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자율 속의 규율이 있다." 신태용 감독의 리더십을 설명하는 주장 이상민이 말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 팀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2017 A조 리그 기니와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완벽한 승리였다. 이승우, 임민혁, 백승호의 연속 골이 터졌다.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것도 고무적이다. 전반 초반 기니의 예상보다 강한 공세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이내 안정감을 되찾았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 첫 승리에 선수들도 들뜰 수 있었다. 그리고 승리를 만끽할 자격도 충분했다.

신 감독은 경기 뒤 "오늘(20일) 경기는 오늘로 끝"이라면서도 "승리는 즐기라고 할 것"이라며 승리에 대한 기쁨을 나타냈다. 선수들도 입을 모아 승리를 딱 하루만 즐기겠다고 말했다. 이승우도, 백승호도 "오늘(20일)까지만 즐기겠다"며 아르헨티나전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신 감독의 리더십을 잘 설명하는 대목이다. 그는 '밀고 당기는' 리더십의 고수다. 결국 선수는 피치 위에서 경기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경기장에서 잘했다면 승리를 즐길 자격도 있다. 그러나 승리에 도취돼선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없다. 경기장과 안과 밖을 나눠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즐기면서도 목표를 이루는' 좋은 방법이다.

이승우도 신 감독의 '자유 속 규율' 리더십 아래서 자신의 개성과 함께 뛰어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신 감독은 "15일 외출 다녀오고 16일 오전에 보니 (이)승우의 머리가 특이하더라. 이승우가 승리를 향한 의지라 하길래 잘했다고 해줬다.선수가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선 개의치 않는다.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만큼 경기장에서 더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개막전 전까지 줄곧 헤어밴드를 착용하고 나서 자신의 머리에 새긴 글씨를 감췄다. 개막전에 맞춰 자신을 어필하려는 의도였다. 신 감독은 톡톡 튀는 이승우의 개성을 존중했다. 중요한 것은 피치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었다. 이승우는 경련이 날 때까지 공격은 물론 수비까지 가담했다. 머리 스타일만 보고 '다루기 힘든 선수'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신 감독의 '밀당(밀고 당기기)' 리더십은 팀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경기장 안에선 어떤 선수건 팀이 최우선이다. 당연히 선수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때도 있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선 자유로운 행동도 허용된다.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상 가장 편한 상태로 보내며 압박감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하루 전인 19일 밤에도 U-20 대표 팀 선수들은 간단한 산책도 하고, 커피나 차를 한 잔 마셨다고 한다. 첫 경기를 앞두고 지나친 여유였을 수도 있지만 신태용 감독은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밤 10시에서 10시 반쯤 된다. 잠깐 산책하고 잠드는 시간이 12시 정도다. 아침 먹을 때까진 푹 자고 오전에 산책하고… 선수마다 루틴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하라고 한다. 방에 있으면 오히려 몸이 무거워진다"며 선수들의 자유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유는 좋지만 방종은 곤란하다. 그리고 선수들도 신 감독이 허용하는 자유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이상민은 "감독님이 자유를 주셔서 좋다. 그러나 자유 속에 항상 규율이 있다. 자유롭게 해주는 게 있으니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시니 긴장감도 덜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스스로를 증명하고, 선수들에게 믿음을 보낸 감독에 대해 보답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 감독은 늘 재치가 넘치고 친절하다. 취채진과 인터뷰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기니전 뒤 인터뷰에서 답변을 정중하게 거절한 질문이 있었다. 바로 미드필더 조합에 변화를 줄 것인가하는 질문이었다. 신 감독은 "머릿속 전략은 밝힐 수가 없다. 미리 밝히면 선수들이 출전에 대한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밀당'이라고 생각해달라. 선수단 운용 방식이다.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첫 승리'로 들뜬 상태에서 내부 경쟁만큼 분위기를 유지하기 좋은 방법도 없다. 한국은 끝없는 선수 간 경쟁을 거쳐 좋은 결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수들의 경기력과 조직력, 단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는 미리 싹을 잘랐다.  첫 경기가 신태용호의 승리로 끝났지만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한국 대표 팀 21명 모두가 한 마음으로 우승에 도전한다. '밀당의 고수' 신 감독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영상] [U-20] 첫 경기 승리 후 신태용 감독 인터뷰 "이승우 머리? 염색 빠져 걱정" ⓒ스포티비뉴스 정찬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