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한 이근호(왼쪽)와 정조국.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정형근 기자] “축구는 한 골 차 승부가 가장 재밌다. 그 가운데 3-2는 가장 이상적인 스코어다.”

‘축구 황제’ 펠레는 18분 간격으로 한 골씩 터질 때 관중이 가장 큰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강원 FC와 FC 서울과 경기에서는 ‘펠레 스코어’가 나왔다. 경기장을 찾은 14,560명의 관중은 경기 종료 1분을 남긴 시점까지 손에 땀을 쥐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주중 열린 FA컵 16강전에서 나란히 탈락한 강원과 서울은 승리가 절실했다. 침체된 팀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무승부가 아닌 승점 3점이 반드시 필요했다. 승리에 대한 갈증은 적극적인 공세로 이어졌다. 경기 초반 치열한 중원 다툼을 벌인 두 팀은 한 치의 물러남도 없었다. 

팽팽한 균형은 전반 38분 이근호의 선제골로 깨졌다. 그러자 서울은 3분 만에 데얀이 만회 골을 성공했다. 후반전이 되자 공격 흐름은 더욱 빠르게 전개됐다. 정조국을 선봉에 세운 강원은 측면을 적극 공략하며 득점을 노렸다. 공격에서 밀리자 서울은 후반 12분 박주영과 윤일록을 투입했다. 박주영은 날카로운 슈팅으로 존재감을 나타냈다. 

변수가 생겼다. 후반 16분 강원 오범석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이석현에게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었다. 정조국이 키커로 나서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부부젤라 소리로 가득 찼다. 상주 상무와 개막전에서 PK를 실축한 정조국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후반 42분 디에고의 쐐기 골이 터지자 승부의 추는 강원으로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서울은 포기하지 않았다. 박주영은 후반 추가 시간 멋진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시간은 아직 남아 있었다. 추가 시간 5분에 다다른 시점. 박주영은 강원 골키퍼 이범영과 1대 1 기회를 맞았다. 박주영의 회심의 슛은 몸을 날린 이범영에게 막혔고 주심은 종료 휘슬을 불었다. 

근래 보기 드문 ‘난타전’이었다. 지키고 지키다 역습으로 겨우 한 골을 넣어 승점 3점을 챙기는 경기가 아니었다. 강원과 서울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집념과 열정은 90분을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었다. 세계 빅 리그의 경기가 아니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원과 서울은 증명했다. 

이번 시즌 K리그는 ‘골 가뭄’을 겪고 있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2골 이상인 팀은 제주 유나이티드가 유일하다. 광주FC와 인천 유나이티드는 경기당 평균 1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축구의 꽃은 ‘득점’이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때 팬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다. 그라운드 위에서 ‘화끈한’ 축구가 펼쳐질 때 K리그는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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