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전주, 유현태 기자] 기니의 힘과 스피드는 한국보다 앞섰다. 그러나 축구는 개인기로 하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2017 기니와 A조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3-0으로 완승했다. 이승우, 임민혁, 백승호가 연속 골을 터뜨리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그라운드에 들어갔지만 경기는 쉽지 않았다. 기니의 신체 능력은 확실히 한국보다 앞섰다. 키도 컸고 체격도 다부졌다. 여기에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과 유연성까지 갖춰 1대 1 싸움에선 한국이 이기기 쉽지 않았다. 전반 초반부터 기니는 자신들의 축구를 했다. 측면에서 개인 기량을 앞세워 돌파를 하면서 공격 활로를 열었다. 

20번을 달고 출전한 압둘라예 케이타는 리버풀 공격수 사디오 마네를 연상하게 하는 기술과 돌파를 보였다. 자유자재로 기어를 바꿔 가며 드리블 속도를 바꿨다. 드리블 방향 전환 뒤 치고 나가는 속도는 따라가기 벅찼다. 부딪히는 수비수의 힘을 이용해 돌아서거나 오히려 가속하면서 수비수를 피했다.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한 이유현은 평소 거친 수비가 강점이지만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은 예상을 넘었다.

공격 전개도 쉽지 않았다. 1대 1로 한국 선수들을 잘 따라붙은 기니 선수들을 돌파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드리블과 순간 속도가 가장 좋은 이승우도 몇 차례나 1대 1에서 공을 빼앗겼다. ‘몸’으로 하는 축구에서 ‘신체 능력’이 뛰어난 기니는 분명 강했다.

그러나 축구는 개인 기량과 신체 능력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11명이 함께하는 경기기 때문이다. 신태용호는 협력 수비로 일단 기니의 공세를 견뎠다. 이유현이 케이타와 맞대결에서 몇 차례 밀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케이타는 동료를 활용한 플레이보다 혼자 힘으로 골을 만들려고 했다. 3, 4명을 제친 뒤에도 드리블은 이어졌다. 한국의 도움 수비가 케이타를 막아섰다.

한국의 반격은 차분했고 신중했다. 공격을 하다가 패스가 끊어졌을 땐 빠른 역습에 무너질 가능성이 컸다. 후방부터 안정적으로 공을 점유하면서 빈틈을 엿봤다. 그리고 한국은 전반 36분 한 번 기니의 빈틈이 보이자 여지없이 공격을 찔러 넣었다. 미드필드에서 기니의 압박을 피한 한국은 ‘에이스’ 이승우의 발 앞에 패스를 넣었다. 미드필더끼리 무리하게 개인 플레이를 하지 않고 팀플레이로 공간을 만들었다. 이승우는 혼자 수비수 사이를 휘저은 뒤 과감한 슛을 시도했다.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됐고 골키퍼의 키를 넘기면서 골로 연결됐다.

1골의 리드는 한국에 신바람을 불어넣었다. 기니의 적극적인 공격과 신체 능력에 조금씩 흔들리던 한국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자칫 밀리는 경기 분위기에서 흐름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었다. 이승우의 득점은 귀중했다.

전반 추가 시간엔 도움도 기록할 뻔했다. 조영욱의 패스를 받아 왼쪽 측면을 혼자 돌파한 뒤 다시 조영욱에게 크로스를 했다. 조영욱은 골망을 흔들었지만 VAR 판독 결과 골라인 아웃이 판정되면서 골이 번복되는 불운을 겪었다. 그러나 이승우의 플레이 두 번으로 한국의 기세는 완전히 올랐다.

이제 기니가 서둘렀다. 잘 풀리던 개인 돌파도 막히기 시작하고 리드까지 잡히니 흐름을 잃었다. 때론 개인 플레이 하나가 경기를 뒤바꾸기도 하지만, 팀 전체가 혼란에 빠졌을 땐 팀플레이가 필요했다. 기니도 이따금 연계 플레이를 펼쳤지만 조급한 마음에 무리한 플레이가 종종 나왔다.

후반 31분엔 이승우가 끝내 기니의 숨통을 끊었다. 임민혁이 날카로운 태클로 공을 빼앗아 역습이 시작됐다. 드리블로 페널티박스까지 전진한 이승우가 수비수 다리 사이를 노린 패스로 임민혁 앞에 밥상을 차렸다. 임민혁은 침착하게 마지막까지 기다린 뒤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36분엔 백승호가 쐐기 골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