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옥자'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 사진|한희재 기자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옥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영화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제 70회 칸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만나기 전, 취재진을 만나 영화의 제작 과정과 옥자에 대해, 그리고 칸영화제 진출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15일 진행된 ‘옥자’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유쾌함을 곁들인 화법으로 기자들을 만났다. 기자회견 당시에 나온 이야기 중 인상깊었던 키워드를 다시 정리해 봤다.

# 옥자

옥자는 영화의 제목이자 봉준호 감독이 탄생시킨 동물이다. 봉 감독의 말에 따르면 옥자는 돼지와 하마를 더한 듯 한 비주얼을 지니고 있다.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자료와 스티커에는 옥자의 이미지가 담겨 있었는데 그의 말대로 하마인 듯, 돼지인 듯 했다. 핑크색의 실루엣과 영상을 통해 살짝 공개된 것 만으로는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의 합성어로 봉준호 감독의 애칭)이 만든 옥자의 자세한 비주얼을 상상하긴 어려웠다.

#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봉준호 감독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은 처음이다.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을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진짜 경쟁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라고 표현했다.

“경쟁부문이라는 부담이 흥분이 되지만, 싫기도 하다. 영화를 어떻게 경쟁이라는 말로 표현하겠는가.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사위원들이 좀 더 아름다움을 축복하고 싶은 작품에 표를 던질 것이다. 경쟁의 레이스를 펼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더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방식으로 영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함께 진출한 홍상수 감독님은 개인적으로 오랜 팬이고, 그 분의 영화를 수집해 왔다. 창작의 에너지가 부럽다.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도 빨리 보고 싶다.”

# 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영화계의 막역한 사이다. 이번 칸영화제에 박찬욱 감독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봉 감독은 박 감독에 대해 “공명정대하고 취향이 확실한 분”이라고 단언했다.

“나와 잘 아는 분이다. 소신대로 심사를 할 것이다. 나도 다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봐서 알고 있다. 가장 섬세하고 취향이 있고 예민한 사람들이 심사를 한다. 누군가가 선동한다고 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한국, 아시아 심사위원이 몇명 있다고 해서 여의도 국회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일어나진 않는다. ‘옥자’가 상을 받을지는 못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두 시간 동안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영화 '옥자' 포스터. 제공|넷플릭스

# 부담감

봉준호 감독은 영화의 부담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넷플릭스와의 협업에 있어 유통과 배급도 중요하지만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작가, 감독으로서의 역할이었다. 창작의 자유를 보장받고, 최종 편집권을 가지고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것. 이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자유가 주어진 만큼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나는 작가이자 연출자이다. 나의 창작의 자유를 가지고 최종 편집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이정도 규모의 영화에서 감독에게 전권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나는 행운아다. 이정도 규모의 영화를 내가 100% 컨트롤 할 수 있는 조건이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부담감도 있다. 누구의 탓을 할 수도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기에 내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있다.”

한편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미자(안서현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어느 날 가족과 같은 옥자가 사라지자 미자는 필사적으로 옥자를 찾아 헤매며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제 7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이 작품은 틸다 스윈튼과 제이클 질렌할, 폴 다노, 릴리 콜린스, 스티븐 연, 안서현 등이 출연했다. 칸영화제 폐막 후인 오는 6월 29일 넷플릭스와 극장(일부 국가)을 통해 유통 및 상영되며, 국내 극장 배급은 NEW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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