시작과 함께 고종욱은 부진했다.

"올해 내가 내 무덤을 판 시즌이다. '왜 안 맞지?'라고 생각했다. 그땐 타율만 봐도 미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나를 더 위축되게 만들었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고종욱은 개막부터 4월 한 달 동안 타율 0.213로 주춤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지난달 21일 고종욱을 '컨디션 저하'를 이유로 퓨처스리그로 내렸다.

부진도 잠시, 고종욱은 자기 스윙을 하지 못했던 4월을 지웠다. 5월 들어 지난 시즌과 비슷한 활약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1군에 다시 올랐고 5월 타율 0.344로 팀 타선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는 고정 1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어렵다. 1번 어렵다. 공을 한 개씩 더 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며 1번에 맞는 타격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1번 타자 덕목으로 빠른 발과 출루율을 꼽는다. 모든 타자가 방망이로 쳐서 출루하면 좋겠지만 인플레이 타구가 전부 안타가 될 수 없다. 1번 타자들은 선구안을 바탕으로 안타를 기록하거나 볼넷을 골라 누상에 나간다.

고종욱은 1번 타자와 거리가 멀다. 2015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3할 타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타고투저 시대에 단 한번도 출루율 4할대를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해 출루율 0.370을 기록했는데 개인 한 시즌 최고 출루율이다. 당시 타율은 0.334였다. 고종욱은 2016시즌 개인 커리어 하이 시즌과 함께 28볼넷을 기록하는 동안 103삼진을 당했다.

말 그대로 타자(打者), 고종욱은 공을 치는 사람이다. 지난 시즌까지 넥센 지휘봉을 잡았던 염경엽 SK 와이번스 단장은 "공보고 공 치기를 잘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고종욱은 자기보다 서건창이 더 1번에 어울린다고 말했다. "(서)건창이가 볼을 잘 보고 도루 능력도 된다. 내가 안 되는 것 아니지만 나보다는 건창이가 선구안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창이가 1번으로 오면 중심에서 칠 사람이 부족하니까 감독님이 나를 1번으로 쓰시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감독님이 주신 기회를 잘 살리려고 한다"며 힘주어 말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하지만 효과는 좋다. 9번 타자 이정후 존재로 1번 고종욱이 살고 있다. 9번 타자 이정후가 출루하면 고종욱은 방망이로 진루 또는 타점을 올리고 있다. 고종욱은 인필드 타구를 만드는 재주가 있다. 이정후와 고종욱 모두 발이 빨라 병살이 나오는 경우가 적다. 

이정후가 장타로 출루하면 고종욱은 타점을 올리고 1루에 있으면 서건창 윤석민 등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된다. 삼성과 주말 3연전, LG와 주중 3연전 첫 경기까지 고종욱은 7타점, 이정후는 6득점을 기록했다. 고종욱이 이정후를 부르거나 이정후-고종욱이 중심으로 기회를 이어줘서 만든 결과물이다.

평면적인 타순만 봤을 때 고종욱 1번은 확실하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타순을 끝없이 반복되는 하나의 띠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번에 어울리지 않는 고종욱이 1번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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