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적'이 막을 내린다. 제공|MBC
[스포티비스타=양소영 기자] 월화극 ‘역적’이 16일 막을 내린다.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 진창규, 제작 후너스엔터테인먼트)은 허균의 소설 속 도인 홍길동이 아닌, 연산군 시대에 실존했던 인물 홍길동의 삶을 재조명하는 작품. 월화극 꼴찌로 시작한 ‘역적’은 월화극 1위까지 차지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역적’이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단막극 ‘절정’과 드라마 ‘제왕의 딸 수백향’을 통해 필력을 인정받은 황진영 작가의 힘이 컸다. 역사를 전공한 그는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홍길동전’이 아닌 연산군 시대에 실존한 홍길동 이야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씨종 아모개의 아들, 아기장수 홍길동이 진정한 영웅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탄탄하게 그려냈다.

기존의 연산과도 달랐다. 어머니에 대한 한을 가지고 있지만, 오직 폭력만으로 인간을 다스릴 수 있다고 믿는 연산의 모습도 호기심을 더했다. 무엇보다 ‘역적’은 현실을 반영한 대사와 상황으로 시청자들을 울렸다. 폭력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연산에게 반기를 든 향주목 백성들의 모습은 광주 민주화 운동, 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떠올리게 하며 화제를 모았다.

▲ '역적'의 배우들. 제공|후너스엔터테인먼트, MBC
김진만 PD의 실험 정신도 빛났다. ‘역적’은 아기장수 홍길동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책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한 화면, 홍길동이 갈대를 날리는 신, 망토를 뒤집어쓰고 궁궐에 침입하는 신으로 신선한 매력을 더했다. 호불호가 갈렸으나, 기존의 사극과 확실히 달랐다.

향주목 민초들이 OST를 부르며 뮤지컬을 보는 듯한 연출도 빛났다. 주인공 홍길동이 아닌 이름 모를 민초를 내세운 엔딩도 빼놓을 수 없다. 영웅 홍길동과 함께 싸웠으나, 이름조차 알 수 없었던 민초의 죽음 역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탄탄한 대본과 실험 정신 있는 연출만큼이나 빛난 건 배우들의 연기였다. 초반 우려의 시선을 받은 윤균상, 채수빈, 김지석, 이하늬 등은 ‘역적’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네 사람은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반부에서 인상 깊은 연기로 중심을 잡아준 김상중과 깜찍한 아역 이로운의 연기도 훌륭했다. 두 사람은 훈훈한 부자 케미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서이숙, 김정태, 안내상 등 소름끼치는 연기력을 보여준 악역들의 힘도 컸다. 홍길동 사단의 명품 연기도 있다. 박준규, 김병옥, 이준혁, 허정도, 이호철, 김도윤, 이명훈 등의 열연도 ‘역적’에 힘을 보탰다.

‘역적’에서 OST도 빼놓을 수 없다. 가수 안예은이 참여한 OST들은 ‘역적’에 큰 힘이 됐다. 김상중이 부른 ‘익화리의 봄’, 길동과 어리니가 헤어지면서 나온 ‘홍연’을 비롯해 ‘상사화’ ‘봄이 온다면’ ‘새날’ 등 노래만 들어도 그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멋진 OST는 ‘역적’과 찰떡같이 어우러지며 완성도를 높였다.

이처럼 ‘역적’은 탄탄한 대본, 화려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 귀를 즐겁게 만드는 OST에 힘입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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