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부 경남FC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중·장년 팬들은 오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막을 올리는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개막식 때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다.
 
2017피파20세월드컵조직위원회(위원장 정몽규)가 이날 개막식에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U-20 월드컵 전신)에서 4강 신화를 이룬 주역들을 초청하기로 했다. 초청 대상에는 당시 청소년 대표 팀 사령탑으로 4강을 이끌었던 박종환 전 성남 감독과 선수로 활약했던 김종부 경남 FC 감독, 신연호 단국대 감독, 이태호 전 대전 시티즌 감독 등이 포함됐다.
 
그때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본다.
1983년에 열린 주요 국제 대회는 동·하계 유니버시아드와 제4회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정도였다. 그래서 본선에 오른 청소년 대표 팀에 대한 축구 팬들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대회 전까지는 축구 외 스포츠 팬은 물론 국민들 대부분이 청소년 축구 대표 팀이 멕시코에 간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 팀이 세계 4강을 향해 달려가는 6월 한 달 동안 전국은 축구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해 초여름은 유난히 덥기도 했다.
 
청소년 축구 대표 팀의 호성적에는 행운이 뒷받침됐다. 전해인 1982년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회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동부 지역 예선은 제4회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예선을 겸해 열렸다. 한국은 예선 리그에서 3승 1패를 기록해 조 2위로 4강에 올라 북한에 3-5로 진 뒤 순위 결정전에서 태국을 4-1로 꺾고 3위를 차지했다. 이때 확보한 3위가 1년여 뒤 세계 4강으로 가는 발판이 된다.
 
그해 11월 뉴델리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북한은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주심을 폭행하는 사고를 일으켰고 아시아축구연맹으로부터 2년 동안 국제 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 조치에 따라 북한은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본선에 나서지 못했고 3위인 한국이 출전하게 됐다.

한국은 그해 12월 벌어진 본선에 중국과 함께 동부 지역 대표로 출전해 서부 지역 대표인 아랍에미리트연합을 4-0, 이라크를 2-1로 물리친 데 이어 중국과 1-1로 비겨 2승1무로 우승했다. 한국은 중국과 함께 이듬해 6월 멕시코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청소년 축구는 아시아무대에서는 강한 전력을 자랑했으나 1977년 튀니지에서 열린 제1회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고 1979년 일본에서 벌어진 제2회 대회에서는 1승1무1패로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이어 1981년 호주가 개최한 제3회 대회에서는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강호 이탈리아를 4-1로 꺾으며 기세를 올렸으나 이후 루마니아와 브라질에 각각 0-1, 0-3으로 져 1승2패로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대회에서 활약한 선수가 최순호 최인영 등이다.

박종환 감독이 이끈 1983년 청소년 대표 팀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조별 리그 A조 첫 경기에서 스코틀랜드에 0-2로 맥없이 무너졌다. 그러나 조별 리그 두 번째 경기부터 '붉은 악마'의 질주가 시작됐다. 2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신연호의 결승 골로 홈팀 멕시코를 2-1로 꺾은 데 이어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김종건과 김종부의 연속 골에 힘입어 호주를 2-1로 따돌려 스코틀랜드와 함께 2승1패를 기록했으나 골 득실 차에서 뒤져 조 2위로 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올랐다.
 
한국은 준준결승에서 우루과이와 치열한 공방전 끝에 1-1로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에 들어간 뒤 연장전 전반 14분 신연호가 또다시 결승 골을 터뜨려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강호 브라질과 만나 김종부가 전반 14분 선제 골을 넣으면 분전했으나 1-2로 역전패해 3위 결정전으로 밀려난 뒤 폴란드에 1-2로 져 4위를 차지했다.
 
대회가 열리는 동안 전국의 각 가정에는,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컬러 TV를 보는 ‘국민’들 로 넘쳐 났다. 대회 성적에 크게 고무된 전두환 정권은 전국적으로 몇 백 면의 축구장을 만들고 구장 용지 확보가 어려우면 그린벨트 안에도 구장을 짓는다는 등 여러 가지 축구 진흥책을 내놓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해 10월 효창운동장에 인조 잔디를 깐 게 거의 유일한 결과물이었다.
 
아무튼 1983년 초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34년 전 청춘들은 김풍주 이문영(이상 GK) 김판근 문원근 노인우 유병옥 장정 최익환(이상 DF) 이태형 김흥권 강재순 김종건(이상 MF) 이기근 김종부 신연호 최용길 이현철 이승희(이상 FW) 등 1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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